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 번쯤 꿈꿔봤을 캠퍼스 로망, 캠퍼스 커플(CC)!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캠퍼스 커플의 폐해 때문에 같은 학교 사람을 만난다는 게 조금 망설여지기도 한다. 또한 그런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다가도,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기에 괜한 호기심만 인다. 이런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보고자 본지가 나섰다. 지금까지 속으로 삼키기만 했던 의문을 이번에는 밖으로 터놓고 말해보자. 본지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CC에 대한 본교생들의 인식을 파악해 보았다. 또한 CC 경험이 있는 4명의 학생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CC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아봤다● 

일러스트: 박성은 기자/pse14@knu.ac.kr

[1] CC가 된 일화를 들려주세요.

A: 전 소개팅으로 여자 친구를 만났던 적이 있어요. 여자가 대다수인 과에 다니던 친구가 나를 처음 봤을 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여자애가 있다면서 소개팅을 주선해 줬죠. 소개팅으로 연인이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저는 극적으로 성공했어요.

B: 저는 교양 수업에서 같은 조였던 사람과 만났었어요. 원래 조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그 사람과는 진전이 없었고 전혀 의외의 사람과 사귀게 됐죠.

C: 전 남자친구가 제 글을 읽고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해 만나게 됐어요. 번호를 받고 일주일 뒤에 만나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맞았어요. 만나고 삼일 뒤에 남자친구가 먼저 사귀자고 말을 꺼냈죠.

D: 저의 경우 보통 남자 신입생들이 한번쯤 꿈꿔볼 만한 일화네요. 같은 동아리의 여학생이었는데,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먼저 대시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군대가 그렇게 큰 벽일지 몰랐는데 막상 연애를 시작해보니 그게 아니어서 결과는 썩 좋지 않았지만요.

[2] ‘CC라서 이런 점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A: 만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 줄어들죠. 다른 지역에 살거나 다른 학교에 다니면 보기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들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는 CC는 하루에 한 번씩 얼굴 정도는 잠깐 볼 수 있잖아요?

C: 덧붙여서, 학식을 먹는 게 거리낌이 없는 것도요.

B: 맞아요. 일상적인 로맨틱이 가능하다는 거? CC는 캔 커피 하나만으로도 훈훈해질 수 있어요. 그게 CC의 최대 장점인 것 같아요. 내가 대학생인데 커플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CC에요. 풋풋함을 느끼는 데 딱이죠.

C: 저는 지난학기에 남자친구와 수업을 똑같이 들었어요. 이게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엄청 좋았던 것 같아요. 팀 과제를 할 때도 팀원을 짤 필요 없이 남자친구랑 같이 할 수 있고, 생각도 잘 맞으니까 편하죠. 시험 공부할 때도 의견을 함께 주고받으며 답안을 더 풍부하게 쓸 수 있는 기본기를 만들 수 있었어요.

B: 이건 조금 19금일 수도 있는데, 학교가 같으면 동거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학교가 같고 자취를 하면 그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같이 등교 준비를 하고…이런 저런 면으로 상당히 편리하죠.

[3] CC는 술자리에서 안주감이 되기 십상이죠. 나는 말해준 적도 없는데 어느 새 모두가 내 연애사를 알고 있다는 건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닐 듯한데, 이런 일 때문에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나요?

B: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내가 상대방을 많이 좋아하면 주변에서 놀려도 정말 기분이 좋은데, 그게 아니라면 부담이 배가 돼요. 전 실제로 그런 문제로 남자친구와 헤어진 적도 있어요.

D: 제가 둔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게 불만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네요.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놀리면 술잔으로 한 대 때리고 웃어넘기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B: 이건 남자랑 여자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C: 헤어지고 나서 구설수에 오르면 조금 곤란하죠. 특히 술자리에서 스킨십에 관해 이야기 하면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나 싶어요. 여자 친구랑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다 이런 거요.

[4] 그렇다면 상대방과 서로의 인간관계가 겹쳐지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C: 저는 상대방과 아는 사람이 겹치는 게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의 주변 사람을 알아가면서 서로 교집합을 더 많이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A: 저는 여자 친구가 주변에서 나쁜 이야기를 듣고와서인지 서로의 인간관계를 오픈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친구를 소개받는 것도 부담스러워 해요. 그 덕분에 주위 사람의 입에서 우리 이야기가 오르락내리락한 적은 없죠. 

