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살아야 합니다. 살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망이 없다면 일본으로 오십시오.” “일본의 한 가수가 당신을 위해서 밤마다 한국의 하늘을 향해 빌고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위암을 앓고 있는 박동원 씨에게 일본 가수 오카다 시노부 씨가 보내온 말이었다. 그들은 직접 만난 적이 없었지만 음악으로 교감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국적과 거리를 뛰어넘어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을 지난달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만나봤다●

Q. 위암이라는 중증을 앓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2년 전에 위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시한부 선고도 받았었죠. 의사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라 길래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떤 분야든 박사가 되고 싶었어요. 경북대가 학창시절 꿈이기도 했고요. 원자력 발전소에 15년 근무하면서 원자력에 대해서 잘 알게 됐고, 이걸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경북대 대학원에서 원자핵물리를 공부했어요.

Q. 석사 공부를 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내가 언제까지고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참 불안했죠. 한 학기에 끝날지 두 학기에  끝날지 알 수 없었어요. 저녁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ktx를 탈 때마다 ‘다음 주에도 또 이 기차를 탈 수 있을까, 여름방학이 되면 겨울 방학을 맞을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호흡이 끊어지더라도 경북대 안에서 끊어지자’라고 SNS에 글을 적었는데 아무도 그 의미를 모르더라고요. 교수님께도 내가 논문을 빨리 써야한다고 하니까 ‘시간 많으니 천천히 하십시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는 말했어요. ‘저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라고요. 수술 후에야 위암이라는 것을 밝혔어요. 위암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을 때 말할 곳이 없었어요. 나는 가족이 어린 딸들밖에 없는데 딸들한테 말할 수가 없었어요. 직장에도 말 못하고 그런 것을 혼자 삭히다가 보니 아픔보다 고독이 더 큰 고통이더군요.

Q. 오카다 시노부씨와 어떻게 연락을 하게 되셨나요?수술하기 전 6개월 동안 병중에 있을 때 시노부씨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그 노래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한지, 통증이 완화될 정도였죠. 나는 통증이 완화된 것이 너무 감사해서 편지를 보냈어요. ‘당신은 당대 최고의 가수이고, 내가 본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다’라고요. 그렇게 아픔과 공포에 몸서리치고 있을 때 이 사람을 만나게 된 거예요. 큰 강을 건널 때 내 손을 잡아주고 손을 내밀어 준 거예요. 나한테는 은인이죠. 내가 지금 살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사람이에요.

Q.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하셨는데 그 전에는 언제 만나셨나요?작년 10월 수술 후, 회복이 되기도 전에 도쿄로 갔었어요. 의사가 못 가게 말렸지만, 시노부씨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고 해서 갔어요. 내가 ‘내 발로 병원 문을 나서면 바로 당신에게 가겠다’고 했었거든요. 도쿄에 가니 시노부씨가 나 혼자만을 위해서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불러줬어요. 웅장한 반주에 수 백 명을 관객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한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크게 감동했었죠.

(오카다 시노부 씨)Q. 박동원 씨를 응원해주고 한국까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메일이 왔을 때 일본어로 장황하게 적혀있어서 일본인의 장난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정말 한국에서 보낸 것을 알게 됐을 때는 매우 놀랐고 감동했어요. 나 스스로가 노래하는 가수이지만 노래를 듣고 통증이 완화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기쁜 마음에 박동원씨를 만나고 싶어서 한국까지 찾아왔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작년 초에 논문계획서를 작성하며 일본 유학을 결심했어요. 도쿄대 시험이 작년 8월 25일에 있었는데 합격을 했어요. 그 뒤부터 의사들과 내가 살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후 수술을 했어요. 입학이 10월이었지만 결국 수술 후에 기력회복이 안돼서 못 가게 됐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 포기했고, 다시 시험을 칠 생각이에요. 이전에는 박사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박사가 되고 난 후도 생각을 해요. 경북대 강단에 서서 한 번 수업을 해보고 싶어요.

이슬기 기자/lsg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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