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진행되는 제7회 세계 물 포럼이 12일 개최됐다. 일명 ‘물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미래를 위한 물(Water for our future)’이라는 주제로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물. 물의 소중함은 언제나 중요시되고 있으며 물산업은 계속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전망이 밝은 산업이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의 물산업 육성 전략이 문제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산업과 관련된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알아봤다●

물 산업 전망 얼마나 밝은가?

물산업은 각종 용수(생활·공업)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산업과 하수·폐수의 이송 및 처리를 하는 산업서비스를 포함한다. 과거 물산업은 사회 간접자본 및 공공성 측면이 강조되었으나 시대가 지남에 따라 ‘사업’으로서 인식이 전환됐다. 물 산업의 전망은 어떠할까? 물산업은 21세기 핵심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물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부족, 홍수, 하천환경 훼손 등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국내 물산업의 해외진출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5천560억 달러로 추정되며, 연평균 4.2% 성장해 오는 2018년에는 6천890억 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도상국은 산업화 및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경제성장 및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물 수요 증가로 세계 물 시장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물은 인류의 삶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물산업이 21세기에 빠르게 성장할 유망산업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대구시, 왜 물산업인가?

왜 대구가 물산업의 중심지가 된 것일까? 과거, 페놀이 유출됐었던 끔찍한 수질 관련 사고를 기억하는가? 당시 구미공업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대량의 페놀은 대구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었다. 대구는 오염물질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 수질문제 해결이 시급한 지역이었으며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다. 대경권은 폐수발생량이 하루 7,695천톤으로 하·폐수로 인한 오염 부하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데, 이 대부분이 낙동강과 금호강을 통해 대구에 합류된 후 하류의 동남권으로 유출되므로 대구지역에 고도의 수처리 기술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대구가 물산업을 주도할 도시로 주목받은 것은 지역적으로 요구되는 역할 때문만은 아니다. 대구의 국가 산업단지 및 인프라도 물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대구는 낙동강 중류에 위치하고 금호강과 합류하는 지역으로 수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이는 물산업 단지 구축, 성능 평가, 물관리 기술을 적용하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상류에 전자·기계·화학 등 다양한 대형 국가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어 수처리 기술을 개발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지역 내 국내 대표 물 관련 기업을 비롯해 3,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모여 있어 물산업 육성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과거, 2000년대 이전에는 물 관련 정책이 수자원 보호 및 이용개발에 한정되었으나, 이후에는 수도 산업 구조개편 및 물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경쟁국인 일본,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여 비슷한 시기에 물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였으나, 실행 측면에서 미흡했었다. 그 후 2010년 10월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세부추진계획으로 4개 분야, 10개 세부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크게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 토탈솔루션 역량 확보를 통한 전문 물기업 육성, 먹는 샘물·물을 재이용한 연관 산업 육성, 물산업 기반 구축 등이다. 

이후 대구시와 환경부는 물 관련 연구소, 생산기업 등을 집적하여 물산업 신기술 개발 및 해외시장 진출에 용이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를 기획하게 된다. 클러스터란 산업활동과 관련된 핵심주체(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공공기관 등) 간의 관계의 특성과 밀접도를 규정하는 새로운 조직적 형태이다. 이러한 기획은 물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 강화 및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작년 11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이 사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되며 65만m²(20만 평)에 총 3,137억 원이 투자된다. 클러스터는 접근성이 높아 노동비 및 수송비용을 절감시키고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익을 증대시키므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산업 육성 전략, 뭔가 이상하다?

