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텅 빈 방 

이따금 문을 열어 본다

달빛만 가득 차서

월세계에 처음 발을 내디딘 암스트롱처럼 몇 걸음 디뎌본다

발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힌다

괴로움을 종일 잠으로 달래던 실직자는 

일자리를 구해 떠나가고

착륙선의 잔해처럼 냉장고며 세탁기, TV, 가스레인지들 흩어져 있다

가끔 2층 방문을 열어 본다

공전도 자전도 멈춰버린 고요한 무중력

돌아 나오다보면 컴컴하고 서늘한 구석을 

월세도 내지 않은 비밀 세입자가 차지하고 있다

거 누군교?

보증금이랑 달세는 낼 수 있는교?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 출렁거리는 방

허름한 세입자가 우물거린다

위층엔 사과 창고처럼 천장 높은 방

달빛을 은은하게 켜고

웜홀? 같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좋은 소식에 닿을 때까지 지친 몸을 담그리라

발레리노처럼 옥상을 날아다니는 고양이가 

갓난아기 울음소리를 낸다 

*우주의 먼 성간을 잇는 통로  

서영처 시인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학교 음악과에서 바이올린  전공. 영남대학교 국문학 박사과정 졸업. 2003년 계간 《문학 . 판》에 〈돌멩이에 날개가 달려있다〉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피아노 악어』(열림원, 2006)가 있음.

[출처] 시인광장 예술산책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