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진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진료비가 일반 병원의 70~80% 수준이다.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민간 병원이 기피하는 공공의료사업을 담당한다. 언급한 세 가지는 대구의료원이 지닌 특징이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질병과 상처로 고통 받는 소외계층과 서민들을 위해 병원의 문턱을 낮추고 의료복지를 제공했다는 언론사의 평을 받는다. 그러나 과연, 아무런 문제 없이 공공의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걸까? 함께 대구의료원을 짚어보자●

대구의료원과 공공의료기관

“사회적 소외계층을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다른 병원은 그렇지 않아. 공공의료기관은, 다른 사람도 다 포함되지만, 사회적 소외계층을 돌보라는 의미가 큰 거지”

김영화 교수(사회대 사회복지)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공의료기관이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민간병원이 할 수 없는 사업을 펼치는 병원을 일컫는다. 이익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이라는 말 자체가 지역주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공공의료기관은 노숙인, 외국인, 새터민 무료진료와 취약계층에 속한 아동에게 보건 교육을 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건강검진과 같은 사업들을 통틀어 실시한다.

서구 중리동에 위치한 ‘대구의료원’은 앞서 언급한 공공의료기관이다. 1914년 대구부립 병원 전염병 격리병사로 진료를 시작한 의료원은 1945년 해방 후 대구부립 병원이 됐다. 1980년부터 1984년에 걸쳐 현재 본관(일반진료센터)이 설립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여 라파엘 웰빙센터 및 국화원 장례식장이 설립됐고, 노후화된 본관이 리모델링됐다. 그리고 2012년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 최초로 의료병원 평가 인증을 받았다. 지역의료원 중에서는 환자의 권리와 안전, 의료서비스 질 향상, 의료기관의 조직·인력관리 및 운영과 의료 서비스 질, 환자 권리와 안전보장 정도 그리고 환자 만족도가 가장 먼저 확인됐고 보장된 셈이다.

약한 자에게 힘이 되는 공공의료사업 4가지

대구의료원은 무려 19가지나 되는 공공의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이 중 네 가지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외래 무료진료 사업 ▲호스피스 완화의료사업 ▲행려환자 진료 지원 사업 ▲알코올 상담센터 사업에 집중했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외래 무료진료 사업은 지역 내 이주 근로자단체 및 종교단체 등과 협력하여 대구의료원의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 사업의 대상은 외국인 근로자 지원 단체에서 의뢰된 환자나 다문화 가정 외국인이다. 대구의료원 홍보팀 신상헌 팀장은 “월 2회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외국인들 중, 불법체류자이든 합법적으로 우리나라에 귀화를 한 외국인이든 신분을 불문하고 모든 외국인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료 시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즉시로 bbb(통역자원봉사기관)가 연결해주며, 외국인 근로자가 입원하여 퇴원할 때, 사회복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스피스(hospice)란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안식처를 뜻하는데 말기 암환자와 같은 임종이 임박한 환자의 고통 경감과 신체, 정신,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사업을 일컫는다. 대구의료원은 ‘평온관’을 호스피스 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임종하기 전, 품위 있고 안락하게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의료원에서 조력한다.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게 된 것에 대해 신 팀장은 “공공의료 기관으로서 취약계층의 말기 암 환자를 위해 이 병동을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대구 의료원에서 호스피스 병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던 2004년 무렵에는, 사람이 암에 걸리면 사망은 기정된 사실이고, 사망 할 때까지의 비용 역시 매우 컸다. 그래서 국가가 암 환자에게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비용의 95%는 국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했다. 그러나 암 치료를 하다보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신 팀장은 “우리 병원에는 취약계층, 저소득층이 많다. 이 분들이 암에 걸리면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가 없다”며 “공공의료기관은 취약계층의 말기암환자들에게 마지막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보루라고 생각하여 수입과 비용을 상관하지 않고, 2008년 6월에 14개의 병상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했다. 민간 병원에서 이윤을 강조하며 시행하지 않는 사업을 대구의료원은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구의료원은 행려환자 진료 지원 사업을 시행 중에 있다. 여기서 행려환자란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사는 사람 중에 아픈데도 돌봐줄 이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노숙인, 주취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보호 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병원의 자원을 활용한다. 그리하여 환자의 신체적 훼손 및 심리사회적 손상을 해결함과 동시에 이를 매개로 그들에게 자활 의지를 함양시켜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주취자이든 노숙자이든 정신을 잃은 채 길 위에 방치돼 있으면, 누군가 신고를 한다. 그러면 경찰이 출동해 그 사람을 대구의료원으로 데리고 온다. 그 뒤에 응급실에서 조치한 뒤 의료사회복지사에게 연계되거나, 목욕이 필요한 경우 원장을 포함한 간부를 중심으로 봉사단을 조직해 주기적으로 목욕을 시키기도 한다. 이것과 관련하여 최근 10월에 주취자 응급 의료센터라는 것이 신설됐다. 취한 상태로 병원에 온 환자는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위험해진다. 이에 경찰청과 연합하여, 병원에 경찰관이 상주하며 환자를 통제한다. 대구의료원에 교대로 상주하는 장일현 경위는 “항상 주취자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화한다. 그 사람 편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면 특별히 제압할 필요 없이 일이 잘 된다”라고 답했다.

