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과세요?” 이 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인사말같이 상투적으로 묻는 질문이다. 나 역시도 이런 질문들을 자주 하고 자주 받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질문이 ‘편견’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처음 만난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전공이나 학과가 때로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SNS나 커뮤니티에서도 전공이나 학과에 관련된 우스갯소리나 유머 글에 대한 반응들이 뜨겁다. ‘학과 별 그럼 이만’이나 ‘학과 별 많이 듣는 소리’가 가장 대표적이다. 심리학과 학생들에게 “‘내 생각을 맞춰봐’ 같은 소리 하지마세요. 난 지금 내가 왜 공부를 안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으니까. 그럼 이만.” “컴퓨터 공학과야? 내 컴퓨터 좀 고쳐줘”는 대표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이런 시리즈나 유머 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도 이러한 유머 시리즈들에서 다른 사람들이 겪은 것과 같이 전공에 대한 웃지 못 할 경험을 종종 했다. “명함이나 포스터 하나만 만들어 줘” 혹은 “그림 잘 그리겠네? 여기에 내 얼굴도 그려줘”라는 말은 나와 같이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말이다. 사실 나 말고도 다른 학과 학생들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유머시리즈를 읽은 후에야 알았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의 전공에 대한 편견을 가지거나 관념적인 내 생각 안에 갇혀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념 속엔 디자인이란 ‘자유롭고 아름다운 것’ 혹은 ‘오로지 감성에 의한 예술’이라고 정의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디자인은 단순히 스타일링을 변화시키는 수단이 아닌 객관적이고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 중에 하나다.

우리는 서로 무슨 학과 혹은 전공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고 그 전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즉, 자신이 공부하는 영역 외의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이것이 학과 간 소통의 부족에 대한 우스갯소리로 끝나면 좋겠지만, 학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의 곳곳에서부터 전반에 걸친 문제들과 이어져 있다. 물론 우리의 이러한 태도의 바탕에는 전공위주의 교육이나 그 밖의 여러 제도적인 문제들도 어느 정도 기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에는, 우리들은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한 오만 때문에 상대의 학과를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알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전공 이외의 다른 학문을 배우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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