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과 동행하다

아침 7시 30분, 기자는 청소할 복장을 갖추고 A건물 관리실에 도착했다. 본교 환경 미화원 a씨를 만나 함께 동행했다. “도와 드릴 것 없어요?” “아니야, 도와 줄 것 없어. 우리가 다 해야 돼”

본교의 건물 담당 환경 미화원의 정규 근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하지만 a씨는 7시 1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와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7시 30분쯤부터 일을 해. 강의실, 화장실 다 청소해야 하는데 8시부터 하면 강의실 청소 할 때 학생들하고 마주쳐서 미안해”

a씨는 커다란 기름걸레를 가지고 건물 내 먼지를 쓸기 시작한다. 쓰레기 중에는 담배꽁초도 보인다. a씨는 ‘이 정도는 예사’라고 말했다. “시험기간이 아닌데다 날씨가 추우니까 쓰레기가 많이 줄었어. 학생들이 일찍 집에 가는 바람에. 안 추울 때나 시험기간일 때 아침에 보면 엉망이야” 학내 구성원이 많이 오가는 구역을 먼저 청소한 뒤, a씨는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화장실 입구 쪽 쓰레기통 안을 보니 캔, 종이, 플라스틱 등 분리수거 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뒤엉켜 있다. 이 쓰레기들을 어떻게 분리할까라는 기자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 a씨는 능숙하게 통을 뒤져 재활용품을 분리했다. 그리고 화장실 내 청소 용구함을 여는데, 그곳에는 캔과 유리병 등이 각각 분리된 커다란 봉지가 있었다. “이건 노하우야. 이렇게 바로 분리해서 봉지에 넣고, 다 차면 분리수거 하는 곳에 놔 둬”

유난히도 가을바람이 많이 불었던 아침, 두꺼운 점퍼까지 입은 기자는 추위에 떨었지만, a씨는 손걸레를 빨아 소변기, 대변기를 구석구석 청소하기 시작했다. a씨의 손을 거친 변기들은 새 것 같이 광채가 났다.

문득 ‘축제 때는 어떻게 하셨을까?’는 생각이 스쳤다. 지난 축제 때 화장실 내 온갖 음식물과 구정물을 몸소 목격한 기자는 축제 때 힘드시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때는 우리도 진짜 짜증나고 성질난다. 구멍 마다 안 막힌 곳이 없다. 일일이 다 닦고, 청소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축제 때 청소하고 나면 씻으라고 목욕 비용을 줬는데, 요즘은 받지 못한다”라고 했다. 본부 총무과 황윤수 캠퍼스관리팀장은 이에 대해 “대동제 때는 특별히 인력을 추가로 투입한다”라고 하며 “(목욕비 같은)용역업체에 지급하는 보수도 다 학생들의 등록금이기 때문에, 무계획적으로 지급할 수는 없다. 서로 간의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9시 강의가 시작되기 전, a씨는 강의실 청소를 시작한다. 바나나 껍질이 버려져 있다. 기자가 강의실 내 한 통 있는 쓰레기통을 들여다보자 a씨는 “학생들한테 캔이라도 좀 나눠 버려 달라고 하는데”라고 웃으며 말한다.

강의실을 청소하고 과방을 지나갔다. 과방은 청소하지 않으시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환경정화(청소·건물관리)용역 계약 특수조건Ⅰ 제1조 ③항에 따르면, 용역 대상의 업무는 공동구역 환경정화이다. 과방은 학생 자치적으로 청소하고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a씨는 조용히 과방 문을 열더니 들어오라고 한다. 쓰레기통을 봤다. 쓰레기통이라는 화산이 갖가지의 쓰레기를 용암같이 뿜어내고 있다. “저런 식으로 해 놓고 학생들은 봉지에 담긴 쓰레기를 수거함에 버리는데, 아저씨가 거둬가서 (분쇄기에 넣어서) 걸리면 아저씨가 본관에 얘기를 하잖아. 본관 측에선 그 사정을 모르고 우리한테 얘기를 한다. 왜 분리수거 안하냐고. 우리는 답답한 거지. 과방은 학생 자치로 청소해야하는 건데”라고 말한다.

9시 40분 경 a씨 구역 청소가 끝나고, 오후 3시에 다시 a씨를 찾았다. a씨는 화장실 청소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니 거울에 웬 원룸 광고지가 붙어있다. 화장실 거울에 광고지가 붙어 있으면 “우리가 혼난다”고 했다. 위의 과방 분리수거와 같이, 학생들 때문에 오히려 환경 미화원들이 괜한 수고로움을 사게 되는 것이다.

