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개봉해 472만명의 관객을 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와 지난해 2월 개봉하여 468만 관객을 모은 ‘신세계’는 강한 남성성과 신선한 소재의 조합으로 겨울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것에 공통점이 있다. 올해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하려 하는 강력계 형사와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를 그린 정통 느와르 드라마 ‘나쁜녀석들’이 강렬한 액션신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본 호에서는 화재의 장르 느와르에 대해 소개 한다●

느와르의 정의

누아르(noir)는 '검은'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소개되었던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들 중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ㆍ스릴러물의 B급 영화들의 장르를 지칭하는 명칭이다. 느와르라는 장르는 폭력적이고 어두운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고 싶지만 자신들의 소박한 처지로 인해 그것들을 포기하고 마는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서 잔혹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다. 느와르는 범죄조직과 연루된 세상이 가진 어둡고, 부정적인 부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불 수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세상을 불평등하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돈과 권력이라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영화가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름 느와르의 역사

태초 할리우드의 느와르는 주로 범죄·스릴러나 갱스터 영화에서 파생되었다. 반면 현재 정립된 한국 느와르 영화의 원형이라 볼 수 있는 액션영화들은 주로 남자 주인공의 ‘내가 제일 잘나가’ 식의 영웅적 활약이나 사회의 질서유지와 회복을 지향하는 것들로서 현재 정립된 느와르 영화들과는 그 성격이 달랐다. 한국은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사람들 간 빈부격차가 커진 1990년대를 지나면서 스릴러가 하나의 영화장르로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게임의 법칙>등의 액션영화가 한국 느와르의 서막을 열었다. 이러한 느와르 장르의 태동은 2000년대를 지나면서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홍콩의 액션 느와르와 절도 행위를 주로 보여주는 하이스트 필름의 영향을 받아 느와르 영화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의 <친구>는 한국형 갱스터 영화의 흥행을 몰고 왔다. 그 후 한국의 느와르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 비관적인 세계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휘말리는 주인공 등의 형식적인 필름 느와르의 특징을 지니게 됐다. 그리고 이제 필름 느와르의 스타일은 나날이 발전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스타일 중의 하나가 됐다.  

필름 느와르의 촬영기법

영화감독은 작품을 구상할 때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어떻게 찍을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앞의 두 가지는 미장센의 영역에 포함되고 세 번째는 몽타주의 영역에 속한다. 영화에서의 미장센은 카메라에 찍힐 수 있도록 그림을 짜고 움직임을 만드는 감독의 모든 작업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몽타주는 장면과 장면의 결합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반면 미장센은 하나의 장면으로서, 하나의 장면에 담기는 그림을 통해서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미장센을 고집하는 감독들은 장면을 쪼개지 않고 한 쇼트를 길게 찍는 롱테이크와 화면의 심도를 살린 딥 포커스를 즐겨 사용한다. 

롱 테이크는 말 그대로 “길게 찍기”를 말한다. 현장에서 하나의 장면 장시간 지속시킨다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롱테이크 기법은 가능한 한 긴 호흡을 유지하며 사실감을 유지하면서 화면구성과 여백의 조화를 통해 여러 가지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럴 경우 관객은 감독이 구사한 미장센의 의미를 분석하고 음미하면서 영화 보기의 무한한 즐거움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의 명장면들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의 복도에서의 17:1 대결장면에서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했다. 긴 복도에서 돌진하며 적들과 싸운다. 이 장면은 최민식이 적들을 모조리 쓰러뜨릴 때까지 유지된다.

