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등록금 고지서와 함께 선택적으로 납부할 수 있는 총학생회비 8000원. 일부 학생들은 총학생회비가 선택적으로 납부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고 납부하기도 한다. 또, 신입생 때 내는 학과 학생회비는 4년치를 한꺼번에 걷어가 20~30만 원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반강제적인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납부하지만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러나 총학생회 측에서도 수년째 30%대를 유지하는 총학생회비 납부율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학생회비 인상을 논의하기도 한다. 학과 학생회 또한 예산 부족을 호소한다. 

이처럼 저조한 납부율의 원인은 학생회비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학생회에 대한 신뢰 문제도 있다. 이에 본지는 학생회비의 예결산안 관리 투명성 여부 및 감사기구 부재 상황을 살펴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학생회비, 어디로 와서 어떻게 쓰이죠?

보통 학생회비라 하면 총학생회칙 제15장 제83조 ‘본 회의 재원은 학생회비와 기타 보조금으로 한다’에 근거해 총학생회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총학생회비’와 학과에서 예산으로 걷어가는 ‘학과 학생회비’로 구분된다. 본교의 경우, 학기마다 총학생회비를 8000원씩 자율 납부할 수 있다. 또 학과 학생회비의 경우, 각 학과의 학생회마다 자율적으로 걷는다. 

총학생회비는 자치기구, 공동 경비, 상설기구 경비 등으로 배분되며 단대별로 학교 행사 진행, 학생들을 위해 행사 등 다양한 부분에 쓰이고 있다. 이는 재정회의를 통해서 학생회비가 배분되고 전학대회에서 인준을 받게 되면 학생회비가 단대나 자치기구, 총학생회로 나눠서 사용된다. 

구체적인 배분율로는 전교 학생대표자회의, 총동아리 연합회 등 자치기구가 16.5%, 대동제, 농활, 선거관리위원회 등 공동 경비가 19.23%, 교육위원회와 복지위원회 같은 상설기구 경비가 4.5%, 상주캠퍼스 학생위원회와 상주 동아리 연합회가 3%를 배분받았다. (2015년도)

재정회의에서는 이월금과 학생회비가 재정 시행세칙에 따라 배분되고, 재정회의에 단대별로 1명씩 참여해 만장일치로 편성안이 통과된다. 각 단대별 예산 배정은 <학생 1인당 경비 × 납부자 수 + 대학 기본경비(대구캠퍼스에 배정된 금액에서 총학과 단대가 2:8로 배정된 금액에서 2%를 곱한 것)>을 통해 산출한다.

절반도 안 되는 총학생회비 납부율

총학생회비 납부율의 경우 지난 2004년에는 68%에 육박하다 2013년 36%, 2014년 34%로 최근 7년간 30%대를 유지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제47대 ‘V!VA’ 총학생회장 지홍구(사회대 정치외교 09) 씨는 “학생회비 납부율이 낮은 것은 학생들이 납부하고도 학생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전국적인 분위기이지만 학생회비 납부율이 낮아짐에 따라 학생들을 위한 사업이나 행사를 하는 데 재정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아본 적 있는가’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김태진 (IT대 전자공학 11) 씨는 “학생회비를 1년에 두 번 내는데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없으니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지 않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옛 결산안, 강물처럼 투명하게 보여주길

2015년 4월 현재 총학생회 홈페이지에는 2013년 1학기 중간결산 보고 이후 공개된 예결산안 자료가 없다. 이에 대해 제46대 ‘Re:D’ 총학생회장 김민지(인문대 철학 09) 씨는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 재정회의 이후 결산 내용을 대자보를 통해 알렸고, 결산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한 것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 당시 ‘공식적인 공고는 대자보를 붙이는 것’이라는 협의가 있어 대자보로 공고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예결산안 공개 방식에 대해 제45대 ‘힐링’ 총학생회장 정홍래(경상대 경영 06) 씨 역시 “학기마다 학생회비 내역을 대자보를 붙여 공개했다”며 “학생들이 전학대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감사위원회가 생긴다면 좀 더 투명한 재정 운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당시 중도 사퇴했던 제44대 ‘청춘’ 총학생회장 이건우(법학 07) 씨는 “당시 공약인 통장 공개를 했었다”며 “원래는 학기마다 해도 되는 것이었는데 영수증을 첨부해서 학교 홈페이지 ‘복현의 소리’에 매월 올렸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홍구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예결산안 같은 경우 학생들이 전학대회에 직접 참여하기는 어려우므로 대자보를 만들어 붙이거나 일주일마다 무엇을 했는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명훈(공대 고분자공학 12) 씨는 “학생회비가 깨끗하게 사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 앞에서 예산안을 공개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학생은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검색을 통해 알아보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며 “학생회비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는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옳고, 전학대회에서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숭실대학교의 경우는 작년 법학과 학생회장 윤 모 씨가 학생회비를 개인 생활비로 유용하다 경찰에 고발됐다. 그 이후 숭실대는 학칙을 개정해 영수증과 사용내역 등 지난해 자료부터 보관을 의무화했고 감사도 받게 됐다. 학생회비를 학생회 부원의 조모상 조의금으로 사용해 논란이 됐던 경희대도 한 달에 한 번씩 학생회비 통장 사본을 스캔해 올리는 등 사용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바꿨다. 

