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 등 청년들의 문제 해결과 노동권 향상을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세대별 노동조합이 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것을 참지 않고 짜증을 내어 이루어 낸 성과들이다. 짜증을 내면 함께 맞장구쳐줄 사람이 있으니 이제는 참지 말고 짜증을 내라고 말하는 청년유니온의 위원장인 김민수 씨를 만나봤다●

Q. 작년 11월부터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해 지난 1월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 개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 개발을 한 이유와 성과는 무엇인지?청년들을 착취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다들 느낌으로는 압니다. 블랙기업이 청년들을 어떠한 양상으로 착취하는지 설명하고, 이런 맥락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기 위해 블랙기업 지표를 개발하는 연구 사업에 집중했었습니다. 현재는 설문조사 자료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다음 달 중순이 창립 5주년인데 그때를 즈음하여 블랙기업을 연구한 내용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블랙기업 시상식은 7월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한국형 블랙기업의 특징이 있는지?블랙기업 운동은 일본에서 먼저 진행됐었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책이 하나 있는데 일본의 블랙기업에 대해 가설로 세운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불합리한 초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수당 없는 야근 문제 등이 책에 제시된 가설이었습니다. 일본의 블랙기업 문제가 이런 식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블랙기업은 어떤지 확인을 해봤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거의 유사합니다. 한국의 블랙기업도 일본과 유사하게 계약직과 인턴 등 고용불안 상태에 있는 청년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불합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차이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한국청년과 일본청년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Q. 블랙기업 운동의 목적은 무엇인지? 없던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있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자는 의미가 큽니다. 사회에게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에 대해 제시하고, 청년들과는 블랙기업이라는 언어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문제가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 이전에 문제가 제대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블랙기업의 심각성과 그 안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착취 문제들이 아직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이 고생이 많네’ ‘젊어서 고생 다하는 거지’ 이런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실제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을 합니다. 청년들은 직장에서 여러 문제를 겪으면 그것들을 자기내면으로 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직장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내가 무능력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20대 친구들의 일반적인 양상입니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자신이 되게 작아 보이거든요. 그런데 블랙기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내가 다니는 기업이 블랙기업일수 있나?’라는 생각을 가지면 문제를 해결하는 양상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Q. 블랙기업들이 생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복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블랙기업 문제의 핵심은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자리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규직이 아니라도 자기 삶에서 10년, 2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3~5년 정도는 미래를 내다보고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합니다. 거기에 기초하여 청년들의 창조적인 역량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기반자체가 무너져버린 것을 예쁘게 말하면 노동시장의 유연화입니다. 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계속 되다보니 유연하다 못해 연체동물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노동시장에서 척추가 없이 백 만원~백오십 만원 정도 받고 계약직이나 인턴 사원으로 청년들이 흩뿌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안정적으로 발을 딛고 서있는 청년이 없고, 발을 딛고 서있을 수 있는 기업자체가 멸종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개별기업들의 경우 최근에 저성장이 기조가 되면서, 청년들과 같이 성장할 방향을 모색하기보다는 바로 써야할 일자리에 청년들을 일회용품처럼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런 기업의  문제, 산업의 문제가 모여 사회 전체로 경쟁이 강조되고 블랙기업이 양산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최근에 일명 ‘장그래법’이라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많은 논란이 됐었다. 장그래법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장그래법에는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를 비롯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로 한국의 장그래들을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인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3개월만 일하고 퇴사해도 퇴직금을 받게 한다’던지 그 안에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긴 합니다. 제가 말도 안 된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개별조항들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정부가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한 청년 장그래의 삶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문제의 전체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다 해결하지 못합니다. 계약직 그 자체를 죽여야 함에도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것만 보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2년이든 4년이든 계약직으로 사람을 쓰고 이후에 또 다시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이건 실질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사람을 자르고 다른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습니다. 청년들의 노동시장에서 핵심은 계약 기간이 2년이냐 4년이냐가 아니라 직장 내에서 자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 무분별하게 계약직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인데 계약직을 써야 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도 계약직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를 푸는 방향이 잘못되어있습니다.

Q. 청년노동 인권 유린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청년들에게 인권유린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똑같은 직장 내에서도 지위가 불안정 할수록 인권유린문제에 심각하게 노출 됩니다. 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전환을 원하는 비정규직이 있다고 했을 때 사업주와의 관계설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한 지휘를 가지고 있으면 즉 비정규직일 때, 나에게 사장은 월급을 넘어서 생사 여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인권유린의 가해자들도 압니다. 성희롱, 성추행, 폭언, 폭행 등 인권유린의 양상이 무엇이든 피해자가 신고 등의 행동을 못할 것을 알고 있다든 겁니다. 직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나쁜 사장도 문제지만, 사람을 불안정한 상태로 계속 써도 좋은 상태로 만들어 놓은 사회 시스템이 더 큰 문제입니다.

Q. 최근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이 이슈가 됐었다. 시상식 이후 패션업계는 많은 관심을 받고 청년 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이후 다른 업계도 이 같은 활동을 할 계획이 있는지?다른 분야를 보기에 앞서서 패션업계에서 끝장을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션업계하고 나면 다음은 어디냐고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하지만 저는 청년들의 노동문제를 가지고 하나의 사업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들여다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을 착취하다가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라는 것을 선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산업도 보긴 하겠지만 일단 패션노조와 패션산업 내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Q. 청년들이 취업 스펙을 위해 무급인턴 등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이런 것은 어떻게 봐야하는가?그렇게 하는 개개인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금인턴을 청년도 원하고 기업도 원하니 수요와 공급이 맞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사장님들을 나쁜 사장이 되도록 내버려두는 제도와 구조가 사회적 질서가 문제라고 말씀 드렸던 것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개별 개업에게는 합리적 선택일지라도 사회 전체에게는 악영향을 줍니다. 무급인턴문제도 개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일지라도 집단적으로 놓고 봤을 때 이상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인턴경험이 있어야 직장생활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있으니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는 인턴이라도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개개인에게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지 말라고 해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저희는 청년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느냐라는 것을 문제의식으로 삼으면 될 것 같습니다.

Q. 열정페이 등 청년들의 과도기적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지금 청년 노동시장은 카오스같은 상태입니다. 기업들이 위법과 탈법의 경계에서 온갖 청년착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탄압을 하고 그 위에 질서를 다시 세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션, 문화, IT, 예술, 서비스 분야에 블랙기업이나 열정페이 문제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의 산업들은 노동 시장에서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주체들이 없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주체로는 노동조합, 산업단위에서 산업의 성장을 고민하는 산업협회들, 노동문제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정부의 제도적 설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위 산업들에서는 삼자가 다 무너져 있는 상태인 겁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주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노동조합이고, 패션인 연합회라는 산업협회가 저희와의 교섭을 통해 반강제로라도 이런 청년노동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서도 패션업계에 특별 노동 감독을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초보적이지만 주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삼자 제대로 협력플레이를 해야지 무너진 질서가 바로 설 것입니다.

Q.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가?대구에 청년유니온 지부가 있습니다. 문제해결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많은 위안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있고 할 말이 있으면 하셔야한다.’ 이제는 짜증을 좀 내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야기를 들을 사람과 공간, 관계가 준비되어 있으니 가서 짜증을 내십시오. 짜증내고 나면 기분도 조금 나아집니다. 짜증을 안내고 미안해하시면 답이 없습니다. 같이 맞장구 쳐 줄 사람이 있으니 찾아가서 짜증을 내십시오. 그러는 과정에서 문제해결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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