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텔레비전을 소재로 예술을 표현한 ‘백남준’의 작품을 보았을 것이다. 백남준은 1960년대 우리나라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로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에 대한 정의와 표현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현재 미디어 아티스로서 주목받고 있는 신흥작가로는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송호준이 있다. 그는 자살하기 전에 죽음을 맛볼 수 있다는 ‘방사능 목걸이’와 같은 신기한 미디어 아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만 초대된다는 미국 강연 프로그램 ‘TED’에도 초청받았으며, MBC '라디오 스타'에도 출연한 적 있다. 그가 사랑한 미디어 아트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미디어 아트란 사진, 영화, 기계 등의 현대적 매체 기술 이후의 새로운 매체 기술을 사용하는 예술을 칭한다. 미디어 아트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물체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위에 광고를 하거나 축제 때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본교 디지털아트콘텐츠연구소 소장 류재하 교수(예술대 미술)는 “미디어 아트는 미디어가 대중화된 시대적 변천과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각광받게 된 표현방식의 하나다”라며 “미디어는 이 시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미 우리는 미디어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오늘날 미디어 아트가 지금처럼 각광받는 것은 자연스럽다”라고 말했다.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아트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 ‘미디어극장(Welcome to Media Space)2011-2013’에서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전시회에는 80년대부터 영상작업을 계속해 온 1세대의 작품들을 포함하여 현재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세대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80년대에는 비디오가 대중적인 매체였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이용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 후엔 영상투사도 발전하게 되어 영상을 투사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전시장의 조명은 어둡고 각각의 작품에서는 각각의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조용히 서서 작품이 펼치는 세상을 감상한다. 관람자가 어떤 움직임을 취하든, 관람객이 있든 없든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만 펼쳐 놓는다. 아직 관람객을 인지할 수 있는 센서가 많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미디어 아트는 일반 아트와는 다르게 관람객이 벽면 가득 투사된 작품 속에 들어가 보는 등 직접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Survival is history’라는 작품은 흑백의 과거 모습 바탕 위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 영상이 올려져 있다. 영상이 바뀔 때마다 눈동자는 이리저리 움직인다. ‘Approach the TRUTH’라는 작품은 물건을 사포로 가는 장면, 유리잔이 깨지는 장면, 와인잔 안에 든 와인이 흔들리는 장면 등을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하고 있다. ‘R.G.B Cocktail’은 와인잔 모형에 다양한 영상을 투사해 알록달록한 칵테일부터 인어가 헤엄치는 바닷속까지 와인잔에 담아 놓았다. 이 작품은 프로젝터로 영상을 비춰 표현하는 ‘프로젝션 맵핑’ 기법을 사용했다. 프로젝션 맵핑이란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황금색의 수십 개 나팔이 길게 뻗어 소리를 내는 ‘Radical Eruption’도 있는데 이 소리를 듣기 위해선 작품 코앞까지 다가가야 된다. 관람객 권정은(25) 씨는 “재미는 있지만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작가의 이름말고도 작품의 설명이 안내돼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관람 온 김장수(45) 씨도 “이런 예술 작품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도 했지만 사실 작품의 의미가 잘 이해가 안 돼서 순전히 관람만 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렇듯 미디어 아트의 세계는 간단히 정의내리기 어렵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컴퓨터와 프로세서들이 개발되고 그것들도 자연스럽게 미디어 아트에 흘러들었다. 현재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지난 9월 15일부터 19일 까지 ‘Collaboration:now’라는 주제로 워크숍과 전시가 열린 경북대학교 미술관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전시에는 본교 대학원 디지털미디어아트학과, 디지털아트컨텐츠연구소의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참여했다. 특이한 점은 작가들의 출신이 미대뿐만 아니라 공대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예술에만 그치지 않고 기술과 복합적인 연관을 맺는 미디어 아트의 융복합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이 전과 마찬가지로 이 전시회의 예술 작품을 접한 사람들이 머릿속에 처음 갖게 될 문장부호도 바로 ‘?’일 것이다. 이 전시회장에서도 역시 어두운 조명 아래 곳곳에서 조그만 소리들이 들린다. 전시회의 작품들은 작가 이름만 있을 뿐 어떠한 설명도 없다. 미술관 장학조교가 안내해주지 않으면 당최 어떻게 작품을 느껴야할지 막막할 것이다. 