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급하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본 적이 없어 단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한국 사람이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얼마 전 한국에서 공부를 했던 일본 사람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그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버스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고 한다. 

또한 버스가 정류소에 도착하기 전에 내릴 준비를 해서 버스가 정차함과 동시에 내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안전을 생각하면 버스가 멈춘 후에 버스에서 내리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하여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에 하차하십시오.”라고 버스 내에도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버스가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승객이 내리는 데에 더 걸리는 그 조금의 시간을 탑승객도 운전 기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리는 사람들 역시 빨리 내려서 목적지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에 미리 하차문 앞에 서 있는다. 

여기에 한국에 관한 또 다른 말이 있다. 바로 ‘코리안 타임’이다.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한국인들의 습관을 나타내는 조금은 불명예스러운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만나기로 한 시간에 10분 정도 늦는 것은 예삿일이고 심한 경우에는 예고 없이 약속 당일 약속을 취소하기도 한다. 

또한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정해진 기한에 딱 맞추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늦는 것을 봐주는 것은 한국인의 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을 지키는 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기본적인 예의이다. 한두 번은 실수로 봐주더라도 그것이 습관이 되고 어느새 하나의 문화처럼 여겨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을 표현하는 이 두 가지 말은 시간에 관해 서로 반대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빨리 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성급함을, 코리안 타임은 한국인의 느긋함을 이야기 한다. 이 모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잘 들여다 보면 ‘빨리 빨리’를 요구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고 느긋하게 행동하는 코리안 타임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그다지 느리지 않은 것에도 내가 원하는 것은 더 빠르기를 바라는 반면, 상대가 원하는 시간에는 맞추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이는 바꾸어야 할 태도이다. 원하는 것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상대의 시간에는 좀 더 맞추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도 여유가 생기고 상대에게도 여유가 생기는 길이다.

김수현

(공대 고분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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