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조삼모사 ‘대학회계’ 그 속을 파헤치다

지난 3월 3일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대학회계재정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국·공립 대학과 학생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공립 대학은 기성회비가 부당하다는 판결에 재정위기가 왔지만 국립대학회계재정법이 제정되어 한숨을 돌렸고 반면 학생들은 정부가 학교운영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2010년부터 뜨거운 감자인 기성회비와 국립대학회계재정법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자●

서서히 드러나는 기성회비의 문제국·공립대의 2014년까지의 재정 운영 구조는 국고일반회계(입학금, 수업료)와 비국고회계인 기성회회계(기성회비)로 구성됐다. 기성회비는 1963년 정부가 예산 부족과 대학의 연구·시설비 등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로부터 기존 입학금·수업료 외의 명목으로 돈을 거두면서 시작 됐다. 하지만 이후 재정난이 완화 됐지만 기성회비의 징수는 계속되자 8개 국·공립대(공주교대, 공주대, 경북대, 경상대, 서울대, 부산대, 서울대, 창원대) 학생들이 2010년 11월(1차 소송) 국·공립대 기성회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을 진행했다.

1심(2012년 1월)과 2심(2013년 11월) 판결에서 ‘기성회비는 규약에 근거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납부하는 회비로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 받았고, 현재는 대법원에서 3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기성회비 징수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오자 유사 소송이 계속해서 진행됐다. ‘1차 소송’에서는 1인당 10만원씩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이후 소송은 소송인원이 늘었고 금액도 1인당 수 백만 원에서 수 천만 원까지 높아졌다. 본교 1차 소송 총책임자 황지민(사회대 문헌정보 05) 씨는 “국·공립대는 국가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성회비가 방만하게 사용됐고, 잘못 사용된 부분이 많아 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정위기상황의 신의 한 수 국립대학회계재정법국·공립대 등록금의 70~80%를 차지하는 기성회비(본교의 경우 작년 등록금 구성은 기성회비 72%에 수업료 28%)가 법적근거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 실질적인 학교운영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알리미 ‘국공립대학 기성회계 현황’에 따르면 대구지역 국공립대학의 2014년 기성회비 평균은 약 1조4000억원이다. 반환 소송의 소멸 시효가 10년인 것을 고려하면, 청구할 수 있는 모든 학생이 10년치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낼 경우 반환 금액은 전체 14조원에 이른다.

이에 입법부는 대학의 재정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다. 2012년 7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소속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는 비국고회계인 기성회회계를 일반회계와 합쳐 운영하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유은혜 의원(새정치 민주연합)이 2014년 2월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과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2014년 7월 ‘국립대학법안’을 잇따라 1차 법률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 대표발의 했다.

올해 2월13일 2차 법안소위에서 3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하여 만들어진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 졌고, 이 법률안은 2월24일 4차 교문위 법안소위와 3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40년 이상 법적 근거 없이 비용을 걷어 운영되던 기성회 회계는 폐지하고, 국립대 전체 재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확정됐다.

신설된 ‘대학회계’ 무엇이 달라졌나?국립대학회계재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공립대 재정회계는 각종 예산 집행 체계가 변경된다. 신설된 대학회계에 관해 본교 재무과 김기영 재무팀장은 “종전의 국고일반회계 예산 편성은 정부에서 이뤄졌다”며 “하지만 신설된 대학 회계는 학교 자체에서 예산 편성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설된 대학회계는 예산 편성과 예산 심의·의결을 맡은 곳이 다르다. 대학의 장이 예산 편성을 하지만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곳은 재정위원회다. 재정위원회는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재정·회계규정 표준안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번 예산 편성에 관해 15학년도 등록금으로 징수한 수입은 법률 시행 직후 대학회계 수입금으로 세입처리를 하고, 세출예산 편성시 재정위원회는 대학의 장의 동의 없이 세출예산안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세출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

사라진 ‘기성회계’의 잔재 처리는 어떻게?황지민 총책임자는 “기성회비에 관해 반환소송이 아직 진행중이지만 재정회계법이 통과되면서 소송 자체가 무의미 해지는 결과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대학은 약 14조 가량으로 추산 되는 기성회비 반환 금액은 감당할 수 없어 기성회비 파산신청을 준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교와 대구교대 관계자는 매일신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서 기성회비를 돌려주라고 결론난다면 전국 국립대가 일제히 기성회 파산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며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얼마 안 되는 기성회계 잔액에서 소액을 돌려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기영 재무팀장은 “3심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필수 인건비는 기성회비에서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래 기성회비는 2월 28일자로 유효기간이 끝나지만 교육부가 국립대학회계재정법이 시행되기 전 한 달 이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년을 연장 시켜, 기성회계를 대학회계로 넘겨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회가 폐지되고 또 다른 잔재는 기성회직원들의 관한 처우 문제다. 기성회 폐지에 따라 기성회 직원들은 퇴직 후 대학회계 직원으로 신규채용 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한 수당으로 지급해 왔던 급여보조성 경비는 승계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임금삭감이 불가피 하다.

이에 김기영 재무팀장은 “기성회 계약직 같은 경우 본인이 사표를 내면 ‘퇴직 후 재입사’방식으로 고용승계 할 것이다”며 “국립대학회계재정법 부칙 4조 3항에 따라 대학 회계직원이 보수, 복무 등의 근로조건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2015년의 본교 상황 달라진 것은 이름뿐 2015년 본교의 등록금 고지서에서는 ‘기성회비’가 사라졌다. 사라진 기성회비는 신입생은 ‘등록 예치금’, 재학생은 ‘수업료’라는 명목으로 고지서에 기재됐다. 하지만 금액에는 변동이 없었고 명칭만 바뀌었다. 이에 본교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이름만 바뀐 채 똑같은 금액을 냈다”며 “이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손용태(과학대 나노소재 공학 14) 씨는 “명칭이 수업료로 바뀌었고 똑같은 금액으로 거두니 수업료를 4배로 징수한 격이다”며 “학교 강의에 그만큼 투자가 될지 의문”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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