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역시나 하회마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이 외곽을 따라 돌아 나가는 마을, 조상들의 해학과 풍자가 엿보이는 탈춤의 고장,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다녀갔던 곳.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하회마을에 다녀오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미처 몰랐다. 안동에 하회마을 말고도 많은 볼거리가 있다는 걸!

평소의 나는 여행지를 다닐 만큼 부지런한 사람은 못 된다. 여행 당일에도 오전 열 시 남짓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 직접 도시락도 싸고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한 번씩은 여느 주말처럼 느긋하게 일어나 나들이하듯 새로운 곳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도 좋다. 그런 여행지로는 안동이 최적이다.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삼십분이면 안동 터미널에 도착한다.

안동 터미널에서 첫 번째 목적지인 도산서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안동의 거의 모든 버스는 시내 중심지를 거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한 번에 가기보다 언제나 중심지를 거쳐 환승 한다. 이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교통 카드와 버스 시간이다. 특히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정해진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안동의 버스 시간은 책자로 잘 정리돼 수시로 확인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터미널 안내소에서 하나 구해 가지고 다니면 좋다.

도산서원으로 가기 위해 일단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하차했더니 배가 고팠다. 점심 즈음이었다. 정류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풍류가 있는 시장’, 안동 구시장이 있다.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는 구시장에서 여러 문화 체험 행사들이 열린다. 시장이라는 공간이 많은 사람의 복합 문화 공간이 되는 셈이다. 또, 구시장에는 찜닭 골목이 있다. 안동에는 간고등어, 안동 문어, 헛제사밥 등 특별한 음식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제일 떠오르는 음식은 역시 찜닭이다. 요즘은 많이 생겨난 프랜차이즈 찜닭 음식점들로 인해 학교 주변에서도 쉽게 맛 볼 수 있는 메뉴지만 본고장에서 먹는 찜닭의 맛은 어떨까 기대하며 주문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찜닭이 푸근한 시장 인심을 보여주듯 커다란 접시 가득 담겨 나왔다. 매콤함과 달콤함 어느 하나가 튀지 않고 두 가지 맛이 잘 조화되는 맛이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도산서원에 도착했다. 도산서원 입구의 흙길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때문에 발걸음도 한 발 한 발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아직은 봄이 오지 않은 늦겨울,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해를 덮어주는 산 능선을 훑다보면 얼마 남지 않은 햇살을 반사시키고 있는 낙동강 물에 시선이 맺힌다. 강 너머에는 높이 솟은 땅에 세워진 시사단이 있다. 조선시대 영남지방의 과거시험 장소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건물이다. 도산서원의 한옥 건물들은 하나같이 크지 않다. 옛 선비들의 검소하고 소박한 정신이 드러난다. 심지어 우물조차 무궁한 지식의 샘물을 퍼내 마시듯 노력으로 심신을 수양해야한다는 교훈을 새기고자 ‘열정’으로 이름 지었다고 하니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안동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는 월영교였다. 월영교를 마지막에 방문한 이유는 끝내주는 야경의 명소이기 때문이다. 나는 저녁쯤 방문했지만 사실은 낮의 풍경 역시 수면에 비치는 월영교 다리와 하늘이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루어 장관을 연출한다.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끝까지 가보지 않았던 게 여행이 끝난 지금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끝을 모르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점을 남겨 두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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