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친구에게 사람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찍을 수 있는 카메라는 왜 없냐고 물었다. 친구는 그런 것쯤은 이미 발명됐을지 모른다고, 그러나 비싸서 구매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 카메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때는 당시 쓰던 카메라 자체가 눈에 보이는 대로 찍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메라란 원래 그런 물건인줄 알았다.

인간의 좌우 시야각은 거의 180도에 가깝다고 한다. 인간의 시야에 가까운 광각렌즈도 분명있다. 그렇지만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쓰던 디지털 카메라는 화각이 좁았고 휴대폰 카메라 역시 인간의 시야에 들어오는 넓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다. 눈으로 봤을 때의 아름다움은 사각 프레임 속에만 들어오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프레임 밖의 모습까지 이미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프레임 안팎이 모두 보이는 그대로의 사진을 기대했던 것 같다. 

카메라 라는 기계에 많이 의존했다. 사진이 찍고 싶은 순간, 내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셔터를 누르면 그 순간이 카메라에 담길 것 같았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난생 처음 대만여행을 갔을 때, 낯선 나라의 모습을 꼭 남기고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 노릇을 충실히 하고 돌아왔을 때, 다시 본 사진들은 흔들렸고 빛이 너무 강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 후 원하는 대로 담는 법을 모르겠다고 스스로 단정지었다. ‘나는 그냥 사진을 못 찍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신문사에 들어오고 사진 교육을 받으면서 이것저것 다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에 어려워하는 사진도 배워보려 했던 것 같다. DSLR이 무엇인지, ISO, 조리개 값, 셔터 스피드 등 하나하나 배웠을 때 들었던 생각은 ‘아, 이제까지는 내가 아니라 카메라가 사진을 찍었구나’였다. 배운 것에 따라 조금씩 찍어보니 한 장의 사진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사진이 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사진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또 사실은 그랬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위치, 각도를 찾고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엔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풍경들이 있고 사람들에게 알려야할 사건, 놓치기 싫은 순간 등 카메라에 담을 무수히 많은 재료들이 있다. 재료들은 내가 어느 각도에서 카메라를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따라 만족스러운 음식이 될 수도 버려야 될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사진을 좋아하게 되면서 배운 또 다른 교훈은 어떤 분야가 처음에 어렵고 내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해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포기하면 어려워도 배워서 나만의 사진을 찍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은 사람이 찍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여전히 사진을 썩 잘 찍지는 편은 아니다. 사진을 나보다 늦게 배운 친구보다 모자란 점도 많다. 하지만 많이 찍어보면 해결될 문제다. 시도가 다양하면 얻는 사진도 많아진다. 사진을 찍으면서 조금씩 이런 사실들을 깨달아간다. 카메라라는 감투를 쓰고 오늘도 보도사진을 찍으러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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