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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좋고 꽃도 많이 핀 지금! 정말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대구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를 추천합니다. 이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정말 재미있는 추억이 많아요. 친구들과 같이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 서문시장에서 먹은 칼국수, 예쁜 건물이 들어선 등굣길 풍경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편히 다녀올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단비 같은 봄비가 내린 다음날 따사로운 햇살이 꽃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날씨가 좋아 여행을 가기도 전부터 신나고 설렜다. 북문 건너편에서 버스(300번)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면 서문시장이 나온다. 조선시대에 전국 3대 장터라 불렸던 곳인 만큼 평일인데도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생선 한 마리 2000원!”, “과일 한번 보고 가세요!” 상인들의 힘찬 목소리가 시장의 활기를 띠운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독자가 추천한 칼국수를 먹어보려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헤집고 들어가 보니 칼국수 집이 일렬로 쫙 들어서 있었다.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잘생긴 총각 여기서 먹어~ 많이 줄게!”라고 말했다. 기분이 좋아져 그냥 그 가게에 앉아 버렸다. ‘칼국수 한 그릇에 3500원’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접시가 내 앞에 놓여졌는데 정말 푸짐한 양이었다. 접시를 보니 칼국수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제비도 들어 있었다. 흠칫 놀라 주인아주머니를 보니 “총각 잘 먹을 것 같아서 그냥 칼제비(칼국수+수제비) 했어~ 많이 먹고 또 와”라고 하셨다. 기분이 좋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본격적인 골목투어를 시작했다. 첫 출발지인 의료선교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서문시장에서 육교를 건넜다. 동산의료원 옆 주차장을 지나 청라언덕으로 갔다. 봄비 때문에 조금 떨어지신 했지만 여전히 꽃들은 만개해 있었다. 청라언덕으로 가는 길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냈다. 청라언덕에 가면 제일교회와 의료선교 박물관이 있는데 하늘 높게 솟아있는 건물과 뾰족한 첨탑으로 이뤄진 제일교회를 보니 가슴이 뻥 뚫렸다. 교회와 의료선교 박물관을 보면 서양과 동양의 건축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청라언덕에서 멋진 건물과 예쁜 꽃을 보며 다정하게 놀고 있는 연인들을 보니 옆구리가 시리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의료선교 박물관을 지나 3.1 만세 운동길로 갔다. 여기 저기 걸려있는 태극기와 3.1운동 벽화를 보니 신났던 마음이 숙연해졌다. 만세 운동길은 주택 근처에 있어 지나다니는 이가 많아 계단과 벽이 많이 훼손돼 안타깝기도 했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상화 시인과 독립운동가 서상돈 고택을 가는 길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가 적혀 있다. 시를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가니 고택이 금방 나왔다. 그곳에서는 이상화 시인의 예술혼과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에 섰던 서상돈 운동가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너무 삭막한 모습만을 봤던 걸까?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의 여유도 찾았고 이색적인 풍경을 많이 봐서 신기했다. 내일부터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시간이 난다면 자주 찾아오고 싶을 만큼 볼거리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았다. 다가올 시험기간 전에 잠시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면 학교에서 금방 갈 수 있는 서문시장과 근대 골목투어를 추천한다. 

*이 여행지는 조동현 (인문대 철학 14) 씨가 소개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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