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영상 공개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IS(이슬람국가)가 이번에는 소년병 훈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은 세계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어릴 때부터 근본주의 종교이념교육과 군사교육을 받는 저들의 미래와 더불어 이 세계의 앞날을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IS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Boko Haram)은 기숙사에서 자던 여학생 329명을 납치하여 인신매매 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고 보니 세계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슬람’하면 떠오르는 것은 테러, 여성의 얼굴을 덮은 부르카, 명예살인, 성폭력 등과 같은 나쁜 것들이다. 근본주의 이슬람의 확산과 이슬람 혐오현상이 맞물려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과 반 이슬람간의 갈등과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국인 노동자들 중 이슬람 국가 출신들은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고용주들이 이슬람교도들의 고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슬람교는 태생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종교인가?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10세기에 시작된 십자군 원정 당시의 기록을 보면 이슬람이 지배한 유대 지역엔 기독교인과 유대교인들이 이슬람교도들과 함께 살았다. 십자군 원정의 진정한 실체는 황제와의 권력 다툼에서 앞서나가고자 했던 교황 우르바누스2세의 정치적 결단이자, 이탈리아 상인들의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한 경제 전쟁이다. 이들은 성전(聖戰)이라는 이름으로 이교도 즉 이슬람교도들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잔혹하게 죽였다. 이교도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라 신의 일을 대신하는 거룩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십자군들에게 죄책감은 없었다. 이교도는 사람이 아니라 악마의 자식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연합세력을 거느린 살라딘은 포로를 풀어주거나 사자왕 리처드와 담합을 통해 통 크게 퇴로를 열어주는 승자의 아량을 보여줬다. 십자군 원정 이후 이슬람의 화려한 문명과 과학 기술은 여전히 스페인 남부 지역의 아름다운 문화재로 남아 있으며 뛰어난 과학 기술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사상도 아베로에스와 같은 아랍철학자들을 통해 전해졌다. 이것이 유럽을 어둠에서 깨우기 시작한 르네상스의 원동력이다. 

이슬람의 문화와 기술, 사상을 받아들여 발전한 유럽 기독교 국가들은 다시 산업혁명 시대가 되자 이슬람지역을 식민지화 하여 고혈을 빨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이스라엘의 건국과 더불어 공산주의인 소련과 민주주의인 미국을 필두로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의 이슬람 식민지 수탈이 극심해졌다. 침략전쟁과 수탈로 땅마저 황폐해진 이들에게 서방국가에 대한 적개심은 암세포처럼 번져나갔고 근본주의 테러리즘의 불씨가 되었다. 이제 역으로 서방의 성전(Holy War)이 이슬람의 성전(jihad) 곧 지하드가 되어 버렸다.

결론적으로 이슬람의 근본주의 테러리즘의 확산은 이슬람 자신에게 있지 않다. 그 원인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서방세력에 있다. 그렇다면 테러리즘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그 원인에 대한 접근은 지금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메스를 그들에게 들이댈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력이 불평등한 국제관계를 개선하고 미군과 용병단의 수없는 만행을 철저히 조사한 후 사죄하고 보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유린 문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테러와의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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