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총장의 빈자리

본교는 지난해 9월부터 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 과정의 문제로 인한 재선정, 교육부의 총장 임용 제청 거부로 인해 총장 부재가 장기화됐다. 황석근 부총장의 임기가 지난 2월 만료돼 지난 1일 취임한 부총장 손동철 교수(자연대 물리)가 총장직을 대리 수행하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총장 부재 상황에 대한 학내외의 노력, 각 구성원이 겪을 피해 등을 포함해 현 상황을 진단해 보자●

제18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지난해 6월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에서 공과대학에서 4명의 추천 위원이 뽑혔다. 한 단대에서 3명 이상의 추천 위원이  뽑힐 수 없다는 규정이 어겨졌다는 논란으로 당해 10월 총장 임용 1·2순위 후보자를 재선정했다. 이후 본부와 교수회는 후보자에 대한 연구윤리검증 등의 서류를 준비해 11월 13일 교육부에 제출했으나, 12월 16일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심의 결과로 총장 임용 후보자를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밝혔다.

교육부의 결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컸다. 12월 17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 분회(이하 본교 비정규교수노조)의 성명서를 시작으로 ▲교수회 ▲중앙운영위원회 ▲사범대·인문대 등 각 단대 교수회의 총장 임용 제청 거부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잇달아 발표됐다. 또, 당일 2시 본교 본관에서는 교육부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경북대 정상화를 바라는 대구지역 정당 및 노동/민중/시민사회단체 등 62개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후로 총장 임용 제청 거부를 규탄하는 학생 및 동문, 비정규교수노조의 시위가 이어졌으며 총학생회 산하의 ‘총장임명거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장 임명 거부 비대위)‘가 수립되었다.

학내외로 파장이 크게 이는 가운데,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 김사열 교수(자연대 생명과학)는 “거부 사유를 밝혀달라”며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으며, 1월 21일 서울행정법원에 임용제청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이후 김 교수는 공주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와 함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의원에게 문서를 통해 ▲공정한 심사 실시 여부 ▲부적합 결정의 객관적 사유와 합법적 근거 ▲사법부의 결정 존중 및 총장 공석 사태 해소 등을 요구했다. 김 교수는 이후의 조치에 대해 “본교와 한국방송통신대는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공주대학교 후보자의 소송에서 결론이 나면 전체적 판단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주대학교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인 김현규 교수는 “가장 피해보는 사람들은 학생일 것이므로 현 상황을 교육부에서 하루 빨리 조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학내외 총장 부재 상황 해결을 위한 노력먼저 본교 교수회는 지난해 12월 18일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12월 26일 교육부는 본부에 총장 임용 거부 사유관련 정보의 공개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또, 교수회는 12월 23일과 1월 19일 1차·2차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1월 27일 교수회 임원진의 교육부 항의 방문도 가졌다. 현 상황에 대해 교수회 부의장 김유경 교수(인문대 사학)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선출한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이유 없이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며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처로 올해 1월 15일 열린 ‘대구·경북 시·도민을 위한 경북대학교 신년음악회’에서는 ‘총장 임용 거부 반대 경북대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과 비정규교수노조의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행사가 열린 대강당 입구에서 피켓과 팸플릿을 통해 총장 임용 제청이 거부된 상황을 알렸으며, 현 상황에 대한 저항을 춤으로 표현하는 창작무용가 박정희 씨의 퍼포먼스도 있었다.

