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우리 아버지는 내가 노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셨다. 뛰어다니며 놀거나 게임을 하고 있을 때면 청춘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셨다. 오직 독서와 공부만이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것이며 의미 있는 일이라 말하곤 했다. 그러나 15살의 어린 소년은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흥미도 없었다. 아버지는 나를 못마땅해 했다. 나는 이유모를 죄책감에 시달렸고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려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못해본 것을, 관심도 없는 것을 잘할 수 있을리 만무했다. 이 생각은 끔찍하게 변이 되서 ‘완벽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안해야지’로 번졌고 나는 안 될 것 같으면 쉽게 포기해버리곤 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출판사 시공사와 함께 남녀 직장인 1176명을 대상으로 완벽주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완벽주의를 추구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67.2%를 차지했다. 그 중 '완벽주의가 업무성과를 높인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전체 61.3%로 가장 많았다. 한편 '완벽주의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는 응답이 전체 75.9%로 가장 많았다. 완벽주의가 업무성과를 높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시시때때로 우리 정신을 갉아먹는다. 완벽주의자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일에 중요성을 두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전공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는 것이나 지금 발톱을 깎는 것이나 똑같이 완벽하게 처리해야할 일이다. 때문에 집중력은 분산되고 전공공부에 몰입할 수 없게 된다.  

현대의 사회는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완벽주의를 강요한다. ‘남자라면 운전을 잘해야지~’ 혹은‘대학생이 이정도 성적은 받야지~’ 이러한 주변의 과도한 기대치는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앞으로의 도전에 대하여 망설이거나 포기하게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내가 나의 나태함을 정당화시킨 것 인지도 모른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보니 나보다 우수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막상 그들을 자세히 보면 분명 허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선 단점보다 장점이 돋보였다. 나와 차이가 있다면 그들이 빛나기 까지는 많은 실수를 해왔으며 그들은 실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기사를 쓸 때마다 수많은 선배들에게 구박을 들어가며 썼던 기사들이 꾸역꾸역 신문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희미하게나마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또 언젠가는 완벽한 기사를 쓸 것이라 믿는다. 내가 실수했던 경험들이 나를 완성시켜주고 있다. 내가 완벽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나를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 완벽해지기 위해 완벽을 포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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