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북문 대학가에도 싸고 푸짐하게 음식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았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이모라 부르고 넉살 좋은 친구들은 어머니라 부르며 밥과 반찬을 더 얻어먹었다. 인심 좋은 식당주인들도 학생들을 자식처럼 여겨 덤으로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식당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이제 싸고 푸짐하게 차려주는 식당들이 많이 사라지고 없다. 사정은 서문이나 정문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식당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 들어서는 점포들은 크게 세 부류다. 첫째로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인도, 이탈리아, 중국, 베트남 음식을 파는 세계 식당들이다. 이들 식당들은 최소 칠, 팔천 원에서 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다. 

둘째로 싼값에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들이다. 오니기리, 주먹밥, 밥버거, 컵밥 등을 파는 가게들이다. 싸게는 천 원대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가격에 비해 양도 많고 맛도 괜찮아서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그러나 이들 음식은 균형 잡힌 한 끼의 식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셋째로 커피전문점들이다. 어느새 북문에 커피전문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한 집 걸러 하나씩이 커피전문점인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학생들은 먹고 배부르지 않은 것에 한 끼의 식사 값을 지불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커피전문점들도 그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북문 도로가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평균가격은 오천원대에서 형성되는 반면 골목 사이 조그만 개인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가격은 이, 삼천원대에 머무른다.

한때 대체로 비슷한 밥값에 비슷한 한식메뉴들만 있던 북문가 식당들의 자리는 폭 넓은 가격대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커피전문점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IMF와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는 한국 사회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첫째로 주목할 만한 현상은 밥값의 양극화이다. 제법 괜찮은 파스타 일인분의 가격은 밥버거 가격의 열 배에 이른다. 이는 커피전문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이것을 양극화가 아니라 다양화라는 긍정적 관점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형편이 넉넉한 학생들은 고급레스토랑의 파스타도 먹을 수 있고 밥버거도 먹을 수 있으니 다양화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만원이 넘는 파스타는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점심메뉴는 아닐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역문화가 세계주의 문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모습이 아직 남아 있는 쪽문을 북문과 비교해보면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수년간 외국에 살다가 한국에 왔을 때 먼저 찾았던 곳이 쪽문의 한 식당이다. 혹시나 문을 닫지는 않았을까, 주인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조바심 내며 들어가 보니 그때 그 주인아주머니 그대로 계셨다. 인사를 드리니 기억하시고 반가워 해주셨다. 당시 대학가의 오래된 식당, 선술집의 벽면에는 학생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전국 혹은 세계 어디서나 같은 복장을 입고 같은 메뉴를 제공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지역대학의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할 공간이 없다. 대학가는 대학과 지역의 역사를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 왔다. 오히려 대학의 낭만과 추억은 대학 안에 있기보다 대학가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탈리아 파스타나 인도 카레를 먹을 때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지만 이는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와 농을 하며 먹던 그때 밥맛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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