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가 되기 전까지 문경새재는 말과 소가 다닐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 대부분 사람들이 직접 봇짐이나 지게를 지고 물품을 운반했다. 산을 2~3개 넘으면 가격이 2~5배, 많게는 10배까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난한 백성들이 험난한 산길을 넘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의 입장에서 문경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따뜻한 햇볕이 적절히 하모니를 이뤄 여행 가기 딱 좋은 날에 문경 터미널에 도착했다. 출발하기 전에 우선 점심으로 저렴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든든히 먹고 나왔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나니, 기운이 났다. 문경새재를 찾아가기 위해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할머니께 길을 물으니 “아이구 총각, 거길 걸어서 가게?” 하며 내 다리를 걱정해 주셨다. 알고 보니 터미널에서 문경새재로 가는 버스가 따로 있었다. 버스표는 1500원에 카드는 안 된다고 하니 주의하자.

버스를 타고 문경새재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멀리서도 보이는 큰 건물로 다가가 봤다. ‘옛길박물관’이라고 1인 1000원이면 구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길을 주제로 한 박물관인데, 지도가 많았다.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왕족이 아닌 일반 서민들의 물품이나, 옷 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봇짐장수의 물품이다. 아마 과거에 많은 봇짐장수들이 문경을 오가며 장사를 하지 않았을까. 박물관을 나오며 봇짐장수가 된 마음으로 문경을 돌아보기로 했다.

쭉 뻗은 길을 따라 걸었다. 가는 중에 공용버스를 탈 수 있는데, 1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문경새재 1관문은 거대한 성벽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자체로 웅장했다. 사람들이 흡족한 얼굴을 하며 문을 나오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었다. 1관문을 지나 더 안쪽으로 걸어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으로 갔다. 각종 사극의 촬영지로 이용됐던 곳인 만큼 건물이 진짜 옛것인 듯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내가 고려시대 혹은 조선시대에 온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다만 건물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어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안전예방 또한 중요하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갔다. 세트장 안에 웬 차들이 줄줄이 서있었다. 그 옆에 안내판 하나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드라마 ‘비밀의 문’을 촬영하고 있었다. 임금님 용안을 뵐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일개 보부상은 그럴 수 없었다. 험상궂은 아저씨가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본 후, 세트장 밖으로 갔다. 별다른 계획 없던 터라 근처에 혜국사로 가는 입구가 있어 그 길로 향했다. 

그 절은 본래 법흥사였으나 임진왜란 때 승려들이 크게 활약하여 나라에서 절 이름을 혜국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경쾌하게 산길로 발을 옮겼다. 곧 발이 무거워졌고, 금방 힘이 빠졌다. 길은 완만한 편이었는데 올라가도 가도, 계속 같은 풍경만 나왔다. 마치 어느 심술궂은 도깨비가 장난쳐서 같은 길을 뱅글뱅글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려하고 봇짐장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절까지 얼마 안남은 것을 알았지만, 더 이상 올라갔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봇짐장수는 부랴부랴 올라왔던 길로 내려갔다. 내려왔을 때 하늘은 어두컴컴했고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오픈세트장 쪽에서 혜국사를 오르는 코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문경이 분명 좋은 곳인 것은 맞지만, 계획을 세우고 최대한 일찍 출발해야 좀 더 제대로 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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