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동성아트홀, 그리고 예술독립영화

2015년 2월 25일, 2004년 개관한 대구의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이 마지막 상영을 했다. 예술영화 지원금이 33% 삭감된 이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것이 동성아트홀이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다. 지원 사업에서 탈락한 영화관은 주로 지방 소재 예술영화관이다. 안동, 거제, 대전, 대구, 부산의 예술영화 상영관이 탈락해 존립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 지난해 3개관이었던 롯데시네마 상영관이 올해 2개관 더 늘어나 총 5개관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상급 기관이 지역 극장 수입이 지원금보다 적다고 지적해, 시설 및 접근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는 2,200여 개의 스크린이 있다. 그리고 대구에만 130개 가까운 스크린이 있다. 대구는 전국에서 인구대비 영화를 꽤 많이 보는 지역이다. 모든 관이 멀티플렉스(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 체제인데 반해 동성아트홀은 2004년부터 단관 예술독립영화관으로서 그 형태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연간 200편이 넘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예술영화라는 정체불명의 영화들과 독자적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던 독립영화가 이제는 분명히 대구지역 영화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그 중심에 동성아트홀이 있다”고 말했다.

동성아트홀은 원래 소극장이 한창이던 1992년 대구지역 중심가인 동성로에 설립된 대표적인 소극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구극장 등의 대형극장들이 주요 개봉관이었고, 배급 여건으로 인해 빨리 영화를 내려야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 영화들을 받아 개봉하는 재개봉관이 있던 시절이었다. 동성아트홀은 그 주변에 15개의 소극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재개봉관이었다. 당시 개봉관 요금이 약 4000원이었는데, 동성아트홀은 3000원 정도의 요금을 받고 배급사에 지불한 부금만 8천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 규모를 현재로 환산하면 지금 동성아트홀의 연간스코어인 2만 명 정도의 관객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관람했고 세 달에 거쳐 거의 5만에 가까운 관객이 동성아트홀을 찾았던 것이다. 화려한 역사를 뒤로 하고, 남 씨가 2002년 말 대구시네마테크를 설립한 뒤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때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남 씨는 35mm영사기가 있는 소극장이 있다는 말만 듣고 동성아트홀을 찾았고, 제한상영관으로 마지막 신음을 하고 있던 동성아트홀과 대구시네마테크가 5분 만에 예술영화관을 운영해보자는 합의를 했다. 그 약속은 이후 11년간 지속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약속은 극장 소유주와 운영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끝을 맺고 말았다.

영진위에서 주장하는 심사 내용은 예술독립영화인들의 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지금의 예술영화전용관은 위원회의 지원금 의존율이 매우 높고, 관객 점유율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변화하는 예술영화시장과 관객 성향을 고려하여 예술영화전용관도 함께 변모할 필요성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심사위원회는 지원극장의 제반여건과 운영실적 및 향후 발전가능성을 고려하여 지원을 결정하였다”고 덧붙였다.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멀티플렉스 중심의 대기업만 지원을 몰아주면서, 영화 산업의 독과점 현상을 더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실제 2006년 이후 CGV 무비꼴라쥬나 롯데 아르떼관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어 시장 잠식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기존에 단관 예술영화관들이 성장시킨 예술영화 시장조차 대기업이 뛰어들어 이를 잠식시켜 왔었다”며 2차 시장 성장 등으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 등 여러 요인이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관객 수 증가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거제나 안동의 경우 인구 자체가 적은 도시이고, 그런 면에서 관객 수가 적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기에 그런 논리로 지원을 했는데 도리어 그에 반하는 논리로 탈락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남 씨는 말했다. 대구 동성아트홀의 경우에는 예술영화관의 모범사례로까지 영화진흥위원회가 홍보했던 극장이고, 작년 극장 평가 시 인센티브 지급까지 받은 극장이다. 남 씨는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작년 중간 평가한 심사위원과 현재 예술영화관 선정 심사위원들과는 예술영화를 보는 시선이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인데 과연 일관성 있는 행정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동성아트홀은 색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초기의 칙칙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자발적으로 지역의 미대생들이 인테리어를 해 주었고, 지금까지도 자원봉사제를 통해 관객들이 매 월 한 번 자원봉사를 한다. 영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영사를 하고 매표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매표를 하는 등 영화관의 운영을 자원봉사 하는 관객들이 돕는다.

“물론 대가는 아무 것도 없다. 관객의 자긍심과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극장이라는 극장의 자부심만이 있을 뿐이다. 이 부분만은 공공극장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장 많이 드러내는 사례라고 자부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동성아트홀이 이제 폐관을 결정하게 됐다.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몰리는 느낌으로 영화를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을 느낀다는 남 씨를 아직까지도 동성아트홀의 열혈 관객들이 응원하고 있다. 동성아트홀의 팬페이지 ‘동성아트홀릭(cafe.naver.com/dartholic)’에서는 폐관 결정 이후 인수를 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는데 문의가 꽤 오고 있단다. 그러나 골든타임이 얼마 없어 마냥 희망차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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