아침 7시 10분경 환경 미화원 b씨를 찾아갔다. 건물 밖에 나와 벌써 주변 청소를 하고 있던 b씨는 “아직 일 하는 시간이 아니니 안에 들어가서 몸 좀 녹이고 있으라”고 말했다. 건물 안에서 b씨의 동료로부터 따뜻한 커피를 대접받았다. b씨는 교정을 전반적으로 청소한다. 가을이라 날이면 날마다 수북이 쌓이는 낙엽을 치우는 데 한창이다. b씨는 건물 내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과는 달리, 일찍이 청소를 시작하여 정오까지 청소를 하는데, 중간에 15분 잠시 쉰다. b씨는 “그 대신 인건비를 조금 더 받으니 괜찮다”라고 말했다.

b씨와 동료는 계속해서 낙엽을 쓸어 담아 대형 쓰레기통에 담았고, 쓰레기통은 금방 낙엽으로 찼다. 낙엽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봄, 여름에는 물청소를 실시한다고 한다. 기계를 사용하여 건물마다 바닥, 계단에 물과 세제를 뿌리고, 조를 이루어 각 건물을 청소하는 것이다. 일청담 주위를 청소한 뒤, 정문을 향해 갔다.

정문에 도착하여 b씨와 동료는 다시 낙엽을 쓸기 시작했다. 기자가 낙엽이 정말 많다고 말하자 b씨는 “이 정도면 적은 편이다. 낙엽이라는 게 계속 쌓여서 치워놓고 내일 보면 쌓이고, 다시 쌓이고 한다”라고 말했다.

본부-용역업체-환경미화원

본교 환경미화원은 학교 직속이 아닌 용역업체 소속이다. 우리학교 본부-용역업체-환경미화원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용역업체와 본부가 계약하여 본부가 용역업체에 예산을 지급하면, 용역업체는 환경미화원을 관리하며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환경미화원 용역업체 계약은 보통 1년이다. 본교 총무과 황윤수 캠퍼스관리팀장(이하 황 팀장)은 “국고 회계는 회계법에 따라 매년 회계기간 내에 모든 계약을 하게 돼 있다. 특수 경우(무인전자경비)에는 3년 계약을 하고, 청소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1년 계약을 하고 있다. 이게 일반 계약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 계약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1년 단위로 계약업체가 바뀔 때 마다 전 용역업체에 속했던 환경미화원은 다시 학교에서 일하기 위해 본교에 의해 입찰된 용역업체에 다시 입사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a씨는 “그냥 학교에서 환경미화원을 직고용해서 쓰면 제일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드는데”라고 말했다.

검토 중인 정년퇴직 연장

본교 환경 미화원의 정년퇴직은 만 65세이다. 그러나 b씨의 동료는 고령화되는 사회에 관해 “다른 학교는 정년퇴직이 67세인 것으로 안다. 이래 봬도 젊은 사람만큼 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부산대를 제외한 용역업체 사용하는 지방 거점 국립대학들은 정년퇴직이 65세를 넘는 곳이 없다”라며 “기본적으로 퇴직에 관련된 법률이 있는데, 국가 기관이 정년을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노령화 사회가 되고 있는지라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대 환경미화원의 정년퇴직은 만 70세이다(법 개정으로 신규 환경미화원의 정년퇴직은 68세). 부산대 총무과 정준석 주무관은 “(사회가) 고령화됨으로써, 노조 측과 합의하여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

a, b씨의 청소가 끝날 무렵, 학내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강의실에 음식물 들고 오는 것을 자제해 달라. 밥, 피자 등을 쓰레기통에 쑤셔 넣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또 “행사 때문에 건물에 오면 갈 때 청소, 정리를 다 해 주고 가야하는데 안 해놓고 간다. 그러면 우리가 또 다시 정리한다. 이런 부분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특히 외부에서 온 분들이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b씨는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학생들이 담배꽁초, 종이컵 등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런 부분을 신경써준다면 본교는 상생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질문에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답해줬던 환경 미화원 a씨와, 그 추운 날씨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던 b씨의 모습을 기자는 잊지 못할 것이다.

분리수거를 체험하다, 실태를 직접 보다

a씨는 “보통 맡은 건물의 분리수거를 하려면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환경을 사랑하는 기자는 복현회관 3층 경북대신문방송사의 쓰레기통을 분리수거 해 봤다. 11월 15일 오전 10시 즈음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본지의 기자들이 사용하는 이 쓰레기통에는 플라스틱, 종이, 일반 쓰레기 칸이 분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쓰레기가 일반쓰레기통에 집중돼 있었다. 플라스틱과 종이는 물론이고 유리병까지 일반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실태를 봤다. 본지의 기자나 대개 일반 학생이나 별반 다름없이 분리수거 의식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처리 하던 중 흰 봉지에서 매케한 냄새가 나서 봤더니 온통 곰팡이가 핀 찜닭과 밥이 썩은 채로 버려져 있었다. 취재를 하며 ‘학생들의 분리수거’만 언급하면 혀를 내둘렀던 여러 환경미화원처럼, 기자도 안타까움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리수거와 음식물까지 모두 처리하니 26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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