작품 앞에 서서 두 팔을 휙휙 저어보거나 작품의 여러 가지를 눌러보면 어렴풋이 작품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관람객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돼 작품과 관람객이 쌍방향적인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작품들은 어렵기만 하다. 관람객 서예린(황금중 2) 씨는 “평소 보지 못했던 유형의 작품이라 새롭고 신비했지만 처음 봤을 땐 이해하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경향도 있지만 막상 이해하고 난 뒤에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관람객 이준호(황금중 2) 씨는 “이렇게도 예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라며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Inner Universe’라는 작품은 태아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탄생했다. 관람객이 의자에 앉아서 고글을 쓰고 앞에 매달려 있는 별들을 만지려 손을 휘두르면 그들이 생각한 태아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Organic algorithm’이란 작품은 마치 전자 생태공원에 온 듯하다. 수조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작품의 중앙에는 장미꽃 다발이 놓여 있다. 그리고 양옆으로 기둥처럼 세워진 스피커들에서는 불규칙한 음악이 새어나온다. 관람자가 장미꽃을 만지는 순간 음악소리가 달라진다. 바로 물고기의 움직임과 식물에 가해지는 자극에 따라 음악이 바뀌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작품에 다가가면 버섯 위에 있는 애벌레가 연기를 내뿜어 관람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로봇동화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애벌레의 충고>’등 많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이는 물체에 다가오는 물건을 감지하는 접근 센서를 이용한 것이다. 이 작품들은 관람객의 시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를 ‘디지털미디어 아트’전시라고 하는데 이는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기술의 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것과는 반대로 ‘멀티미디어 아트’전시가 있다. 이 전시는 미디어 기술을 사용하긴 하지만 새로운 기술보다는 개념, 즉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작품 속에 이야기가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아트 전시는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봉산문화예술회관 3전시실과 대안 공간 싹, 그리고 동성로 일대에서 ‘대구 멀티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동시대의 문제를 개념적, 실험적, 비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이번 주제는 ‘안녕, 다람쥐!’로 다람쥐가 쳇바퀴 속에서 돌 듯 기존의 제도 속에서 바삐 살아가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동시대인들의 일상을 곱씹어보게 한다. 참여 작가는 시대의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성 작가들을 비롯하여 이들로부터 추천받은 작가 지망생인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봉산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 ‘The American(미국인)’이라는 작품은 몸은 미국이라는 안락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의식은 이라크라는 분쟁지역에 머물러 있는 두 차원의 본질들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영토 밖에 있는 삶을 잊고 살아가는 현실을 환기 시킨다. 동성로 거리에 실행된 ‘Pride In Daegu?(대구가 자랑스럽습니까?)’라는 작품은 동성로 거리에 한 남자가 대구가 자랑스럽냐는 샌드위치 보드를 걸고 거리를 거니는 작품이다. 이는 대구 시민들로 하여금 대구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자문하기와 더불어 대구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자극한다.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디카(DICA)’의 김기수 대표는 “제도권 미술 속에서 잘 소개되지 않는 동시대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본교에는 디지털미디디어 아트 동아리가 있다. 디지털미디어 아트 동아리는 락카가 아닌 빛으로 벽에다 그림을 비추는 레이저 그라피티, 물건에 영상을 입히는 래핑, 조명과 빛, 빛데이터를 이용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댄스동아리 ‘터프시터리’와 협연하여 춤추는 사람 위에 영상을 입혀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작업도 했다. 동아리 회장 이준식(IT대 컴퓨터 09) 씨는 “예술과 IT를 합쳤을 때 색다른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몇 주 전 여러 단대건물 내에 로봇 하나가 세워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로봇도 이 동아리의 작품인데,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음성을 녹음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한 메모를 해서 로봇 속에 넣으면 그것을 가지고 예술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모아진 정보를 이용해 움직임에 따라서 대상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3D 기술모션인 모션트래킹을 하며 그 앞에 로봇들을 세워 일정한 대상에 빔 프로젝터를 비추는 프로젝션 매핑을 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안에 디지털미디어 아트 대학원생들과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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