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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을 달려온 네 시

남도의 봄             
 김선태

나주 배꽃 흰 가슴 확 풀어헤친 봄이 아니겠나 고것들 고 요망한 것들 벌이란 벌과 나비들 모조리 불러들여 한바탕 애애한 사랑냄새로 천지가 진동터니 으음 내 조로의 몸과 마음 어디에도 꽃이 피는지 신음소리 절로 터져 나오고

담양 대밭 죽순들 발기의 팔뚝 하늘로 내지르는 봄이 아니겠나 반남고분도 처녀 유방처럼 탱탱하게 부푸는 봄이 아니겠나 그리하여 해남 부근의 논밭들 더욱 벌겋게 달아오르고 올망졸망한 다도해 섬들도 저마다 새로 몸단장하고 뭍 가까이 올라오나니


어디 그뿐이리 이름 없는 들꽃들도 즈그들끼리 귓속말로 뭐라 뭐라 속삭이고 깔깔거리고 산이란 산들도 겹겹 몸을 포개고 어디로들 유장하게 잦아들고 크다란 구렁이마냥 꿈틀대던 영산강이사 마침내 기진하여 나자빠졌구나

오호라 지천으로 지천으로 물이 올라 어디를 가도 한참은 정신이 몽롱한 남도의 봄 연애사태여 그리하여 나도 대지 위에 벌러덩 누워 뒹굴고 싶은 아흐 더는 참을 수 없는 봄의 오르가즘이여  





김선태 시인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간이역> <작은 엽서> <동백숲에 길을 
묻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그늘의 깊이> 등
전라남도문화상, 애지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현재 목포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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