한편, 학생 모임은 이후 총학생회 산하기구 ‘총장임명거부 비대위’로 수립됐다. 총장임명거부 비대위 위원장 허필윤(사회대 정치외교 08) 씨는 “표면적으로 보면 이유 없는 거부이기에 교육부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을 계기로 시작했다”라며 “가장 학생스러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피켓 들고 시위도 하고 일부러 재밌게 만든 동영상과 카드 뉴스 등을 만들고, 강연을 통해 학생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본교 비정규교수노조는 지난해 12월 17일 가장 먼저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보선 분회장은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에 참여했던 시민단체들을 아우르려 한다”라며 “시민단체와는 두차례 가량 모임을 가졌으며 학내에서 시민단체 모임이 이뤄진다면 일부라도 모여 교육부나 청와대 앞으로 가는 것을 먼저 제안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이 사태는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에서 차지하는 경북대의 위상이 있기 때문에 이 사태를 지역사회의 문제라고 보고 지역 시민단체들도 반대하는 것”이라며 “학내에 학생이나 동문,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교수도 만났고 앞으로 더 연대해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교수회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총장 임명 거부 비대위 위원장 허필윤 씨는 “교수회가 교육부를 압박하길 바란다”라며 “학생들이 많이 모이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데 교수가 움직이면 학생들도 따라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씨도 “학내 주체들 중 크게 대처할 집단은 교수회인데 이 사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또 필요하다면 시민사회에 협조도 요청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수회 부의장 김유경 교수는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하지만 교수회의 체신을 지키는 선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총장 부재, 피해는 고스란히 모두의 몫으로김유경 교수회 부의장은 “대학이 가지는 내외부적인 문제나 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학내 구성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총장이 필요하다”며 일을 뭉쳐서 끌고갈 사람이 없다면 학생은 학생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이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총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작년 8월 함인석 전 총장의 임기 만료 후, 지난 2월까지 황석근 전 부총장이 총장 직무를 대리했다. 기획처 기획조정과 임태현 주무관은 “직무대리가 있기에 각 과에서 행정적인 업무를 보는 데에는 큰 차질이 없었지만 대외적인 면에서 학교의 이미지가 하락하고 위상이 떨어진다”며 “정식적인 선출 총장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공식 행사 같은 곳에서 총장 부재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대외협력처 주무관도 “현풍 테크노폴리스 단지 조성과 같은 규모가 크고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업무의 경우, 대외기관과의 협력 때 총장이 있으면 정책 수립이나 대학 행사 진행이 더 수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 졸업한 학생들의 졸업장에 총장 직무 대리의 도장이 찍히는 것에 대해 김사열 교수는 “학생들에겐 평생 직무 대리의 도장이 찍힌 졸업장이 남을 것이다. 이런 졸업장이 제 기능을 다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발전과 대학은 상호적이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역할의 총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심까진 요지부동?총장 공석 사태는 비단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체육대학교는 네 번이나 총장 후보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해 2년 가까이 공석 사태를 겪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5일 김성조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선임됐다. 한체대 재학중인 모 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와 관련이 없는, 심지어 체육과 관련이 없는 전 국회의원이 총장으로 임용된 것과 관련해 의아해 하는 분위기”라며 “몇몇 학우들은 학교의 위기를 이용해 정부와 교육부가 국립대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공주대학교의 경우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하자 김현규 후보자가 직접 처분 취소 행정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원고 승소를 하자 교육부는 항소를 했고, 1월 21일 2심에서도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와 같은 사태로 현재 공주대는 11개월 동안 총장직이 공석인 채로 머물러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도 총장 공석 사태 7개월 째에 접어들었다. 작년 9월 말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로 인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순위 후보자는 교육부의 이유 없는 거부가 부당한 조치라며 행정 소송을 냈고, 1월 22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손바닥으로 공문 가리기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공개한 적 없다”고 했으나 지난 2월 11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문위 회의에서 과거 제주대학교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사유가 적힌 공문을 공개해 이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2009년 6월 3일 제주대학교에 총장 1순위 후보가 공무원 겸직·영리행위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임용자를 재추천하도록 의결되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2011년 7월에는 강릉원주대 총장 후보 2인이 논문 표절 등 연구 윤리 위반으로 인해 심의 과정에 걸려 임용 제청을 거부당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부산대 총장 1순위 후보가 선거 운동 제한 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했었다.

공주대학교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 김현규 교수는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엔 정당한 이유없이 임용을 거부했기에 불합리한 행정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잘잘못을 떠나 가장 피해보는 사람들은 학생이다. 교육부나 정부에서 하루 빨리 조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연이은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 임용 제청 거부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는 “국립대의 경우 구조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바뀐 제도로 선정된 총장임에도 교육부가 선임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는 교육부가, 그리고 현 정부가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선임시키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밖에 해석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박수빈(인문대 국어국문 14) 씨는 “교육부에서 총장 임용 제청 거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길 바란다”며 “총장은 본교의 대내외적 대표이다. 대표가 부재하면 집단의 힘은 약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본교 뿐만이 아닌 다른 학교에서도 대학 지원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타 대학의 상황에 대해선 잘 몰랐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고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총장자리 6개월 공석에 이르기까지

6월 26일 새 총장 후보로 김사열(1순위), 김동현(2순위) 교수 추천7월 7일 김동현 교수 외 3명, 선거규정 위반 있었다며 재선거 요청8월 31일 제 17대 함인석 총장 임기 종료10월 17일 총장 임용 추천 위원회 김사열(1순위), 김상동(2순위) 교수 추천12월 16일 교육부 총장 임용 후보자 재추천 요구12월 17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 분회 성명서 발표12월 18일 교수회, 교육부에 총장 임용 거부 사유 관련 정보 공개 요청12월 23일 교수회, 중앙운영위원회 및 각 단대 교수회의 성명서 발표12월 26일 교육부, 본부 측으로 정보공개 불가 통보1월 15일 신년음악회에서 총장 임용 거부 반대 학생 모임 및 비정규교수노조의 시위1월 21일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 김사열 교수, 서울행정법원에 임용제청거부처분 취소 소송제기2월 9일 김사열 교수, 공주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들과 국회 교문위 의원에게 사태 해결을 요청하는 문서 전달2월 28일 총장 직무 대리 황석근 부총장 임기 종료3월 1일 손동철 부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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