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고 캠퍼스에는 학생들로 넘쳐나는데 아직 공기는 차갑다. 젊은이들의 생동하는 에너지가 동장군을 물리치고 봄을 재촉할 것도 같다마는 해가 갈수록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고 밤은 더욱 깊은 듯하다. 이런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 세대를 우리는 삼포세대라 부른다. 삼포세대란 불황, 취업난, 물가 등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란 뜻이다. 인간을 떠나 동물이라면 마땅히 가지는 원초적 욕구를 포기하는 유일무이한 세대다. 일부 꼰대들은 삼포세대의 결과가 젊은이들의 이기심 때문이라 말한다. 책임지거나 헌신하기 싫어하고 참고 인내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혼자 밥 먹는 것이 편해 ‘혼밥족’이 되고, 혼자 수업 듣는 것이 편해 ‘독강족’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끔 연합할 때가 있는데 바로 닭이 먹고 싶을 때다. 닭 한 마리를 혼자 먹자니 많고 비싸다. 아는 사람을 부르자니 부른 당사자가 닭값을 다 부담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익명의 솔로부대원과 연합하여 반반 부담을 하고 닭을 먹는다. 이것이 2인1닭이다. 그래서 이기적이고 똑똑한 젊은이들은 행복한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일부 어른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삼포세대가 되는 원인이 단순히 개인의 이기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연애, 결혼, 출산은 동물이 가진 원초적 욕구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이기적으로 행동 하고자 한다면 더욱 많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자신의 분신인 자식을 낳아야 한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수업을 듣고, 함께 닭을 먹고 싶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기심의 문제가 아니다. 삼포(三抛)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결국 사회적인 문제다. 올해 잡코리아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 5명중 3명이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1인당 평균 1321만원의 부채를 가지고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부채규모는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은 9%, 임시직, 일용직과 취준생 그리고 구직을 단념한 이들을 포함시키면 체감실업률은 21.8%나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불안한 대학생은 ‘혼밥족’이 되고 ‘독강족’이 되고 2인1닭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 세대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들어오기 전 까지 무한경쟁 속에서 여유 없이 살아온 세대이다. 학교, 학원, 집을 전전하며 개성과 여유는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참고 버텨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고 보니 기업은 높은 스펙과 함께 창의성에 사회성까지 요구한다. 도대체 청년들은 언제쯤 경제적 사회적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얼마 전 김진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는 것이 흡연자들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한 바가 있다. 이 일은 우리에게 행복추구권이 있다는 것을 새삼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날 흡연자들보다 더욱 행복추구권을 침해 받고 있는 사람들이 삼포세대라 불리는 대한민국 청년들이다. 적어도 이러한 청년들의 스승이라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말로 때우려하기 보다는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도록 앞장서고 최저임금 인상과 청년 취업난 해결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결국 이들이 내는 세금과 연금의 질에 비례해서 기성세대들의 노후가 결정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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