민영화인 듯 민영화 아닌 민영화 같은 물산업 육성 전략

물산업에 대한 기대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물산업 육성 전략(이하 전략)이 결과적으로 물 사유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2010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이 전략은 핵심 전략 중의 하나로 ‘전문 물기업 육성’을 들고 있다. 164개 지방자치단체 수도사업자를 2020년까지 39개 권역으로, 2030년까지 5개로 통합해 물 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 전략에 대한 핵심 과제로 ‘지방상하수도 광역화’와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통한 물전문 기업 육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아 이 전략이 물산업의 민영화와 관련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정부는 전략에서 말하는 민간위탁과 민영화는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략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민영화를 위한 우회적 방법을 택하는 것이며 이는 민영화를 포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공공성연구소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의 ‘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대안모색 국제포럼’ 자료집(이하 자료집)을 보면, 국제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소유권을 완전히 매각하지 않고 관리 운영권만 넘기더라도 민영화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수익성을 최고의 목표로 영업하는 등 이미 민간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는 데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가격 결정권을 가지기는 하지만 일단 민간위탁이 된다면 운영에 직접적인 역할을 가지는 민간 기업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은 그 어느 것 보다도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데다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민간위탁이 이뤄지면 업체들 간 경쟁으로 요금이 더 싸지지는 않을까?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은 “수도는 관을 이용하는 사업으로 한 지역에 2개 이상 업체가 들어 올 수 없기 때문에 경쟁이 의미가 없고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수공은 지방의 상수도 위탁을 맡기고 난 후 지자체 자체 정수장을 폐쇄하므로, 민간업체의 위탁 계약이 끝나더라도 지역민은 해당 업체의 물을 사먹을 수밖에 없다.

수공의 상수도 광역화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현재 162개 지방자치단체 중 27개가 민간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중 22개 지자체가 수공과 민간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지자체가 민간위탁을 선택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정부는 상수도를 민간위탁하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어쩔 수 없이 민간위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상수도 민간위탁에 대해 정부는 상수도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고 있지만, 2004년 전국 처음으로 수공예 상수도 사업을 위탁한 논산시의 경우 지난 2004년에서 2012년까지 9년 간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약 30% 일반용 상수도 요금은 약 63% 올랐다. 매해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한 9년 간 실질 인상률을 고려하면, 논산의 일반용 상수도 요금은 두 배가 넘게 상승한 것이다. 상수도가 아닌 하수도는 현재 74% 이상이 민간에 개방되어 있을 정도로 수공의 상하수도 민간위탁은 이미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개방’의 양면성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인가, 해외 기업의 우리 시장 진출인가

전략에서는 세계적인 물 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 같은 거대 물 기업을 육성해 해외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적 물기업으로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물산업은 위험성이 큰 사업이다. 자료집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07년 사이 세계은행이 조사한 물산업의 실패율은 29%로 전기 8%, 통신 4%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실패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유수의 물기업들이 해외사업을 포기하는 경향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사업의 수익성이 크지 않고, 민영화에 대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꾸로 해외 기업의 우리 물 시장 진출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베올리아사는 2001년 이미 한국법인을 설립, 2006년 인천시와 마산시의 상수도 사업 민간위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환경시설관리공단을 인수하기도 했다.

상수도가 국가 독점 형태일 경우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위탁 등으로 국가가 독점하지 않을 경우에는 FTA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적용받게 된다. 또한 이 본부장은 “외국 자본에게 국내 물시장이 개방이 된다면 FTA에서의 래칫 조항과 ISD(Investor-State Dispute) 조항에 따라 물 가격의 부당한 인상이 일어나더라도 기업에 쉽게 불이익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볼리비아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의 지원을 조건으로 상수도를 미국 기업인 벡텔사에 매각했고, 이후 가격이 300% 이상 인상됐다. 이에 시민들은 빗물을 통에 받아썼지만 그마저도 벡텔사가 ISD 제도를 이용해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정부는 ‘빗물을 받을 경우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민망한 조항을 만들어야 했다.

세계 물 포럼 또한 물기업 밀어주기?

이 본부장은 “세계 물 포럼에 대한 자료는 철저히 외부 유출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3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물 포럼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물 관련 문제 및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 지구적 물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 WWC)에서 개최하는 행사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세계 물 포럼은 취지와는 다르게 거대 물 기업들과 지자체와의 접촉을 확대하면서 물기업의 진출을 돕고 있다고 한다. 2000년에 개최된 네덜란드 헤이그 세계 물 포럼에서 한 기업 간부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면 됐지 그 물이 어떻게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일반 사람들이 알아야 할 권리는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제7차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역시 ‘세계적 물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의 앙뚜완 프레로 회장과 수에즈의 티에리 말레 부회장이 참석해 내로라하는 물산업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TBC는 보도했다.

이 본부장은 “전략의 내용이 물기업의 차원에 맞춰져 있는 만큼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것이지 국민들에게는 좋은 점이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와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 반대 대구공동행동 등은 13일과 14일에 ‘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대안 모색 국제포럼’을 열어 세계 물 포럼에 대응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수도 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부족하다. 모두의 삶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 ‘물’에 대한 정책인 만큼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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