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라 하면 가을 단풍이 일품인 치악산을 떠올리겠지만, 원주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보물들이 있다. 보물을 찾으러 원주로 떠나자. 원주는 대구와 비슷했다. 낮은 건물과 번화가, 그리 길지 않은 배차시간. 버스를 타고 엘리트체육관 앞으로 가면 원주 보물들에게 데려다줄 시티투어버스를 만날 수 있다. 원주문화원에 사전예약하면 3,000원에 투어를 즐길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고 가자. 시티투어는 매주 다른 테마의 코스가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가면 좋다. 내가 간 투어는 충효사, 흥원창, 법천사지, 거돈사지 코스의 인문학여행이다. 

처음으로 만난 보물은 살아서는 청살문, 죽어서는 홍살문이라는 효자정문을 두 번씩이나 나라에서 세우게 한 ‘황무진’이다. 그가 얼마나 효가 지극 했냐면 노모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일터에서 20km 떨어진 집까지 매일 왔다 갔다고 한다. 그 효심에 감동한 호랑이가 자신의 등까지 내어줘 태워줬으니 그를 기리는 충효사는 물론 호랑이를 기리는 충호비까지 세워진 이유를 알 만하다. 

안타깝게도 ‘법천사지’에는 탑은 없고 탑비만 남아있다.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은 많은 수모를 당했다. 일제강점기 땐 물 건너 일본도 갔다 오고 6.25땐 지지리도 운도 없이 포탄을 맞아 1000개의 조각으로 부숴졌다. 탑비를 보면 웅장한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정교한 조각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하지만 탑비 주변으로 얼기설기 놓여있는 탑의 흔적을 보면 아직까지 문화에 대한 관심과 보존 의식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점심은 마을 밥집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아주머니가 직접 강에서 잡아 끓였다는 올갱이해장국을 추천했다. 올갱이는 고디, 다슬기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너무 작고 징그러워서 한 번도 먹은 적 없었다. 용기를 내서 올갱이해장국을 먹었는데 올갱이가 너무 작아 사실 맛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간에 좋다던 올갱이로 해장국을 만든 것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올갱이해장국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간 곳은 ‘거돈사지’이다. 거돈사지엔 원공국사현묘탑과 탑비가 있는데 법천사지의 국보를 보고 왔다면 실로 보물일지라도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탑비와 멀리 떨어진 곳에 탑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과거 법당이 있었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기둥도 아닌 바닥만 남았지만 그것들로 과거 존재했었을 건물을 예측해낸다니 정말 멋진 일이다.

여기서 시티투어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아직 원주엔 보물이 남아 있다. 바로 토지의 작가 박경리이다. 원주엔 박경리가 원고를 쓰고 생을 마감한 생가를 약간 개조한 박경리 문학공원이 있다. 그곳엔 박경리의 삶과 작품을 담은 ‘박경리문학의집’과 그녀와 관련된 서적을 읽을 수 있는 ‘북까페’도 있다. 그리고 토지 속 장면이 연상되도록 꾸며놓은 평사리마당과 홍이동산이 있는데, 문학공원 내 공정무역커피카페에서 만든 고구마라떼 한 잔과 함께 산책한다면 보슬보슬 내리는 빗속에서도 따스한 문학인의 감성에 젖을 수 있다. 아쉽게도 생가는 해설을 신청해야만 들어가 볼 수 있다. 가족단위로도 예약되니 이곳에 들른다면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을 간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바로 시장이다. 원주시장은 김치칼만두가 유명하지만 강원도의 별미인 메밀이 들어간 메밀전병과 메밀칼만두는 일반 칼만두과 달리 쫄깃하고 구수하니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원주에서 찾은 보물들을 가슴에 안고 대구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실제 국보와 보물들도 봤지만, 내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다면 충분히 보물이 되지 않을까? 어렸을 때 체험학습을 오면 늘 지루해 했는데, 대학생이 돼 다시 오니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한 번쯤은 머리로 하는 여행을 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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