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지역 최초 독립영화관인 ‘오오극장(55극장)’이 개관했다. 전국 2184개 스크린 중 독립영화만을 위한 스크린 수는 단 0.18%에 불과하다. 소수의 자본가가 이윤을 독식하는 일반적인 자본주의 구조도 아니고, 심지어 ‘다수’의 자본가가 ‘대다수’의 이윤을 독식하는 무자비한 구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최초’ 독립영화관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오오극장의 프로그래머 김창완(35) 씨를 만나봤다.●

사진: 이정아 기자/lja13@knu.ac.kr

처음 만난 그는 꾸밈이 전혀 없는 소박한 의상과 멋쩍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지역 최초’ 독립영화관 오오극장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도 부끄러워하며 “지역 최초는 사실이지만 굳이 수식어를 붙인 건 홍보 목적이 크죠” 라며 솔직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극장은 순수 시민 모금을 통해 초기 설립 과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운영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이뤄진다.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바라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55개의 좌석이 생겼다. 각 좌석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오오(55)극장이다. 삼삼오오 모였다는 뜻도 있다. 오오극장 홍보대사는 tvN 드라마 ‘미생’으로 유명한 배우 이성민 씨다. “개관식에 오실 때도 촬영 중에 바쁘게 짬을 내서 와주셨어요. 정말 감사하죠”

지난해 10월 1일, 경남 유일 독립예술영화관 ‘거제아트시네마’가 폐관했다. 이유는 ‘운영비 부족’이었다. ‘2014 예술영화관 운영지원 사업’ 심사에서 탈락해 정부 지원금이 끊어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다. 지난 2월 25일,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역시 운영비 부족으로 폐관됐다. 다행히도 인수자를 만나 재개관했으나 현재 많은 독립예술영화관이 이 같은 상황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김 씨는 “당시 동성아트홀 폐관 소식을 듣고 관객들의 힘으로 세워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고, 조언도 드렸어요. 새 극장주가 생겨서 정말 다행이죠” 라고 말했다. 동성아트홀과 특징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사실 좀 웃기긴한데 굳이 구분하면 예술영화전용관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함께 상영하며, 대부분 예술영화 위주로 편성되는데 저희는 독립영화전용관으로 항상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특히 대구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들을 상영하는 데 차이점이 있죠” 라고 말했다.

“예술영화 자체가 스펙트럼이 되게 넓어요. 그런데 최근 CGV에서 상영하면서 흥행에 성공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경우에는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영화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는 해요. 누적매출액이 제작비의 ‘70배’를 벌어들이고, CGV아트하우스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준 영화거든요.”

또한 김 씨는 “상업영화도 요즘 상황이 예전보다는 안 좋아요. 예술영화인 ‘위플래쉬’가 관객 수 100만을 돌파하고, 1위를 하는 거 보면 상업영화 시장도 최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는 이어 “최근에는 롯데시네마까지 없어지고, 동성로 한 블록 안에 CGV만 4군데나 있어요. 만경관이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이길 수 없는 희한한 구조죠”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오극장은 계속 지역 독립영화를 상영하면서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노력 중이다. 김 씨는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네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직 초반이라 걱정되는 부분도 많다. ‘과연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다. 현재 함께 일하는 동료 중 세 명은 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힘들다. 그만큼 열정적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극장 안에는 33(삼삼)다방도 있다. 카페를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수익을 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김 씨는 “독립영화가 많이 발전하고, 작품성이 좋아지려면 독립영화 극장주나 배급사가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그만큼 한국 영화가 발전되기 힘든 구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하느라 바쁜데 영화 볼 시간이 있겠어요? 독립영화를 보겠다는 선택적 생각을 하려면 그만큼 생각할 시간의 여유도 필요한데…”

‘제가 좀 부정적이어서…’라며 수줍게 말하는 그는 독립영화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만큼 대구지역의 독립영화를 널리 알리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 또한 확실했다. 그가 말하는 독립영화에는 상업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그것만의 매력이 있었다. 꽃피는 봄 날, 상업영화의 천막을 걷어내고 오오극장에서 33(삼삼)55(오오) 모여 독립영화 한 편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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