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지난 총학 계승 의혹

‘단비’ 선거운동본부(이하 단비 선본)의 공약이 공개되자 학생들 사이에선 단비 선본이 지난 45대‘힐링’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46대‘레디’ 총학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계속해서 제시됐다. 단비 선본의 공약 총 59개 중 36개의 공약이 지난 두 총학의 공약과 겹친다. 위와 같은 의견에 대해 단비 선본 정부호 함대건(보건복지 07) 씨는 “계승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부후보 이석모(농생대 응용생명 10) 씨는 “겹치는 공약들이 복지 부분인데 새로운 총학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은 사업을 굳이 공약에서 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복지 관련 공약은 1년 만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꾸준히 관리돼야 하며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꼭 필요한 부분은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걸 계승으로 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우영(IT대 전자공학 11) 씨는 “전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이 없는 것 같다. 시설·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단대가 많은데 전체 단대를 위해 공약을 마련해야한다”라며 공약의 혜택을 받는 곳이 몇몇 단대에 치중되어 있음을 꼬집었다. 이에 함 정후보는 “문제 해결에 대한 심도가 높은 사안을 먼저 공약으로 다뤘다. 이외의 단대 의견도 듣고 있고 단대 고충 해결 상시 기구를 통해서 의견을 듣고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에 거시적 안목 필요

공약들이 복지 공약에 치중되어 큰 중요 이슈들에 비교적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교수학습센터의 전현정 주무관은 “공약들이 학습보다 ‘편의’에 더 치중돼 있는 것 같다”라며 “공약 수립에 좀 더 거시적 안목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용환(자연대 물리 08) 씨는 “자잘한 공약과 더불어 대외적인 활동에 관련된 공약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 정후보는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어도 학생들을 대표해서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부후보는 “학생들이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복지 부분이라 생각했다”며 “학생들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면 교육 이슈를 공약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 실효성 여부 판단

몇몇 공약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약 중 하나인 ‘조기 취업생을 위한 학점이수제도’에 대해 함 정후보는 “8학기 때 취업하는 학생들이 다소 있고 그런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것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고안한 공약”이라며 “온라인 강의제도 확대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사과 김선영 수업팀장은 “취업한 회사와 협력해 실습과목으로 인정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거나 취업한 지역 인근의 대학에서 학점을 수료할 수 있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취업을 한다고 해서 더 편한 방법으로 학점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함 정후보는 “대학이 교육의 장이고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등의 역할이 분명히 있지만 ‘취업’이라는 현실을 좀 더 반영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또한 버스킹이나 공연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북문지구 및 센트럴파크에 상설 공연장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은 지난 레디 총학에서 무산된 ‘센트럴파크 공연장 조성’과 비슷한 공약이다. 당시에는 센트럴파크까지 기계 장비를 끌어올 수 없어 공연장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한 시설과의 한 주무관은 “공연장을 설치하려 했던 다른 장소들도 있었지만 소음 문제로 주변 단대의 반대가 있었다”라며 “매년 나오는 내용인데 결국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함 정후보는 “버스킹 자체가 소규모 공연이라 소규모의 상설 공연장을 말하는 것”이라며 “대구 시청에서 북문 상가 안쪽까지 생각하고 있어 당선이 되고 나면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강의평가 공개 실시’에 대해서 함 정후보는 이미 있는 강의평가 조회기간을 “학생들이 꾸준히 볼 수 있게 좀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학습센터 전현정 주무관은 “강의평가가 교수실적 평가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며 “공약이 제대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평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비만의 주요 공약

복지 분야 이외 단비 선본의 주요 공약은 ▲학생회 권한 분권화 및 전문화 제도 실시 ▲학생회 재정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원회) 설치이다. 학생회 권한 분권화에 대해 함 정후보는 “복지 관련 공약을 내걸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반면, 본인의 문제가 아니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무거운 문제들에 대한 공약은 총학이 꼭 해야 할 일이지만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 딜레마”라며“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동제 위원회, 감사위원회, 교육위원회, 복지위원회 등의 위원회를 만들어 상황에 따라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총학은 소통에 집중하고, 주요 업무는 위원회를 전문화시켜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감사위원회에 대해서는 “단대학생회나 총학은 행정실이나 학생처에서 1차적으로 관리를 받기 때문에 기초적 감사가 이뤄지지만, 반면 재정관리가 잘 되지 않는 학과가 많아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다”며 “학생사회의 신뢰 회복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또한 “예·결산안을 잘 쓰는 학과에게 총학 예산안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생각했는데 별도의 감사위원회 관리 하에 이뤄진다면 공정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Q. 총학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정후보 함대건 씨(이하 정): 학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학생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고, 찾아올 수 있는 학생회를 만들고 싶었다. 여러 해 동안 학생회를 경험했으니까 학생들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장기적으로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부후보 이석모 씨(이하 부): 학생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총학은 일반 학생보다는 주로 단대 회장들과 대화를 한 것 같다. 그래서 학생총회의 의회에 대해 일반 학생들이 반발하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단대회장, 학과회장들이 학생들을 잘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일반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 한다.

