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대학의 새 학기는 진정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희망에 찬 신입생과 재학생, 복학생이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지성의 여정을 시작한다. 수천 시간의 강의가 매일 계속되고 인류의 모든 학문적 성과들이 강의실과 연구실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고 창조적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다양한 학생 활동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온갖 행사들이 우리 캠퍼스를 가득 채울 것이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봄기운과 함께 교정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순결하고도 장엄한 행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마냥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대학의 미래를 위협하는 암울한 문제들이 우리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째 계속되는 총장 공석사태와 기성회계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대학은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총장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였으나 아무런 사유 없이 거부당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모든 학내구성원과 지역의 대표들이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지혜를 모은 결과가 무참하게 묵살된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총장직선제를 비판하며 간선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우리 대학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 요구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에 대한 첫 응답이 간선으로 추천된 총장 후보에 대한 임명 제청 거부란 말인가. 교육부와 정부가 기대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더란 말인가. 자유로운 학문 연구와 교육을 위한 대학의 자율성과 자치권은 헌법적 가치이다. 행정적 지시와 개입으로 대학을 압박하고 통제하려는 현 정부의 태도는 반헌법적 권력남용이다. 우리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기능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조속히 총장 임명 제청에 나서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성회계와 관련된 문제이다. 기성회비 징수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이미 나왔고 대법원은 그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기성회비를 징수할 수 없다면 우리 대학의 재정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기성회비 반환 여부라든가, 대체 법안의 타당성 여부와 더불어 건전한 대학 재정의 확보에 보다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애초에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한 본질적인 이유는 학생들이 돈 몇 푼 돌려받자는 것이라기보다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환기하는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체법안으로 위기를 넘긴 것 같지만 국립대학 등록금에 대한 국가 책임 문제는 여전히 논쟁으로 남아 있다.

총장 부재와 기성회계 문제는 대학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심대한 위협을 가할 것이다. 그러나 두 문제 모두 쉽게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대학의 새 학기는 불안하고 암울하다. 더구나 두 문제 모두 대학 외부의 힘에 의해 야기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 내부의 혼란과 동요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외부의 도전에 대해 구성원이 힘과 지혜를 합쳐 하나로 대응해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오히려 구성원이 분열과 불필요한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사적 이해를 최소화하고 지극히 공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난마와도 같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간명한 정답은 주어져 있지 않다. 오직 대학다운, 대학의 기본 정신으로 무장한 우리의 지혜로운 합의와 행동만이 그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확신할 뿐이다. 새 학기를 맞는 경북대의 절망적인 현실을 우리 모두 직시하고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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