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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서울의 지하철 2호선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대신 책이 있다. 바로 ‘책읽는지하철’이라는 단체의 지하철 책 읽기 플래시몹 모습이다. 대구의 한 북카페에서는 정장을 입은 회사원이 퇴근 후 커피를 마시며 만화책을 읽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이들은 독서의 어떤 매력에 빠져 있는 걸까? 무엇보다도 즐겁게 책 읽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책읽는지하철’의 대표 기획자 송화준 씨와 북카페 ‘일인칭’을 운영하는 동화 작가 정옥 씨를 만났다●

 

 

Q. ‘책읽는지하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책읽는지하철은 책을 좋아하는 2030대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2012년 12월에 설립한 독서캠페인단체입니다. 단체의 주 활동은 지하철에서 책 읽기 플래시몹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지하철에서 함께 책을 읽고 시민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는 활동이죠. 선착순으로 50명 내외의 일일 캠페이너를 모집한 후 3~4개 조로 나뉘어 활동을 합니다. 많을 때는 100여 명이 함께하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50명 정도로 진행합니다.

Q.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플래시몹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독서모임을 5년 이상 해오면서, 보통 독서토론 중심인 독서모임과 다르게 토론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과정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스마트폰으로 인한 독서율의 감소에 대한 문제의식도 느꼈고요. 지하철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캠페인의 효과가 클 것이고, 책을 읽을 때 멀미가 나기 쉬운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더 적합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지하철에서의 책 읽기 플래시몹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Q. 책 읽는 지하철 프로젝트를 하면서 독특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일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지하철에서 어르신 분들이 앉아서 읽으라고 양보해주실 때 민망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떠들던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을 발견하고 조용해지는 것도 재밌고요. 또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이동수단이고 의외의 상황이 많은 공간이다 보니 주최자 입장에서는 매번 긴장이 되기도 해요.

Q. 부산, 대구로도 활동을 넓혀갈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지역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미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팀이 있는 곳은 도와서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돕고, 없는 지역에는 초석을 다지는 역할이 될 거라고 봅니다. 저희의 노력이 작은 계기가 되어 전국적으로 즐겁게 책 읽는 문화가 활성화 되면 좋겠습니다. 지하철이 있는 대도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에 우선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그다음에 기차, 그리고 여러 문화 공간으로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Q. 혼자 읽는 책에 비하여 함께 책을 읽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직접 참여해보시면 느껴지겠지만, 혼자 영화 보는 것과 함께 영화 보는 것, 혼자 맛있는 것을 먹을 때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걸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해요. 독서토론까지 확장해서 보면 혼자 읽는 책은 아집에 갇히기 싶다면, 함께 읽으면 훨씬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관점을 확장할 수 있죠. 그리고 혼자 읽으면 머리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실천적 독서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증폭되고 서로를 독려하게 되니까요.

Q.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e-book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긍정적으로 봐요. 저희는 그동안 캠페인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일부러 종이책에 집중했지만 그게 전자책은 안 좋다고 생각하거나 싫어해서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스마트폰의 문제는 책을 안 읽는다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컨텐츠를 소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을 쓰면서 실제 활자를 접하는 비율은 더 높아 졌을 거예요. 다만 양질의 활자 컨텐츠가 아니라 수준 낮은 인터넷 기사, SNS의 신변잡기, 카카오톡의 잡담이 된 게 문제죠. 스마트폰의 사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거고 그걸 활용해서 양질의 컨텐츠를 접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 시점에서는 그중에 대표적인 게 전자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독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함께 읽고 소통하는 독서예요. 저에게 독서는 관점의 확장이에요. 독서토론을 하고, 내 주장을 강하게 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득 당하기 위해서’에요. 책을 읽기 전의 생각과 책을 읽고 나서의 생각에 차이가 없다면 읽을 이유가 없죠.
우리는 표면적으로 항상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그 반대에 가깝죠. 그러므로 책을 통해서 진짜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게 우리 세대에 맞는 책 읽기, 그리고 즐거움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Q. 북카페 이름을 ‘일인칭’으로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줄임말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뜻이에요. 특히나 한국 사회는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많이 신경 쓰잖아요. 최근에 「미움 받을 용기」 등 아들러의 심리학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그가 “세상사람 모두에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될 순 없다.” 라는 말을 했어요. 세상 사람들 마음에 다 들게 살면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거든요. 북카페 이름을 일인칭으로 지은 것도 몇몇 사람들한테는 미움 받아도 되니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자는 뜻이에요.