Q. 선본 이름을 ‘단비’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부: 가뭄 속의 단비를 떠올렸다. 학업이나 취업에 지친 가뭄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과 같이 고민하고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있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취지다.

Q. 최근 총학 선거 투표율이 저조한데 이런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투표율 미달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비운동권 학생회가 당선되기 시작하면서 시기적으로 학생회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어지며 이렇게 된 것 같다. 사회 환경에서 학생회가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어려워 보여 안타깝다.

부: 일반학생들에게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는 현실이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부분이 학생들의 문제라기보다 지금까지의 총학이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해주고, 먼저 찾아가는 학생회가 되지 못했다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작년에 이에 이번에도 정책자료집이 발간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정: 정책자료집을 만들기보다 학생들이 더 편하게 볼 수 있게 공약의 핵심만을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내용을 축소화했지만 공약 팜플렛의 수량을 늘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Q. 지방 국공립대 연석회의는 꾸준히 열리고 있는데 추진이라는 것은 본교 내에 개최를 생각하는 것인가?

정: 그 부분도 욕심이 있다. 학사구조조정, BTL문제, 기성회비 반환소송 등 지방 국공립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는 같이 논의를 해보고 싶어 직접 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약에 포함시켰다. 사실 의지 표현의 부분이다. 그동안 공동 대응이나 교류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이라 이제는 의지를 가지고 했으면 

한다.

Q. 학내외 사안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의향이 있는가?

정: 총학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의견을 낼 것이다. 하지만 총학은 학생들을 대표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총학의 생각이 경북대 전체 학생들의 생각으로 비춰질 수 있으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솔하게 행동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

Q. ‘대구-상주 셔틀버스 공약’과 ‘대구 상주간 수강제한학점 확대’ 공약이 있는데 이런 공약들은 상주캠퍼스(이하 상주캠) 학생들을 대구캠퍼스(이하 대구캠)에 흡수해서 오히려 상주캠 공동화를 가져오는 결과가 아닌가?

정: 셔틀버스와 수강 학점을 무작정 제한한다고 해서 공동화가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상주캠 학생들이 대구캠에서 많은 강의를 듣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통합 이후 상캠에 제대로 된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본관에서 제한보다는 다양한 강의와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이런 문제에 대해 의지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

Q. 상주캠 내부 공약은 없는지?

정: 따로 준비를 안 했다. 이 부분은 내년 3월에 있을 상주학생위원회(이하 상주위원회) 보궐선거 이후 직접 소통하면서 해결하고자 한다. 단대 고충 해결 상시 기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권한 분배 등과 관련해서 상주위원회가 의지를 갖고 우리와 같이 얘기를 하면 좋겠다.

Q. 상주위원회와의 소통 부재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정: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캠퍼스 간 인식의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 내가 상주캠 소속이라 몸소 겪으면서 알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상주캠 학생들과 좀 더 긴밀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올해 레디 총학을 평가한다면?

정: 레디 총학은 의무식 폐지, 포크멤버십 등 생활적인 부분에서 학생들에게 잘 다가간 것 같다. 하지만 공약 이행에서 학생들이 많이 잘 몰라서 홍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학생총회 이후 레디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 좋은 안건을 가지고 해결하려 했지만 피드백이 없는 등 뒷심이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Q. 총학생회가 되기 위한 각오 한 마디?

정: 학생회와 학생들 간의 간격을 줄이고 싶다. 학생회는 학생들 밑에 존재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내년 3월에 여러분들의 작은 관심 덕분에 여기 다시 왔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 마음만큼 열심히 뛰겠다.

부: 어디를 가나 곁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힘이 필요하다. 선거운동 기간에 보여드린 만큼 소통부분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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