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학교 졸업식에 웃고 넘길 수 만은 없는 현수막이 걸렸다. “졸업하면 뭐하나   백순데 ” 해당 학과의 졸업생이 50명인데 3명만 정규직에 취업을 했단다. 청년 실업률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아픈 에피소드다. 올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체감 실업률이 12.5%라고 한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15년 만에 가장 높은 11.1%란다. 무직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들이 빚쟁이로 전락하고 있다.
EU의 경제적 지존인 독일도 오랫동안 높은 실업률로 청년들이 고통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통일 후유증 때문인지 1991년 동독과의 통일 이후, 2005년까지 실업률이 10~12%가 넘었고 극심할 때는 2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5년 2월 기준 독일 실업률은 6.5%다.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이 55%~60%에 달하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3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이지 경이적인 일이다.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그나마 낫다고 해야 할까?
독일의 실업률이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원인이 일자리의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이나 전문직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일자리는 삼성, LG, 현대 등 굴지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정규직을 의미한다. 마치 몸통과 팔다리는 가느다란데 머리만 커진 가분수 형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의 청년 취업은 몇몇 대기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 머리를 받치는 몸과 다리가 훨씬 튼튼하니 건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은 “독일 중소기업은 엘리트 기업이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히든 챔피언이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중소기업이 바로 독일 경제의 축임을 짐작하게 만든다. BMW의 브랜드 가치가 2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단일 브랜드 파워로 세계 최고다. 흥미로운 것은 BMW 직원이든 하청 업체 직원이든 월급이나 여타의 처우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직원의 직장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활성화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 마련이 없이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이제라도 정부가 중소기업에 최적화된 정책 솔루션을 마련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야만 하는 이유다.
성경 누가복음 16장 10절의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 라는 말씀은 ‘세상 어디에도 사소한 일이란 없다’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독일 유학 시절, 늘 실험 기구를 세척해 주고, 실험 재료를 미리 준비해 주는 연구 보조 인력들이 있었다. 매사에 빈틈이 없고 정확했다. 여지없는 프로였다. 세계적인 연구 성과의 뒤에는 이런 히든 챔피언들이 어김없이 존재한다. 평생 전자현미경만을 찍고 해석하는 전문가, 진드기나 바퀴벌레를 배양하는 전문가 등과 같은 히든 챔피언들과 동료로 일한 적도 있다. 그들의 세계에서 그들은 최고다.
청년들이여 체면이나 겉치레에 익숙한 우리네 문화에 굴종하지 말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거기에 전 인생을 걸어보자. 어찌 취업의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남들이 선망하는, 남들이 좋아하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걸어 보자. 남과 다른 나만의 길. 거기에 열혈 청년인 당신의 길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여러분이 히든 챔피언이 되는 그날까지 결코 포기하지 마시길 바란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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