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 때문이다. 게임은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렇게 재미있을까? 지금부터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와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게임 공화국,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게임을 잘하고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뛰어난 개발기술과 큰 게임시장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게임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을까?

우리나라의 게임 발달 역사는 독특하다. 컴퓨터 게임과 같은 양식은 1970년대 서울 청계천의 세운상가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게임의 자체 개발보다는 게임의 복사를 통하여 빠른 수입을 올리려고 했다. 1980년대에 들어 청계천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게임 개발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고 오락실 형태의 업소들이 생겨났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슈팅게임 분야에서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하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두용실업의 ‘걸프스톰’이었다. ‘걸프스톰’은 유럽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로 수출됐다. 또한, 이 당시 일본에서 ‘스트리트 파이터2’라는 대전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도 대전게임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컴퓨터 게임의 개발도 서서히 시작됐다. 마침내 1998년 한국 게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 일어난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PC방’이 탄생한 것이다. 이때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큰 인기를 얻는다. 이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겨나고 여러 대회가 개최됐다. 2000년대에 들어 도박게임의 열풍이 불기도 했고,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지금까지 MMORPG 중심의 개발에서 FPS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도 이루어졌다.

게임 속 이야기, 게임 시나리오

게임의 시나리오는 소설이나 영화에서의 시나리오 못지않게 중요하다. 게임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면 그 게임의 소프트웨어도 다 완성됐다고 할 정도이다. 플레이어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게임 시나리오의 특성상,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다른 시나리오들보다 게임 시나리오가 더 복잡하다. 게이머가 게임 내에서 접하는 세계관은 물론이고, 그 안의 캐릭터의 성격과 대사까지 상세하게 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게임 시나리오는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조에서 다양한 변수를 줄 수 있고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물 구조 및 설정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게임 시나리오는 일반적으로 제목 정하기, 장르 정하기, 줄거리, 캐릭터 설정, 아이템 및 오브젝트 설정, 세부 시나리오 설정으로 진행된다. 여러 장르가 있지만, 우리에게 제일 친숙한 아케이드 게임과 롤 플레잉 게임의 경우에 대해 알아보자.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줄거리가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오프닝 데모가 나오면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서 게임의 내용을 설명해준다. 설명이 끝난 후 스테이지 별로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 중간 데모 영상이 나온다. 이 중간 데모 영상은 게임의 내용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스테이지를 깨고 나면 엔딩 데모 영상이 게임 전체 내용의 결과를 설명해주면서 마무리된다. 아케이드 장르에서는 데모 영상이 자주 사용되므로 각각의 간략한 줄거리가 필요하다.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게이머가 조작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며 화려한 그래픽과 효과음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롤 플레잉 게임은 다른 장르들과 비교해서 시나리오가 더욱 중요하다. 전체 시나리오 형식이 기승전결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캐릭터의 기본 능력 수치를 설정해야 하고 그 특성에 맞게 아이템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예를 들면 직업은 마법사이고 HP와 MP가 150, 200인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에 따라 캐릭터의 출생국가와 인종 등에 대해서도 설정한다. 캐릭터가 결정됐다면 다음으로 전투시스템을 설정한다. 일반적인 공격패턴과 강력한 공격패턴 등 여러 가지 패턴을 만들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게이머의 관심을 끌기 쉽다. 

게임은 어떤 원리로 디자인될까?

시나리오를 통해 큰 틀이 완성됐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작업이 세부 디자인이다. 게임 디자인 항목에는 컨셉, 시스템, 밸런스, 레벨, 인터페이스 등이 있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 내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어떻게 하면 게이머들이 더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지 고민한다. 디자이너들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게임을 구성하는지 게임을 하고 있는 영빈이와 함께 알아보자.

게임은 플레이어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한 지점에 다다르며 새로운 문제를 만나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게임을 구성한다. 팁을 주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영빈이는 어드벤처 게임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눈앞에는 큰 절벽이 있다. 옆으로 이동해보니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파란색 상자가 있다. 영빈이는 이 상자가 해결책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고 상자를 부순다. 영빈이의 예와 같이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상황을 극복하도록 여러 장치를 만들어놓는다. 이런 상황들은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게 하고 그런 과정이 게임의 집중도를 높인다. 

좋은 게임디자인은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위험 평가를 하도록 만든다. 영빈이의 상황을 보도록 하자. 영빈이는 슈팅 게임을 하고 있다. 영빈이는 화면에 보이는 적을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강력한 폭탄을 가지고 있다. 스테이지가 지나갈수록 눈앞의 적은 점점 더 강해진다. 영빈이는 지금 스테이지에서 이 폭탄을 지금 쓸지 아니면 보스 스테이지에서 쓸지 고민한다. 이처럼 영빈이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위험 평가이다. 위험 평가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폭탄은 게임 내에서 잘 등장하지 않으므로 더 희소하고 가치가 있다. 따라서 영빈이와 같은 플레이어들은 아이템들을 게임 내에서 비축하려고 한다. 위험 평가는 게임에서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게임 디자이너는 이런 위험평가를 게임 안에 많이 배치한다. 

게임 속에서 모험하던 영빈이는 드디어 보스를 만난다. 심기일전하여 보스와 전투를 벌이는 영빈이. 하지만 아쉽게도 캐릭터가 죽고 만다. 영빈이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보스와 결투하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다. 여기서 영빈이는 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흥미로운 실패’ 상태로 게임이 끝났기 때문이다. 대부분 게임이 플레이어가 실수나 실패를 하더라도 큰 처벌이 없다. 처벌이 클 경우 플레이어가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알려주고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롤플레잉 게임을 하고 있는 영빈이. 눈앞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영빈이는 앞의 몬스터를 해치웠다. 영빈이의 캐릭터는 레벨 업을 했다. 영빈이는 이제 더 강한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이 영빈이가 한 게임과 같은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을 ‘피드백 루프’ 중 긍정적 피드백이라고 한다. 플레이어는 그들이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보상을 원한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보상으로 레벨이 올라 더 강력한 몬스터와 싸울 수 있게 됐다. 이와 비슷한 예로 체스는 상대방의 말을 잡을수록 상대방이 더 약해져 더 많은 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부정적 피드백 루프도 있다. 이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그 다음 목표를 이루는데 어려움을 준다. 예로는 넥슨의 온라인 스피드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에 등장하는 ‘UFO’ 아이템이 있다. ‘UFO’ 아이템은 선두 주자에게 날아가 선두 주자의 카트를 일정 시간 동안 느리게 만든다. 선두가 되면 ‘UFO’ 아이템을 맞게 될 수 있고, 선두를 뺏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게임을 만드는데 영향을 준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게임은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외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만 노력했다. 그동안 시나리오나 게임디자인 등에서 인기 있는 외국의 것을 베껴오는데 바빴지만 이런 과정 덕분에 기술력은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현재는 획기적 기획 아이디어와 시나리오가 없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내부의 발전이 필요한 때다. 탄탄한 기획과 시나리오를 통해 경쟁력 있는 게임이 개발되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게임시나리오 개론」(김종혁)

「게임 디자인 워크숍」(트레이시 풀러턴)

「게임 디자인 원리」(웬디 디스페인)

일러스트: 강나래 기자/knr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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