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리 8번 문제, 영어 A, B형’, 이 단어들을 봤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2014학년도 수학능력검정시험(이하 수능)이야. 얼마 전에 전원 정답처리로 판결이 난 세계지리 8번 문제 사건이 결말을 맺고 2015학년도 수능이 가까워지자 평가원에서는 ‘다시는 그런 실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호언장담을 했어.

그런데 이번 수능은 소위 말하는 ‘물수능’으로 악평이 자자해. 수학B형과 영어 과목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자연계 학생들의 정시지원은 대혼란이 될 것 같아. 수학B형의 1등급 예상 점수가 100점이라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상황이야. 사람은 언제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 실수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감안하면 한 번의 실수로 뒤바뀌는 시험방식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영어 A, B형은 작년 수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한 방식이야. 교육부에서도 이 방식의 부당성을 빨리 깨달았는지, 아니면 심각한 비난에 시달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수능에서는 영어는 다시 통합되어 치르게 됐어. 교육부는 다양한 교육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학생들을 그 정책의 실험용으로 취급하는 일은 이젠 그만두었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이야.

수능이 끝난 뒤 지금 과학탐구에서 논란이 일고 있어. 이번에 문제가 된 과목은 생명과학Ⅱ인데 공교롭게도 지난번 세계지리와 마찬가지로 8번 문제에서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어. 번호의 동일성은 그냥 우연으로 생각하더라도 호언장담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어. 물론 이 문제는 아직 오류라고 결정된 것은 아니고 이의 제기 단계야. 평가원은 17일까지 이의제기를 받고 24일에 최종 오류 결정을 할 예정이야.

작년 수능을 기점으로 수능에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국가에서 그것을 인정한 경우도 생겨나고 있어. 처음 시도할 때부터 무리라고 평가받는 A, B형 시험은 2016학년도 수능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다시 많은 것이 바뀌게 돼. 교육과정이 다른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면서 수학 과목의 범위가 달라지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꼭 도입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한국사 과목이 사회탐구에 포함돼 있을 때보다 난이도를 약간 낮춰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어. 수능이라는 시험은 학생들이 12년간 공부한 것을 하루의 시간동안 평가받는 시험이니만큼 부디 국가에서 이번 개편안은 제대로 해줬으면 해. 시험이 끝나고 우는 사람이 생겨도 그 눈물에 담긴 의미가 억울함이 아닌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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