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여성이 만드는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 ‘대구 북구여성회(이하 북구여성회)’는 전국 최초 구 단위 여성 시민단체이다. 북구여성회의 ‘북구’는 지역운동, ‘여성’은 여성운동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북구여성회는 크게 어린이 도서관 책마실, 대구 여성영화제, 성 평등 문화교육센터 ‘울림’이라는 세 가지 사업을 하고, 그 외 영상제작교실, 안전안심센터, 커뮤니티 맵핑 등의 사업을 주최한다. 북구여성회는 나라의 지원은 일절 받지 않는다.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어느 기업에서도 정기적 지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본교생들에게도 친숙한 칠곡에 거점을 두고 활발히 활동하는 북구여성회를 직접 찾아가 취재했다●

대구북구여성회는?

2004년에 설립된 북구여성회는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다. 북구여성회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사업들을 활동의 거점만을 북구에 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이라고 하면 사회적 차별이 떠오르는 시대 속에서, 실제로 여성이 잃은 권리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여성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북구여성회 장지은 대표(이하 장 대표)는 “우리는 지역과 마을 안에서 여성을 바라본다”라고 말하며 “강북지역(북구 금호강 위 주민 거주지역)에 보건지소가 없었는데, 2005년 강북 보건지소 설립 추진서명운동을 진행해 강북지역에 보건지소를 설립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국우터널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2012년) 통행료를 징수했는데, 대책위 활동을 진행하여 무료화에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북구여성회 건물의 3분의 2는 도서관 시설이었고, 나머지는 사무실, 교육 장소로 쓰이는 방이 있었다. 사무실보다 도서관이 더 큰 이유에 대해 장 대표는 “아이든 어른이든 주민들 누구나 와서 도서관을 이용하라는 의도”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 지역이 청소년 학교는 많은데, 청소년 시설이 없다. 또 번화가에 불법 성매매 업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마을 정책 발표회를 개최해 주민은 물론 구 의원을 불러서 건의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북구여성회는 북구에 사는 청소년들을 불러서 북구에 있었으면 하는 것들을 함께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를 ‘청소년 마을정책 발표회’라고 한다.

또 맞벌이 등의 사정이 생겨 어머니가 아이를 북구여성회에 맡기면 여성회 봉사자 중 한 명이 아이를 돌봐주고, 밥도 해결해 주는 ‘안전안심센터(일명 공동양육)’,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바른 역사관과 역사의 흐름을 잡을 수 있는 ‘역사일기’, 또 관심만 있다면 참여해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영상제작교실’ 등의 다양한 활동들이 이 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지금도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여성영화제, 그리고 우리 학교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대구여성영화제’가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에서 진행됐다. 대구여성영화제는 17년 전에 개최된 적이 있으나 재정, 지역민들의 무관심등의 문제로 없어졌었다. 이후 2012년에 북구여성회가 주관하여 다시 개최됐다. 장 대표는 “대구 여성영화제는 여성만이 아니라 의미는 강의, 노동, 비정규직, 아이들, 청소년,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다룬다”라고 말했다. 이번 여성영화제는 개막작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시작으로 11월 6일(목) <스타로서의 스무발 자국>, <탈선>, <파푸샤> 7일(금)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밀양 아리랑>, <천번의 굿나잇>,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8일(토) <60만 번의 트라이>, <한공주>, <제주의 영혼들>, 그리고 폐막작으로 <카트>가 방영됐다. 북구여성회는 지난 6월에 ‘마을은 하나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본교의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와 합동해 지난 달 30일부터 31일까지 ‘찾아가는 영화제’도 본교 백호관 소강당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총동연 회장 신동민(사회대 정치외교 11) 씨는 “북구여성회는 삶에서 발생하는 작은 이슈들과 일들에 대해 시민들과 호흡하더라”고 하며 “캠퍼스 밖의 소외된 일, 비주류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중, 저번 영화제에서 소외 받은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활동시는 것을 보고 같이 연합하여 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어린이 도서관 ‘책마실’과 ‘울림’

다시 북구여성회를 방문한 시각은 ‘책놀이 요리’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였다. 어린이 도서관 책마실 프로그램은 책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나게 함에 목적을 둔다. 화요일 오후 4시에는 ‘영어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목요일 오후 4시에는 ‘즐거운 책 놀이’ 행사가 진행된다. 북구여성회 김경희 어린이 도서관장은 “책 놀이는 다양한 그림책을 읽는 게 목적이다. 그리고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동아리를 만들어서 독서를 한다”며, 또 “책 놀이는 소문이 나서 작년부터 인근 초등학교에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어 그램책 읽어주는 엄마’는 영어 그림책을 공부하던 어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자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즐거운 책 놀이’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강사를 초청하여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과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 요리가 있는 주간에는 평소와는 달리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책의 내용에 따른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북구여성회 어린이 도서관장 김경희 씨는 “초기에 그냥 참여자로 책 놀이 프로그램에 찾으셨던 분들도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일반적인 참여자가 아닌 봉사자로 직책이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북구여성회의 회원인 임정숙 씨는 요리 교육을 담당한다. 실제로 임 씨는 8년 전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책마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임 씨는 “전에 계신 분들(강사)이 내 아이를 교육해 주셨고, 내 아이들은 이제 다 컸다.  내 아이가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처럼 이제는 내가 다른 어린 아이들의 체험 활동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자신이 받은 좋은 영향력을 답습하여 타인에게 되돌려주는 셈이다. 또 “기존의 책마실 프로그램은 그냥 아이 책 읽어주고 바깥 활동, 만들기만 했는데, 2년 전부터 내가 요리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면서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4주간의 책마실 프로그램 기간 중, 1주는 내가 요리를 담당하여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희희낙락 저희들끼리 떠들다가도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아이들과 어머니는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칼 같이 아이가 다루기에 위험한 도구를 사용할 때는 어머니가 시범을 보이고, 아이가 따라하게 했다. 어머니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 느껴졌다. 교육이 끝난 후 임 씨는 “(교육)하기 전에 항상 부담감이 있는데, 한 후에는 뭔가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조그만 활동에도 반응을 적극적으로 보여줘서 좋다. 그 전에 있었던 부담감이 해소된다”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뒤 김경희 도서관장을 따라 북구여성회 사무실 옆의 성교육문화센터 ‘울림’에 갔다. 그 곳에는 자궁 체험 보자기, 태아의 발생 과정, 남녀가 사춘기 때 일어나는 변화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한 게시판에는 어떤 그림이 붙어있고,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받은 느낀 점을 그림 옆에 적어뒀었다. 한 그림에는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진 소년과 소녀사이 ‘뽀뽀를 강요할 때’가 적혀있고, 어떤 아이가 ‘그런 것 시키지 마’라고 적힌 그림도 있었다.

성공적인 운영, 앞으로 가야할 길

특별히 후원도 받지 않고 250여명 정도 회원을 가진 시민단체가 이렇게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비법이 무엇일까? 김경희 도서관장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와 새로운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이 단체의 원동력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북구여성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김경희 도서관장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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