Q. 북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이사할 때부터 이중 슬라이드 책장을 했을 정도로 집에 책이 많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책이 저렇게 많으면 뿌듯하겠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답답해요. 처리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안 읽을 수도 없어서 애물단지였어요. 책이 어느 정도로 많았냐면 인터넷 도서 판매 사이트 15주년 기념으로 나의 도서 구매에 관한 통계를 보내줬는데, 이때까지 산 책 값이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값보다 비쌀 정도에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책을 기증했어요. 후원하는 어린이 도서관도 있고 시민단체 등에 책장 째로 보내기도 했죠. 하지만 그래도 해결이 안 돼서 큰 고민이었어요. 게다가 그 많은 책들을 혼자서 보고 꽂아두려니 아까운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다가 ‘책으로 카페를 한 번 차려보자, 대구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인들과 의기투합했습니다. 실제로 정말 재밌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작가들을 위한 공간 마련 또한 북카페를 만든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작가들과의 교류는 어떤가요?
사실 작가들이 원래 교류가 잘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서울에서는 취향이 맞는 작가들끼리 모임도 가진다는데 대구는 그런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죠. 그래서 지금이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에 북카페를 만들었는데, 쓰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환경이 좀 열악한 것 같아요. 서울에는 비교적 대중적이지 않은 문화도 접할 수 있듯 지방보다 문화적 기반이 많이 모여 있다 보니까요. 출판사 등의 경제적 기반도 그렇고요.

Q. 작가님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이유는 뭔가요?
책 읽는 게 재미있어서요. 이걸로 내가 뭔가 대단한 걸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어요. 그냥 게임하는 것과 비슷해요. 게임하는 게 어떤 큰 의미가 있어서는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순간 즐겁고 거기서 깨달은 진실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자신이 아는 것들을 뽐내고 가르치는 자세로 쓴 책은 질색이에요. 책 중에 만화책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요. 만화책을 폄하하는 시각을 굉장히 싫어해서 예전에 신문에 ‘만화는 굉장히 지적인 예술이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도 있어요.

Q. 작가로서 요즘 사람들의 독서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읽는다고들 하잖아요? 전 그보다도 책이 재미없고 출판사에서 너무 성의 없게 만든다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책이나 글을 높게 쳐주는 분위기가 있었잖아요. 그 때문인지 책을 재미없게 써도 ‘독자가 무식해서 모르는 것’이라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책이 재미없어지고 독자들은 책을 안 사보게 되는 거죠.
책을 안 읽는 문화는 종합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워낙 책 읽을 만한 여유가 없는 노동시간이 긴 삶에, 교육 문제도 있고요. 그런 것에 더불어서 출판업계가 안일한 대처를 했다는 것도 저는 분명히 있다고 봐요. 제가 오랜 세월을 독자로 살면서 책이 점점 더 재미가 없더라고요.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들어낸 책을 많이 못 만나봤어요. 저는 독자들은 딱히 문제가 없고 책이 소비자들을 유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작가들도 더 분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 즐거운 독서 문화가 정착될 수 있으려면?
만화책도 버스 같은 곳에서 당당하게 꺼내 읽을 수 있는 그런 문화가 되면 좋겠어요. 책에 급을 나누는 행위를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카페에 칸트나 괴테의 책, 그 옆에 「진격의 거인」도 꽂아둬요. 그 책들이 제게 주는 삶의 교훈이나 영감 등은 다 똑같거든요. 남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될 것 같아요.

Q. ‘일인칭’이 어떤 북카페가 되었으면 하나요?
북카페라는 것보다도 사람 사이의 문제라고 봐요.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저, 매니저, 친언니 셋이서 카페를 차리고 운영 하다보면 조금씩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모이고, 그러다 보면 이 공간이 계속해서 발전할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공간을 제공했을 뿐이지 실제로 이곳을 만들어 가는 것은 여기 오는 손님들이니까요. 카페에 오는 손님들과 이러한 과정이 있다 보면 북카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오시는 분들이 만들어가는 북카페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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