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기억이나 대상을 단순하고 손쉽게 시각화하는 예술 활동이다. 지난 한글날, 휴일을 맞아 가족들로 붐비는 본교 센트럴파크에서 처음 ‘소통 드로잉’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드로잉을 통해 소통하려는 데 있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나 추억이 담긴 물건을 준비해야 한다. 비전공자들이 추억, 이야기, 엄마와 같은 친숙한 소재로 드로잉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마련한 손 기 씨를 만나봤다●

Q. 왜 ‘소통 드로잉’인가요?

A. 그림은 원래 전공실이나 작업실에서 앉아서 그리는데 그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드로잉을 하고 싶었어요. 또,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어서 그것을 작업과 접목시키면서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감성적이고 미시적인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소통 드로잉’을 창안했어요. 누구나 쉽게 펜이랑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예술 형태에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그릴 수 있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어요.

Q. ‘자신의 이야기’, ‘추억이 있는 물건’ 과 ‘엄마’ 와 같은 주제는 어떻게 정했나요?

A. 앞의 두 가지는 단순히 평소에 자기가 생각하던 것이기도 하고 계속 가지고 있던 것이죠. 그림을 그리면서도 자기에서 먼저 출발해서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 사회로 확장되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작은 의미건 큰 의미이건 상관없이 그것을 그리는 걸로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다음으로 ‘엄마’라는 주제는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 ‘My mom is beautiful’으로 정했어요. 꼭 엄마가 아니더라도 아빠, 할머니여도 되는 식으로 드로잉을 하기로 했어요.

Q. 기억에 남는 특이한 물건이나 참가자가 있나요?

A. 보통 드로잉 수업이라도 그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 중에서 십여 년간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초등학교 이후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세 시간 동안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더니 어렸을 적 생각이 났다며 취미로도 가질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기회였다고 얘기하셔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았어요. 전혀 모르던 사람이랑 드로잉이라는 소재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특이한 물건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어요. 보통 소중한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면 진짜 의미가 있거나 그럴 듯한 것을 가져오는데 쓰다만 안경을 가져온 사람이 있었어요. 그 분은 그 이야기를 소소히 나열했죠. 안경을 사고 이제는 못쓰게 되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까지의 과정을 그리셨어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이지만 이야기를 하고 같이 나누는 스토리 형식의 그림인 거죠. 

Q. 평범한 사람들이나 비전공자가 미술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요즘은 카페에만 가도 단순히 벽만 있는 곳은 없잖아요. 그림이 걸려있는 곳은 많고, 오브제나 입체적인 조각품도 주변에 있어요. 이것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를 생각해보고, 주변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도 그 장소의 주인이 생각해서 구성한 것이니까 주변을 잘 살피고 미술관이나 공연, 작가들이 스스로를 홍보하려 만든 사이트 등에 들어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Q.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소통 드로잉’ 수업은 달랐나요?

A. 많이 달랐어요. 미술학원은 학원이다 보니 커리큘럼이 있어요. 그리는 방식에도 틀이 있고 제가 잘못된 것을 교정해주는 방식이에요. 그렇지만 ‘소통 드로잉’ 프로젝트는 자기의 장점, 자기 이야기를 더 부각시키는 자리였어요. 본인이 자유롭게 그리면 제가 조금 도와주는 거였죠. ‘이렇게 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나’ 정도요. 자기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어서 더 주체적이고 그렇다 보니 더 활발했던 시간이었어요.

Q.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 있나요?

A. 물론 있어요. 단순히 제 만족일 수도 있고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는 작은 모임에서도 만족일 수 도 있는데 그렇지만 사회적으로는 또 +α가 될 것 같아요. 요즘에는 아이티 디지털과 예술이 융합을 많이 하고 마케팅으로 아이디어 소스가 들어가기도 해요. 소셜마켓, 예술가들이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물건을 파는 것처럼 드로잉들도 작게 어떠한 물건으로 만들어서 파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발전해 나갈 거고 현재 진행형이죠.

사진 : 김영빈 기자/kyb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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