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6’, ‘50.175’, ‘52.9’, ‘54.45’ 그리고 ‘47.95’. 2010년부터 올해까지 본교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투표율이다. 특히 올해 총학 선거는 투표가 하루 연장됐음에도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다. 본교 선거시행세칙 제7장 제30조 1항에 의거, 투표율 50% 미만의 경우 투표함을 개표할 수 없다. 이로써 47대 총학은 내년 재선거로 넘어가게 됐다.

잇달아 진행되고 있는 주요 대학의 총학 선거가 ‘과열’속 ‘무관심’ 행태를 보이고 있다. 후보들이 과열 경쟁하면서 불법행위가 난무하는 반면, 정작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저조해 선거가 연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신문>이 최근 학부생 802명을 대상으로 학생사회 전반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4%가 “학생회가 위기”라고 답했다. 또한 73.3%가 “총학 부재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답해 학생들의 냉담한 반응을 그대로 보여줬다. 학생들이 학생회 선거에 이토록 무관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4일간 총학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총 설문인원은 195명이다.

‘총학이 꼭 필요한 기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84%(163명)가 ‘예’라고 답했다. 하지만 ‘선거에 참여할 예정이거나 참여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는 55%(108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 중 총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선거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는 학생은 41%(67명)에 달했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가 43%(37명)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김황민(IT대 전자공학 11) 씨는 “관심이 없어서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투표를 해도 내 의사가 반영되는지 모르겠어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총학에 대해서 평소 얼마나 신뢰하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는 12%(24명)만이 총학 을 ‘매우 신뢰’ 또는 ‘신뢰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반면에 38%(73명)가 총학을 ‘신뢰하지 않는 편’ 또는 ‘매우 불신’이라고 답했다. ‘총학에 대해서 불신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그 원인으로 ‘공약을 이행하지 않아서’가 42%(31명)로 가장 컸다. 하순봉(공대 신소재공학 08)씨는 “예전에는 투표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총학에서 내건 공약들이 학생들을 위한 혜택으로 돌아오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재하(공대 고분자공학 12) 씨는 “투표는 했지만 공약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며 “학생 복지에 중점을 둔다 해도 비현실적이거나 예산상 문제가 있는 공약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26%(19명)가 ‘불투명한 예산 운영’, 23%(17명)가 ‘학생들 의견 미반영’을 이유로 꼽았다. 김황민(IT대 전자공학 11) 씨는 “투표를 해도 학생들 의사가 반영되는지 않는 것 같아 굳이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이 바라는 총학의 이상적인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51%(100명)가 ‘대의기구’라고 답했다. 이원창(농생대 조경 10) 씨는 “총학이 학생들을 대표해 학내 여론을 수렴을 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46%(89명)는 총학의 이상적인 역할을 ‘복지기구’라고 답했다. 반면에 ‘오늘날 총학의 실제 모습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5%(107명)이 ‘축제운영기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상과 실제 모습의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기웅(인문대 영어영문 12) 씨는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그것을 이끌어 나갈 학생회의 역량이 떨어진다”며 “진정한 복지가 아닌 포퓰리즘적 공약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학생회, 그 영광의 시대

한때는 총학 선거 결과를 두고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도를 했다. 선거 결과를 분석해 ‘대학가 총선 정치투쟁 거세질 듯’, ‘대학 총학생회장 非(비)운동권 돌풍’ 등의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오늘날 총학 선거는 언론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소위 ‘운동권’ 학생회가 있던 80~90년대가 학생회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1989년에 총학생회장이었던 김병하(교육학 83)씨는 “본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학생회가 직선제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관심이 커졌다”며 “이후 총학생회는 본관이 잘못한 게 있으면 문제제기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라고 말했다. 90년대 본교에 재학했던 졸업생 오택진(전전컴 91)씨는 “보통 투표율이 55~60%정도 나왔지만 당시에는 총학 선거가 하루에 끝났고 단대 선거도 웬만하면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동권 학생회는 1996년 당시 ‘연세대 사태’라 불리는 정부의 탄압으로 언론에 의해 과격 폭력 집단으로 비춰지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내부적으로 학생회 자체의 관료화된 의사전달 구조와 다양한 견해를 가진 학생들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지 못한 문제 등이 내부적 쇠락을 가져왔다. 

이후 총학에서도 정치보다는 학생 복지에 좀 더 관심을 두며 비운동권 학생회들이 등장한다. 오택진 씨는 “1997년 IMF사태를 기점으로 대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학생들 간에 취업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지금 대학생들이 취업 외에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뀌는 시대, 바뀌는 생각

2000년대에 들어서고 학생들이 총학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윤순갑 교수(사회대 정치외교)는 “학생들이 공동체나 집단의 이익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개인적인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간이나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외의 것들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택진 씨는 “90년대 말에는 학생회가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일반 학생들이 피로해 했다”며 “학생들 참여도는 떨어지는데 학생회는 당선이 돼야하니 복지 공약이 많이 강화되는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복지공약이 늘었다고 해서 학생회가 잘 된 것은 아니다”며 “해가 가면 갈수록 학생과 학생회 간의 거리가 멀어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총학에서 가장 신경써줬으면 하는 안건은?’이라는 질문에 14%(27명)가 ‘사회적 문제제기’라고 응답해 아직 총학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학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윤 교수는 “공동체, 집단이 자신의 삶과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내 일이 나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의 협력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관심을 돌파하라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취업 외에 다른 대학문화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학생회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학생회의 소통부족으로 학생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금제환 (경상대 경제통상 14)씨는 “학생회에서 홍보가 안됐다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려는 노력 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익명의 한 학생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다고 들었다”며 “사안이 복잡해보여서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오택진 씨는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응당 관심을 가져야 할 정치, 사회, 문화 등에 대해 관심을 스스로 거세시키고 있다”며 “개인들이 먹고 살기 바빠지니 연대나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학생회 비리 관련해서 벌어진 사건들이 학생회와 학생대중 간의 괴리를 심화시키고 있다. 총학도 분명한 자기들의 모순을 인정하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며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부문별 활동을 통한 대학사회의 사회참여를 높이고 대학이 역동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총학의 부재 시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총학은 그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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