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위의 볼링 핀들은 견고하게 배열되어 있다. 아무 핀을 건드려서는 쉽사리 모든 핀이 넘어가지 않는다. 킹 핀은 다섯 번째 볼링 핀이자 판에서의 핵심이다. 우리가 볼링 경기에서 모든 핀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킹 핀을 노려야 한다. 현재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란 이름의 볼링 판 앞에 서 있다. 그들은 법안에서 어떤 것이 킹 핀인지 안다. 또한 이것을 건드리면 법안이 무너질 것이라는 것도 안다. 공을 굴리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킹 핀을 피해서 다른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 공을 굴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이유로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웠다. 그는 우리나라의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이 OECD의 최고 기준인 43.7%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인상을 권고할 만큼 담뱃값의 물가도 주변국에 비해 낮은 편이란 분석 자료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우리 또한 10년간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그는 이제는 담뱃값을 올릴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책을 둘러싼 위의 모든 명분은 단지 킹 핀을 둘러싼 주변 핀들이다.

담뱃값 법안에서 킹 핀은 세수 증가다.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활성화를 통한 ‘증세 없는 복지’ 슬로건을 대선 중에서 경제 운영 방침의 공약으로 걸어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 정부는 무상보육과 노인연금의 예산이 예상 수치보다도 금액을 웃돌아 당황했다. 빠져나가는 예산을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가 선정한 카드가 담배였을 것이다. 늘어나는 세금 중에 국세인 개별소비세(594원)가 새롭게 부과되는 것이 이 생각에 대한 근거가 된다. 개별소비세가 따로 생기게 되면 제세·부담금 비중이 높아지고 이것은 중앙 정부의 금고로 들어간다. 이미 일각에선 ‘건강’을 앞세운 우회증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한창이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저서 <폭풍의 한 가운데>를 통해 “지도자는 자신의 지난 공약이 현실성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현실을 외면한 명분의 나열보다 선행할 것은 ‘증세 불가’ 간판 파기와 여당의 입장 변화에 대한 국민적인 동의 절차다. 정부가 킹 핀을 외면하며 법안이란 볼링 판을 무너뜨리지 않게 공을 굴린다 하더라도 국민이 멀리서 킹 핀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증세 없는 복지란 일부 산유국에서밖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원율

(사회대 신문방송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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