올해 국가장학금 '고소득층 장학금 부당수급' 문제점 해결 위해 전체적인 시스템 개편

변경된 소득산정 방식 일부 학생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려

올해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 선정 방식이 새롭게 개편됐다. 소득 산정방식을 개선해 그간 지적된 일부 고액 금융자산가의 국가장학금 부당수급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위‘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본지는 올해 새롭게 개편된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시스템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 시스템으로 단장한 국가장학금, 뭐가 바뀌었나?국가장학금을 지급하는 한국장학재단은 2009년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학재단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됐다.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목적으로 국가장학금 제도를 2012년도부터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으며 점차 장학금 지원 금액이 확대되고 있다. (작년 한 학기 지원 금액은 1조 3,700억 원, 올해 한 학기 지원 금액은 1조 5,400억 원이다) 하지만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장학금 수혜 학생 선정과정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내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작년의 국가장학금 소득산정 방식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자료만을 이용해 소득분위를 산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산출은 가족들의 수입, 부동산, 자동차 등 제한된 소득과 재산만을 반영했고, 금융재산과 부채는 반영하지 않아 실질적인 저소득층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이러한 산출 법을 악용하여 건강보험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 소득, 연금소득 등을 숨기거나 금융재산 등 소유 재산은 많지만 고정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많은 부유층이 장학금을 부당수급하기도 했다. 이에 박동호(과학대 나노소재공학 14) 씨는 “가정형편이 좋은 친구가 국가장학금을 받는 것이 의아했다”며 “집안에 빚이 있는 친구가 가정형편이 좋은 친구보다 장학금을 덜 받는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러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자 교육부와 장학재단은 소득분위 산출방식을 재정비했다. 작년 1월 장학재단 법률을 개정했고 9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된 내용은 소득분위 산출방식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자료’에서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자료’에 근거하도록 했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종전까지의 산정기준에서는 부채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번 산정기준에서는 금융정보의 부채까지 포함돼 빚이 많은 가구는 국가장학금을 받기가 수월해졌고, 앞서 언급한 부유층들의 장학금 부당수급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바뀐 장학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개정된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라 소득분위 산정을 하려면 가족의 금융재산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때 대학생 본인뿐 아니라 부모와 배우자의 개인 및 금융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한다.

까다로운 신청 절차로 학생들 곤혹소득분위 산정이 변경됨에 따라 신청 절차가 까다롭게 변경돼 학생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먼저 부모와 배우자의 개인 및 금융정보제공 동의를 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신청자 본인이 직접 은행에 방문하여 인터넷 뱅킹을 가입한 후 발급받을 수 있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절차가 까다로워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들은 발급 받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김주년(경상대 경영 12) 씨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때 부모님 모두 인증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을뿐더러 부모님이 일 때문에 굉장히 바쁘셔서 은행을 방문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전정대(과학대 나노소재공학 14) 씨는 “부모님께서 인증서 신청을 할 줄 모르셔서 고향에 직접 내려가야 했다”며 “결국 시기를 맞추지 못해 2차 신청을 하긴 했지만 1차 신청을 못해 직접 등록금을 마련한다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 사이에서는 바뀐 제도에 사전 공지가 부족하다는 점과 절차가 까다롭게 변해 신청하는 것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바뀐 국가장학금 허점 드러나본교에 재학 중인 A씨는 작년에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은행에 빚이 있는 상황에 어머니께서 몸이 아파 잠시 일을 쉬고 계셨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도 학교는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방학 때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등록금에 보탰다. 올해는 국가장학금 소득산정 방식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몰라 신청했다. 다행히 소득분위가 2분위가 나왔고 A씨는 국가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반면 B씨는 올해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B씨는 A씨처럼 집에 빚이 있고 집안 사정은 A씨보다 나쁘면 나빴지 더 좋지는 못하다.B씨가 A씨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제2금융권(제1금융권 은행이 아닌 비은행 부채나 마이너스 통장 등)에서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장학금 수혜 요건은 제2금융권의 부채는 부채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처럼 빚이 있는 학생들에 장학 혜택을 늘려주기 위해 법이 개정됐지만 아직까지 현실 상황이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소득산정 모의계산 그림 참조)또한 올해는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책정 결과를 직접 확인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복지 사각지대’가 드러나면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던 학생들의 이의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한겨레 신문>을 통해 1차 이의신청은 새로운 소득산정 방식이 진행된 지 한 달 만에 2500여 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주년 씨는 “신청결과가 못마땅해 이의신청을 하려고 산정방식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 봤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와 결과가 달라지지 않겠다는 판단에 이의신청 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 위한 본질적 방안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장학금의 지원 금액을 늘리고 저소득층을 위해 제도를 개정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사각지대가 드러나거나 저소득층의 실질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통계 자료인 ‘2015년 국가장학금 지급액 및 지급률’에 따르면 국립대의 경우 소득 분위가 5분위일 경우 전체 등록금의 약 40%밖에 지원받지 못한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지원 금액은 약 3조 6천억 원이지만, 현재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와 더불어 물가인상 등에 따른 예산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장학금을 현 수준으로 지원한다 해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반값 등록금 정책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닌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부가 직접 등록금 절반을 교부금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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