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스마트기기의 등장 후 대학가의 풍경도 사뭇 많이 바뀌었다. 수업자료를 출력하기 위해 복사실 앞에서 줄을 서는 대신, 태블릿 PC에 다운 받아 오고, 무거운 전공서적을 들고 다니는 대신 e-book으로 편리하게 이용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진 똑똑한 전화기를 사용하면서 우리도 덩달아 똑똑해졌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스마트 폰 이 점점 발전하고 대중화 될수록, 우리는 점점 논스마트(non-smart)해지고 있지는 않는가?

올 여름 나는 3주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Vienna)에서 열린 워크캠프에 참여하여 머무를 수 있었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키스’로 유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도 위대한 건축가 오토 바그너의 건축물도 빈 시내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음악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어디에 있든지 책을 놓지 않는 빈의 시민들 특히, 젊은 청년들이었다. 빈에는 MQ(뮤제움스 큐바르티어)라는 유럽 최대의 미술관 지구가 있다. 황실의 마구간으로 쓰였던 이곳을 빈 당국이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 최고의 예술 경험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선물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넓고 볼 것 많은 MQ에서 최고의 장소는 MQ의 넒은 안마당이다. 널려 있는 현대적인 작품들 속에서 반바지만 입고 누워 하루 종일 책을 보는 소녀들……. 그녀들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종일 사색하면서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책을 보면서 샌드위치를 먹고, 맥주를 마시다가 잠이 들고, 다시 깨어나 책을 본다. 이 건강한 소녀들을 보면서, 문화 대국 오스트리아의 힘은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창조되고 있다는 것을 뜨겁게 느낀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중교통을 타서도, 길거리를 가면서도 사람들은 온통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듯하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서 얻은 웹상의 단편적인 답을 사색이나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이런 사회에서 도대체 창의성이나 예술성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이제 스마트폰은 잠시 넣어 두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한 권 들고 다니며 보는 것은 어떨까? 버스에 타서도 또 벤치에 앉아 잠깐 쉴 때에도, 스마트폰을 하기보다는 책 속에 읽는 구절을 음미하며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우리 주위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면, 빈이 아닌 이곳에서도 우리의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구정우 (사회대 문헌정보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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