과다 징수, 미납 시 불이익 등 학과 회비 문제

2013년 일부 학과에서 과다한 학생회비 징수, 집행·결산의 불투명성, 학생회비 미납 시 장학생 추천에서 누락 등의 불이익 조치로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됐고, 본교 학생과에서는 학과 학생회비 징수 현황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학과 별로 4년치 학생회비를 부과하는 학과 수가 총 109개 학과 중 81곳이었다. 4년치 학생회비를 징수하는 학과 중 16~25만 원을 걷는 학과가 66%에 달했다. 또, 학과별 결산을 학과 총회,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하는 학과는 80%가 있었고 나머지 20%는 학생회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4년치를 한꺼번에 걷거나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학과의 문제점에 대해 학생과 박병희 학생지원팀장은 “학과에서 회비를 거두는 것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거두는 것이라 전체적인 통제보다는 현황만 파악하고 있다”며 “학과의 학생 자치활동까지 학생과에서 간섭하기는 어렵고 학과에서 학과장이 그러한 것을 통제하고 회비를 거두는 목적과 회비 집행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민지 전 총학생회장은 “학과 회비 문제는 매년 대두되는데 4년치 학생회비에 관해서 단대 학생회로도 전화가 많이 온다고 들었다”며 “각 단대 학생회장에 단대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학과 회장들에 자정적 해결이 필요함을 알려달라고 늘 공지했지만 전파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홍구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비가 과 학생회 회식비라던가 다른 곳으로 쓰이는 것을 자제하도록 단대 회장들에게 얘기해서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는 학과 학생회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회비 감사, 대안 필요해

본교 총학생회의 경우 전학대회를 통해 학생회비 옛 결산안에 대한 감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는 학생회비 집행자들이 학생회비를 감사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김민지 전 총학생회장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감사기구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1년 동안 책임지고 관리를 할 사람이 없고 실효성에 문제가 있어 도입할 수 없었다”며 “학생회비가 본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그 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재정분권화를 통해 감사기구를 상설기구로 두고 그 감사기구가 학생회비를 관리해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려고 도입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학대회 대의원들이 옛 결산안을 살피고 비판을 해주면 좋은데 전학대회가 시험기간이다 보니 빨리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건구 전 총학생회장은 “2012년의 경우 상주캠퍼스에서 학생회비 횡령 얘기가 오갔었다”며 “그 문제로 당시 신한은행이랑 연계해 회계 프로그램으로 모든 학과를 일괄 통합 등록하려 했었는데 한 학기를 하고 사퇴해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의 경우 '감사 소위원회'라는 감사기구가 있다. 본교의 경우도 총 학생회칙 제15장 제90조를 보면 ‘업무 및 재정결산 보고서를 기초로 본회 각 기구의 업무 및 재정결산 감사를 전학대회(총회 또는 감사 소위원회)에서 실시한다’라고 명시하며 감사 소위원회에 대해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감사 소위원회가 무엇인지 언제 소집하고 기구화 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감사기구에 대해 이건구 전 총학생회장은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고 본다”며 “타대의 경우 감사위원을 통해 학생회를 공격하는 용도로 써서 본교는 전통적으로 만들지 않았고 감사위원회와 총학생회가 결탁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어 회계를 통합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 소위원회와 같은 감사기구의 도입에 대해 지홍구 총학생회장은 “감사 소위원회도 충분히 필요하지만 감사라는 것이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라며, “어떻게 구성할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므로 급하게 만들었을 때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차원의 감사기구에 대해 학생과 정대근 주무관은 “이제까지 학생 차원의 감사기구는 없었지만 필요하다고 본다”며 “돈을 집행하는 부서와 돈 집행을 감시하는 부서는 분리되는 것이 맞고 이런 감사기구가 제도화되지 않았으므로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최정문 기자/cjm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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