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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불교를 믿어, 봄이 되면 가족이 모두 함께 직지사에 놀러가곤 했었습니다. 봄이 되면 피어나는 예쁜 꽃들과 사찰과 어우러진 쭉 뻗은 나무들은 장관을 이룬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토익 공부하랴 학점 신경 쓰랴 김천에 살면서도 찾아가기 힘드네요. 한번 가보시라고 추천합니다.      

해는 중천에 떴건만 아직 김천에는 봄의 소식이 닿지 않았는지 날씨가 다소 쌀쌀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를 견디기 힘들었던 나는 때마침 오는 버스에 얼른 몸을 실었다. 버스는 잘 닦인 도로 위를 느긋하게 달렸다. 도로의 양 옆에 벚꽃나무가 줄줄이 서있었는데, 버스 안에서 본 벚꽃 행렬은 마치 이곳에 온 것을 반기는 듯 했다. 이 행렬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져 내가 태어나서 본 것 중에 제일 긴 벚꽃로드였다. 

직지사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경복궁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실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셔서 왕대접 아닌 왕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산채 정식을 먹고 싶었지만, 혼자 온 사람을 위한 메뉴는 비빔밥뿐이었다. 가격도, 양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향긋한 봄나물에 취해 곧 기분 나빴던 이유를 잊고 말았다. 음식점 근처에는 무어 얻어 먹을게 있는지 길고양이들이 어슬렁거렸다. 후식으로 샀던 과자 몇 조각을 던져주고 다시 길을 걸었다.

걸은 지 얼마 안돼 직지문화공원에 도착했다. 다리가 종류별로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리 위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 한참을 멍하니 구경했다. 구경하고 있자니 잘 정돈된 잔디 위에 풀썩 누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햇살이 따듯해질 즈음이었다. 그 공원은 인위적으로 화려한 꽃을 심어 멋을 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보기 편안하고, 수수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공원에는 젊은 사람보다 노인 분들이 많았는데, 다정하게 걷고 있는 노부부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다. 

다시 조금 더 걸어 세계도자기박물관에 도착했다. 청자, 백자들이 즐비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접시, 인형 등 현대적인 것들도 많았다. 또, 자기들을 세팅해서 실제 가정집처럼 꾸며놓은 공간도 있어 신선했다. 내 몸뚱이만한 거대한 자기도 있었고, 보석이 박힌 듯 화려한 작품도 많아 지루하지 않게 구경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직지사로 향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라 발걸음을 서둘렀다. 표를 사고 들어선 후 한참 동안은 나무만 보였다. 그러다 숲 사이에 숨어있다 갑자기 드러낸 가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비밀의 문을 찾은 것만 같았다. 지금 은 가옥은 숲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으며, 가만히 있어도 그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더 깊이 들어가니 절에서 피우는 특유의 향내가 코를 스쳤다. 몸도 마음도 경건해지는 느낌이었다. 출입이 통제된 곳이 있었는데, 멀리서보니 스님들이 수련하는 공간인 듯했다. 한 번은 모르고 들어갔다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며 꾸중을 듣기도 했다. 길의 한 모퉁이에는 자그마한 돌을 쌓아올린 돌탑이 여러 개 있었다. 어린 시절 만들어 놓은 돌탑을 부수며 놀곤 했었지만, 이제는 뭔가 탑을 쌓던 사람의 소망이 내 귓가에도 들리는 것 같아 나도 그 옆에 하나 세우고 돌아왔다.             

*이 여행지는 이진화(과학대 자동차공학 14) 씨가 소개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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