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더라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에서는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서 ‘평등권’ 위반이 아닌가 하는 위헌 논의가 있었지만 여론 조사에서 찬성의 비율이 훨씬 더 높게 나온 것이 입법을 재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94년에 옴부즈맨제도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설립하였으며 1995년 이후 시민단체 등이 특별검사제 도입과 부패방지법 도입을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한 결과 2001년에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2002년에 대통령 소속 국가기구로 부패방지위원회를 설립하였다. 2008년에는 양 기관을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폐합하면서 국무총리 소속 기구로 직제를 축소하였다. 그 결과는 우리나라는 2014년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하는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에서 한국이 43위를 기록하여 6년 연속 정체 또는 하락이라고 하는 부끄러운 성적표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이 김영란법 제정을 찬성하는 여론을 만들었을 것이다.

김영란법의 제정은 대학의 청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재단 비리’ 척결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법이 악용되어서 학문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지만, 교육과 언론이 공공부문과 마찬가지로 청렴해야 하는 분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도 다른 사회 조직과 마찬가지로 권력(갑을)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학교에서 권력 남용이나 부정과 부패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다른 조직에서보다 더 큰 문제이다. 학생들은 지식뿐만 아니라 윤리도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데, 윤리는 강의에서가 아니라 생활에서 배우기 때문이다. 대학에서의 부정 행위는 학생들에게 상처를 입힐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칫 그 부정을 알지 못하거나 그것을 ‘세상물정’이라고 생각하여 부정 행위를 반복하게 한다는 점에서 반교육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부패 문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분은 1960년대 중반에 유학을 와서 외국의 대학에서 재직하시다가 정년퇴임을 하셨는데, 내가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연구실에 찾아갔을 때 박스에 가득 들어 있는 신문 스크랩을 보여 주셨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패 관련 기사들이었다. 아마도 그 교수님은 외국에 사시면서 우리나라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것을 더 잘 아시게 되셔서 그것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계셨던 듯하였다. 교수님은 또한 당시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의 한 여학생이 자퇴(대학거부) 선언을 한 것을 대단하게 여기시면서, 그 행동이 우리나라의 대학에 대해서 경종을 울릴 것을 기대하시기도 했다. 김영란법 제정이 “진리와 우정과 정의가 있는, 살아있는 대학”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