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05보안대가 있던 잿등고개쯤에 

이모할머니가 살고 계셨다 기억에 따르면 

이숙이 끌려갔던 곳이란 걸 알고

면회 갔다가 삼십 수년째 눌러앉았다는 이모할머니 

예전 같지 않게 정신이 가물거렸다 

연락도 없이 내가 찾아가면 이숙이름을 부른다 

며느리가 밥도 안준다고 이른다

정신이 멀쩡하다가 나만 오면 매번 저런다고 그런다

이왕 그럴 거면 간병인 파견하고 지원도 해준다는 구청에서 

망령정도를 확인하러 나올 때에나 그랬으면 좋겠다고 

이종형이 혀를 찬다 이종형을 보고도 

사복입고 온 군인이라고 고집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한다

사복군인에게 속은 이모할머니가 

이숙의 숨은 거처를 일러바친 것이 도져 매병이 발동한 것이지

나만 보면 몇 번이고 이숙이름을 부르며 미안타했다

연정을 품은 여자후배로부터 밀고당한 내가 

감옥 갔다 왔다는 걸 꼭 아는 눈치였다

조성국 시인

광주 염주마을에서 태어났다. 1990년 <창작과 비평>에 수배일기 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슬그머니> <둥근 진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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