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고추밭은 늘 초록초록했다

어젯밤엔 쌍드란 달이 몰래 놀다갔다

수박밭은 늘 출렁출렁했다

꼬마별 아이들이 숨바꼭질하기에 좋았다

앵두밭은 갓 사랑에 눈뜬 가시내들이

입술연지를 배우는 교실

포도밭은 햇볕이 남긴 이야기를 흑요석 봉지로 매달아놓았다 

토마토는 제 신명으로 홍방울 소리를 내고 있다

달이 큰 소리로 부르면 어린 별들이 쪼르르 곁으로 달려갔다

어젯밤 일이다

괘종소리 끊어진 산골에선 염소울음이

저녁을 데리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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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7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청산행><유리의 나날><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등, 영남대 명예교수, 현재 <시 가꾸는 마을 >운영, 김수영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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