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캠퍼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무엇입니까?”라고 본교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경북대”, “통·폐합”, “곶감”이라는 말이 가장 많았다. 물론 전부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상주캠퍼스 전문기자로 활동한지 6개월이 조금 지난 나는 “예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말이 와 닿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15년 지금까지 상주캠퍼스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본다면 왜 ‘예비’라는 말이 생각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먼저 상주캠퍼스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에는 부산대 밀양캠퍼스, 전남대 여수캠퍼스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4년제 국립대인 경북대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바심을 느꼈고, 교육부의 통·폐합 압박 속에서 2008년 상주대와의 통합을 통해 상주캠퍼스를 만들었다. 왜 굳이 상주대학교와의 통합을 진행했냐면 경북대는 교육부에서 주는 지원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성화 캠퍼스가 필요했고, 상주대는 치열해진 대학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대학교와의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통합은 원만하게 진행됐다. 나는 여기서부터 ‘예비’란 말이 생각이 났다. 캠퍼스가 만들어진 목적이 교육과 연구가 아니라 교육부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예비’란 말이 생각나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작년 상주캠퍼스 특성화 계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학과 통·폐합에 관해 취재를 많이 다녔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학과가 없어져 버리고, 다시 새로운 학과가 생겨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기획처에서는 “교육부에서 경쟁력 있는 학과를 만들지 않는다면 지원금을 주지 않고, 학교 정원을 줄여가겠다는 압력이 들어왔다”며 “학과 보호차원과 더불어 더 나은 경북대를 만들기 위해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학교의 입장에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지만 여전히 ‘예비’라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지금 상주캠퍼스에서는 ‘국가사업의 일환이라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학과 통·폐합이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학과 정원은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고, 자신이 속해있는 학과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라는 재학생들의 불안감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본디 대학의 목적은 수입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 있다.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이윤추구를 위해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대학이 아니다. 

‘예비’라는 말은 ‘필요할 때 쓰기 위하여 미리 마련하거나 갖추어 놓음’이라는 뜻이지만, ‘더 높은 단계로 넘어가거나 정식으로 하기 전에 그 준비로 미리 초보적으로 갖춤. 또는 그런 준비’란 뜻도 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예비’라는 뜻이 후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요할 때 쓰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닌 더 높은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상주캠퍼스가 됐으면 한다. 

이상봉 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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