B: 이건 아는 사람의 이야기인데요. 오래 사귀던 커플이 헤어졌는데 문제는 서로 아는 사람이 모두 겹친다는 거예요. 그리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여자 쪽에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주위에서 여자는 물론이고 새 남자친구도 엄청 평판이 안 좋아졌어요. 설상가상인 게 새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여자의 전 남자친구와 같은 분야에서 일한다는 거예요. 서로 얽히고설키고…이런 경우에는 정말 안 좋더라고요.

[5] CC를 하면서 공개 연애를 하자니 후폭풍이 걱정이고, 비밀로 하자니 찝찝합니다. 연애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는 게 맞을까요?

D: 저 같은 경우 동아리 안에서 만나다보니 드러내고 싶지 않았어요. 또 군대 가기 전에 여자 친구를 사귄다는 게 되게 이기적이잖아요? 실제로 이런 일이 동아리 안에서 친했던 사람들이랑 멀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몰래 사귀려고 했죠. 그래도 몰래 사귀다보니 거기서 오는 스릴도 있었어요. 몰래 손잡고, 쪽지도 주고받고. 나름의 로망이기도 했죠.

B: 저는 연애 사실을 숨겼다가 친하게 지내던 다른 친구와 사귀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어요. 남자친구는 따로 있는데 말이죠. 저랑 남자친구는 웃어넘겼지만 남들이 봤을 때 ‘뭐야 쟤랑 썸 타는 줄 알았는데 남자친구가 따로 있었네'라는 생각에 평판이 나빠지기도 했어요. 왜 그런 헛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싫었어요.

C: 저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수업을 같이 들었잖아요. 시험을 쳤는데 한날은 교수님이 남자친구와 제 답안이 똑같다고, 같이 공부했다고 뭐라 하시더라고요. 시험도 멀찍이 떨어져서 쳤는데 아무래도 서로 영향을 받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니 조금 억울하기도 하더라고요. 공개 연애를 하면 이런 게 CC의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6] CC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가요?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구들과 보내야 할 시간을 이성 친구에게만 쏟아 아쉽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C: 작년에는 남자친구랑 시간표를 똑같이 짜서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수업 시간 내내 함께 있고, 수업이 끝나면 밥을 같이 먹고 카페 같은 곳에 가서 각자 할 일을 했죠. 그러다보니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계속 함께 있었어요. 이 시간들 덕분에 둘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었어요. 내 시간이 부족한 것과 더불어 인맥을 넓혀도 깊어지는 게 아니라 얕게만 맴도는 것 같아요.

D: 저 같은 경우는 인맥에 큰 무게를 안 두는 스타일이라 괜찮아요. 대신 조금 불편한 건 있죠. 예를 들어 같이 공부를 해도 저는 집에 가서 인터넷을 이용해야하는데 여자 친구가 학교에 남아있고 싶어 하면 원래 계획을 바꿔야 해요.

A: 저와 제 여자 친구는 떨어져있을 때 서로의 생활에 간섭을 안 해요. 연락을 한다 해도 끊임없이 하기 보다는 설렁설렁해요. 대신 만났을 때 밀도 있게 만나는 편이죠.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는 서로의 시간을 지켜주는 편이에요. 내가 널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나를 떠났을 때 너의 생활도 존중한다는 거죠. 그래서 점심은 무조건 친구들과 함께 먹고 저녁만 여자 친구랑 먹어요.

B: 저는 누가 제 시간을 뺏는 걸 싫어해요. 남자친구라도 말이죠. 자주 만나도 이틀에 한번 정도에요. 특히 CC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더 가깝다보니 일주일에 4,5일은 만나는 것 같은데, 저랑은 안 맞죠. 성향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면 좋겠지만 안 맞는 경우가 되게 많죠. 이런 문제로 싸우거나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7] CC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함께 보내다보니 데이트가 단조로워진다는 말이 있는데요, 정말인가요?

A: 굳이 CC가 아니어도 데이트는 계속 하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어요.

B: 맞아요. 대부분의 커플들이 항상 가던 곳, 정해진 공간 안에서 왔다 갔다 하게 돼요. 만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그렇죠.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고 똑같아요. 그럴 거면 같이 수업도 들을 수 있는 CC가 훨씬 낫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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