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라 하면 대덕연구단지, 카이스트, 엑스포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대전에는 영화 촬영지가 많이 있다. 오늘은 영화 촬영지를 중심으로 대전을 가 보려한다. 

동대구역에 도착해 대전행 기차를 탔다. 처음으로 계획을 잡고 떠나는 여행이라 굉장히 마음이 부풀었다. 두 시간 반가량 걸려 대전역에 도착했다. 대전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대전의 명물 성심당이 위치해 있다. 빵집 안에는 일반 프렌차이즈 빵집과는 다르게 손님들이 맛볼 수 있도록 맛보기용 빵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빵집의 명성만큼 인심도 넉넉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맛보기 빵을 즐겼고, 점심용으로 먹을 빵 세 가지와 우유를 사들고 가게를 나섰다.

빵을 먹으며 남북한 탁구선수가 한 팀이 되어 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코리아’ 촬영지를 가기 위해 한남대를 향하는 버스를 탔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곧바로 대운동장으로 향했다. 도착하여 둘러보니 특별히 ‘이 곳에서 영화를 촬영했다’는 안내 글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내 ‘그런 표시가 있어도 굉장히 웃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 한남대에는 우리 대학 기독센터와 같은 기숙사가 있다고 한 것이 기억났다. 학교도 둘러볼 겸 교내에 있는 대학교회를 찾아가 목사님의 안내를 받아 기숙사 건물도 구경하고 한남대학교를 빠져나왔다.

버스를 타고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으로 갔다. 이곳은 영화 ‘변호인’ 촬영지이다. 송강호가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며 극중 진우의 무죄를 주장했던 법정건물이자 선배 변호사로부터 형량 협상제안을 받거나 기자인 친구의 위안을 받던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건물에 들어서 내부 계단을 보자마자 곧 바로 변호인의 장면이 떠올라 경비실 아저씨께 “아저씨 여기가 변호인 촬영지 맞지요”라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아마 그럴 겁니다” 라고 하셨다. 변호인에 나왔던 장면을 사진에 담고자 계단 아래에서 셔터를 많이 눌렀으나 장면을 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침 독도의 날을 기념하여 “한밭에 선 독도”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다. 독도가 우리 땅임을 나타내는 사료를 둘러봤다. 건물 2층은 옛 충남도청으로 쓰였던 방들이 개방돼 있었다. 보고 싶은 사료들을 오래 보기도 하고, 사진도 마음대로 찍으며 자유로운 대학생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 극중 준하와 주희가 반딧불이를 잡으며 놀았던 나무다리, 영화 ‘클래식’ 촬영지로 가기 위해 나는 버스를 탔고, 환승을 위해 중간에 버스에서 내렸다. 촬영지인 원정역으로 가는 버스 23번은 간격시간이 1시간이었다. 정말 버스는 1시간 뒤 즈음에 왔다. 나는 기막힌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원정역으로 가기까지 또 1시간 즈음을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 있어야 했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데 이까짓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촬영지에 도착했다.

이전에는 기차가 섰던 역이었지만 이젠 폐간역이 된 원정역의 주변은 정말 아름다운 시골이었다. 이제 준하와 주희가 함께 있었던 나무다리를 뚝방길을 따라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나는 급한 마음에 길을 헤매기 시작했고, 야속하게도 해는 빠르게 지평선 아래로 사라졌다. 나는 나무다리를 찾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혼자서 계획하고 여행온 것만 해도 어디인가’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며 다시 버스를 타고 역으로 돌아와 유명한 중국집 태화장에서 탕수육을 배부르게 먹은 뒤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돌아왔다. 내가 보지 못한 나무다리를 그대는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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