알코올 상담센터 프로그램 담당자인 의료사회복지사 하동인 씨는 “지역 주민 외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알코올 상담센터에 회원 등록을 한 후 지속적인 집단 상담과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라고 답했다. 알코올 상담센터를 상담시간에 찾아가 봤다. 구성원은 단순히 상담자, 내담자가 아니라, 환자였다가 여기서 치료를 받은 후 현재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며 상담자의 ‘도우미’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당동에 사는 도우미는 “도저히 혼자서는 술을 못 끊었는데, 이 모임을 알게 되어 작년에 하루도 빠짐없이 모임에 참여했다”라고 말하며 “이 모임과 aa모임(알코올중독자들의 흉금을 터놓는 모임으로서, 모임의 규모는 조그만 지역모임부터 수백 명이 모이는 큰 지역공동체 모임까지 있다)도 같이 참여했다. 그리고 술 먹을 자리가 6번 있었는데, 잘 버티고 있다” 치료 후 사회 속에서 생활한 경험담을 환자들에게 얘기해 줌으로써, ‘과연 알코올 중독이 치료가 될까’라고 걱정하는 환자의 근심을 덜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 서비스, 계속 이용할 수 있을까?

2012년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2011년도 당기 순손익을 기준으로 전국 34개 공공의료원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단 7곳뿐 이다. 7곳 중 대구의료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비록 2년 전의 자료이나 최근의 보도자료를 보면 대구의료원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해석된다.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의 적자에 대해 김 교수는 “공공의료는 의료비 부담이 힘든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윤을 남길 수는 없는 사업이다. ±0 운영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적자가 나는 것은 물론 경영의 문제도 있겠고, 또 병원장의 리더십, 네트워킹, 경영 마인드도 문제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비 자체가 보조비 보다는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이너스를 문제 삼기보다는 사회 취약계층에게 의료 복지혜택을 주기 위해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고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그렇다고) 무조건 국가에서 끝도 없이 보조할 순 없다. 어느 정도 내부에서 역량을 길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원 적자 문제로 결국 폐원된 진주의료원은 경상남도에 설립된 지방공사로 처음 설립 목적은 서부경상남도 도민과 진주시민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지방의 작은 의료원에 불과했던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지방의료원의 모범적인 모델이 될 정도로 성장하였다. 병원 입장에서의 수익은 적었지만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 인근 의료서비스가 가장 우수한 병원이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가 재정 적자와 강성 노조를 문제 삼아 폐업을 결정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주의료원은 약 3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고, 손실은 70억 원이 넘었다. 이러한 만성 적자와 더불어 홍 도지사는 “경상남도 도의회에서 수십 차례 경영 개선을 요구하였음에도 자구 노력은 전혀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고자 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에서 진주의료원의 회생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2013년 5월, 많은 시민과 언론의 원성 속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은 폐원되었다.

대구의료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구의료원도 자칫하면 진주의료원과 같이 적자문제로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구의료원 안문영 원장은 “진료역량 강화를 위한 신규임상과장 영입 이외에 병원행정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지난해부터 1315 푸른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2015년 까지 의료수익 수지균형 달성을 목표로 대구의료원의 전사적 직무역량 혁신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공공의료비율이 10%밖에 이르지 못하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공공의료원의 혜택을 받아야 할 이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의 공공의료원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재정난을 하루빨리 해결하고 공공의료사업을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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