딥 포커스란 카메라에 비교적 가까이 있는 물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까지 모두 초점이 맞도록 촬영하는 기법이다. 이 방식을 통해 사물이 보다 깊게 촬영된다고 할 수 있다. 딥 포커스로 촬영된 화면은 깊이와 입체감을 지니게 되며 우리 눈이 현실에서 사물을 보는 것과 가장 유사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초점이 맞는 범위가 깊어질수록 관객은 화면 속에 배열된 물체들을 더욱 자세히 보게 된다. 딥 포커스 기법으로 구축점을 파괴하고 롱 테이크 기법이 추가되면서 영상에 담긴 인물과 사물을 자유롭게 해준다. 필름 느와르의 영상이 유례없는 운동감을 통해 화면 속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들 촬영 기법 덕분이다

조명과 색채

한편 영화에 조명과 색채를 이용해 더욱 고급스러운 연출을 하기도 한다.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는 ‘대부’ 말론 브란도가 등장하는 주요한 장면들 대부분에서 그의 눈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조명을 활용했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도록 하는, 다시 말해 그가 미스터리한 인물임을 부각하는 연출이었다. 또, ‘대부’ 1편을 찍을 때 황색과 적황색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이런 색조는 대부 톤 콜레오네의 차가운 냉혈한적 분위기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실주의와 형식주의

 느와르는 주로 사실주의나 형식주의의 방향으로 발전해갔다. 사실주의 영화는 최대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한다. 또, 어떤 소재를 사용할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한다. ‘The arrival of a Train(1903)’과 같은 사실주의 영화는 관객이 실제로 본 것과 같은 생생함을 영화 속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반면 형식주의 영화는 소재를 왜곡함으로써, 사건이나 대상물을 형식주의적 영상을 현실로 착각시킨다. 또한, 형식과 기교를 강조하는 경향도 있다. “A Trip to the Moon(1902)”는 완전한 상상을 바탕으로 둔 형식주의 영화로 기발한 이야기와 트릭 촬영이 돋보였다. 현실 세계는 사실주의와 형식주의 모두 영화에 필요한 소재의 원천이다. 모든 영화감독은 소재를 찾기 위해 촬영해야 할 현실 세계를 주시한다. 그 선택한 소재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들이 어떻게 그 소재를 이용하는가에 따라 그들의 영화의 특징이 결정된다.

느와르, 어떻게 보나?

역사 깊은 계명대학교 영화감상동아리 ‘영화패햇살’은 현재 회원이 50명 내외인 동아리로 자체 영화시사회를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관련 행사 참여하고 있는 영화평론 동아리다.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패햇살’ 회장 목현수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느와르 영화가 흥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신세계’ 같은 느와르를 요즘 많이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옛날에 ‘친구’가 나올 때만 해도 느와르가 대중화된 장르가 아니었는데, 최근에는 인기를 얻어 많은 느와르 장르가 많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Q. 가장 재밌게 본 느와르 영화는? 

가장 재밌게 봤던 느와르 영화로 ‘바람’을 꼽는다. 짱구(정우)가 여자친구(황정음) 때문에 다른 학교 선배와 시비가 붙지만 결국 꼬리를 내린다. 이후 짱구는 복수하기 위해서 선배들을 데리고 우르르 가서 재결투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 당시 고교생이었던 나는 힘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런 힘, 인맥이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이야기이다. 

Q. 최근에 괜찮게 본 느와르 영화는? 

제일 최근에 괜찮게 봤던 것은 ‘신세계’다. 동아리 내에서 다시 화젯거리로 다뤄볼 정도로 인상 깊게 봤던 영화다. 정청(황정민)이 습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정청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이자성(이정재)을 불러 “이제 고만 결정해라. 그래야 니가 산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본질적으로 그 둘은 조직폭력배와 경찰 사이로서 적대관계에 놓여져 있었지만, 그동안 생긴 정 때문에 그런 언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Q. 전체적으로 느와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느와르라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그런 부류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가끔 조직폭력배들의 폭력을 미화시키고 있지는 않나 하는 염려도 든다. 어린 아이들에게 폭력이 멋진 것이라고 잘못 알려 줄 가능성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라면 어릴 때 한 번쯤은 ‘내가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느와르에 끌리는 것 같다. 또,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재조명해주는 것도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느와르만의 장점인 것 같다.      

참고문헌 

「비교영상을 이용한 한국형 필름느와르 특징 분석 :

 "달콤한 인생"을 중심으로」(백보국)

「2000 년대 한국영화에 나타난 

필름느와르 스타일에 관한 연구」(장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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