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대구시 주변을 둘러보면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나 건물 등이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보존을 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과 일제강점기의 흔적들은 없애야 한다는 입장. 두 입장 모두 맞는 말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주변의 것들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적산가옥 리노베이션, 사람들의 기억을 담다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이 소유했던 재산 중 주택을 말한다. 이 적산가옥이 많이 있는 곳이 북성로이다.
대구에는 읍성이 있었다. 그 읍성은 친일파 박중양에 의해 1906년과 1907년 사이 허물어졌다. 읍성이 없어지고 동성로, 서성로, 북성로, 남성로가 만들어지게 됐다. 읍성이 있었을 때는 읍성의 남부와 서부가 대구의 중심지였으나, 읍성이 허물어지고는 북부와 동부 지역이 발전하게 됐다. 북성로 일대에는 일본인들의 상점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곳은 번화가가 됐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물건들을 판매하는 공간이 되면서 공구상 골목으로 바뀌게 되고 번영을 유지한다. 하지만 IMF 이후에는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북성로에는 400여 채의 근대 건물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근대 건물들 대부분이 간판 등으로 덮여 있던 상태여서 그것이 어떤 건물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2011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시민들을 중심으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리노베이션은 그 뜻처럼 기존 건축물을 헐지 않고 개·보수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업의 첫 번째 대상이 된 것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던 적산가옥으로 삼덕상회라는 이름을 가진 철물점이었다. 삼덕상회는 리노베이션 목적에 맞게 일제강점기의 시대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했었다. 철물점은 리노베이션을 거친 후 카페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그 다음으로 리노베이션 된 건물은 공구박물관으로 2013년에 리노베이션 됐다. 리노베이션 된 건물은 1936년도에 지어진 건물로 당시 미곡 창고로 쓰였다. 공구박물관에 전시된 공구들 중 431점이 삼덕상회에서 기증받은 물건들이다. 또한 1950년대부터 북성로의 형성 과정을 볼 수 있는 물건들도 기증을 받아 전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건물을 이용해 북성로의 역사를 담는 것이다.
개관을 앞둔 중구 서문로 대구위안부역사관 역시 적산가옥을 리노베이션한 건물이다. 지난해부터는 중구청도 리노베이션 사업에 뛰어들어 북서성로 주변의 근대건축물 11동을 복원했다. 올해도 같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리노베이션 사업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중구 도시만들기 지원센터 간사 안진나 씨는 “도시를 대하는 방식이 항상 무언가를 파괴하고 폐기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며 “보는 사람에 의해 공간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건물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적의 재산이 아닌 나의 재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구박물관 학예사 정유진 씨는 리노베이션 건물의 의의에 대해 “역사라는 것이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건물을 없앤다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건물들을 다 없애버리는 것보다 건물들을 통해 북성로라는 곳 자체가 일본인들에 의해 성곽이 무너지면서 만들어졌고 광복 후에는 우리가 그 비어있는 건물을 활용해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들을 아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성못, 이상화 시인과 미즈사키 린타로
수성못에 가면 다들 한 번쯤 이상화 시인의 시비를 보았을 것이다. 이상화 시인은 대구 출신으로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과 애국심을 드높였던 민족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상을 얻은 곳도 바로 수성들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1926년 《개벽(開闢)》지 6월호에 발표하였던 것으로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이 들어나는 시이다. 이상화 시비는 2006년 3월 15일에 제막식을 갖고 현재까지 그 자리에 서 있다.
이 수성못에 시인의 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2월 6일 수성구청은 ‘수성못 스토리텔링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이 보고회에서 이상화의 시를 모티브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명소화하는 내용이 논의됐다. 수성구청 박상형 주무관은 “이상화 시인의 시비를 중심으로 시인의 노래, 시인의 꿈, 시인의 사랑을 테마로 해 시인의 거리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시인의 시비 수성못 건너 맞은편에는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 씨의 무덤이 있다. 수성못 주위에는 수성못 건설과 관련된 안내판은 없는 상태이다. 수성못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 씨와 4명이 주도하여 만들어지게 됐다. 당시 총독부에서는 수성못 건설을 만드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미즈사키 린타로 씨가 강하게 주장하여 수성못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1924년 5월26일 수성수리조합 설립 인가서를 받아내고, 그해 9월27일 착공에 들어가, 1927년 4월24일 마침내 완공했다. 수성못이 없을 때는 인근 주민들이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수성못을 통해 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가이즈카 향나무, 있어야 할 곳은 어디?
달성공원 한가운데 선 가이즈카 향나무들, 1909년 이토 히로부미와 순종황제가 기념식수한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가이즈카 향나무들이 곳곳에 심겨지게 됐다. 당시 일본인 거주 지역과 관공서, 학교를 중심으로 심겨졌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본을 대표하는 조경수이며 나사백, 왜향나무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았었다.
달성공원에는 최제우 동상과 석주 이상룡 구국기념비, 왕산 허위선생 순국기념비가 있다. 최제우 동상은 그의 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된 것이고, 석주 이상룡 구국기념비, 왕산 허위선생 순국기념비는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현충시설이다. 왕산 허위선생은 경북 선산 출신의 의병장으로 적극적으로 의병활동을 펼쳤었다. 석주 이상룡은 독립운동 단체들을 통합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었다. 이 기념비들 역시 가이즈카 향나무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달성공원의 경우 일본수종 교체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아직 실행된 것은 없다. 안내 리플렛에도 가이즈카 향나무와 관련된 내용을 볼 수 없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북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생활속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현충시설, 관공서, 학교, 공공장소의 일본향나무(가이즈카)교체에 관한 청원'을 제출했고, 경북도의회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현충시설과 관공서 등에 식재된 일본 상징 수종들을 우리 고유의 수종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보도자료에서 청원서 제출이유를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제강점기에 황국신민화 문화침략 도구”라며 “현충시설에까지 버젓이 심겨진 모습은, 광복 70주년을 앞둔 우리를 너무 부끄럽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도 작년 5월 2일에 열린 324회 본회의에서 재석 214인 중 찬성 186인, 반대 3인, 기권 25인으로 ‘국립현충원 일본 수종 제거에 대한 청원’을 채택해 올해 1만여 그루의 일본 원산지 수종을 제거해 나갈 계획으로 예산까지 확보했다.
대구의 초중고등 학교들에도 가이즈카 향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의 보도 자료(2014.11.21. 발표)에 의하면 조사 당시 집계가 완료된 대구 소재의 학교 100곳 중 56곳에 가이즈카 향나무가 심겨져 있다고 한다. 보조 자료에서 “교내에 나무를 식재하고 교목을 선정하는 일은 우리 아이들의 인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가치지향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밝히며 강조했다. 경북대병원 본관 앞과 대구캠퍼스 곳곳에도 가이즈카 향나무가 심겨져 있다.
박상진 명예교수(농생대 임산공학)는 “가이즈카 향나무가 항일 유적지에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나무를 나무로만 생각한다면 그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후략)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사진 : 최지은 기자/cje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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