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서울패션위크, 부산에는 부산패션위크가 있다. 그럼 대구에는? 사실 대구패션페어(이하 DFF)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올해 9회째를 맞이한 DFF는 ‘Fuse(융합)’이라는 주제를 통해 탈수도권에서는 최초로 해외바이어들을 일대일 컨택하며, 대구만의 독창적 패션 메카를 만들어 대구시 취업경제의 성과를 내고 있다●

FUZE(융합) 컨셉에 맞는 각종 볼거리들

DFF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에서 3일간 개최됐다. 8~9일은 비즈니스데이로, 10일은 퍼블릭데이로 운영되어 패션에 관심있는 많은 이들에게 패션과 문화, 패션과 기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패션의 장을 제공했다. 기능성 디자인과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가 융합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입을 수 있는 기술(Wearable Technology), 인간중심의 스마트 라이프, 창조경제 실현을 제안하는 융합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전기공급 없이 스스로 발광하는 옷이 전시되어 있었다. 본교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현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반태현 씨는 스마트와치(Smart Watch) 기능을 접목하여 헬스 케어 용품을 제작했다. 반 씨는 “목적에 따라 근전도, 심전도, 온도 등을 측정하는 기능적인 면을 넣었고 서비스 제공을 어느 곳에서 하느냐에 따라 정보제공 장소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서비스 제공을 병원에서 한다면 실시간으로 신체 정보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행사장에는 여러 패션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공익사업에 힘쓰는 ‘아름다운 가게’를 만나볼 수 있었다. 대구경북 아름다운 가게 김정은 본부장은 “오늘 우리가 판매하는 건 업 사이클링 제품(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물품)이다”라며 제품을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의류나 가죽제품을 기증받아 쓸 수 있는 부분을 잘라내 가방이나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켰다. 이것도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공익적인 패션 사업이며, 의미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이틀간 본교를 포함해 27개 대학이 참여한 제 12회 전국대학생 패션쇼가 열리기도 했다. 시상식에서는 본교 의류학과 학생들이 대상, 금상, 은상, 동상, 특선 및 장려상을 휩쓸었다. 대상 수상자 김미주(생과대 의류학과 11) 씨는 “4개월 동안 정말 힘든 제작기간을 거쳤는데, 도와준 학과 친구들에게 신문을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친구들이 없었으면 이뤄내지 못했을 결과”라고 덧붙였다.

관람객 김희경(20) 씨는 “몰랐던 다양한 브랜드를 알게 되어 좋았고, 평소 옷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재밌게 즐겼다”고 말했다. 이채원(20) 씨는 “나이가 어린 분들이 디자인에 직접 참여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며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 규모가 작고, 패션쇼도 작아서 아쉽다. 내년에는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세대 브랜드 육성, NEXTGEN

최근 젊은 층의 기세에 힘입어 국내 패션 시장은 멀티 편집숍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DFF는 신진디자이너들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주목했다. DFF는 차세대 디자이너의 발굴과 글로벌화를 위해 온라인으로 ‘제 2회 넥스트젠 어워드(NEXT GENERATION Designer On-line Awards)’를 진행해 각 분야별 수상자 총 12명을 선발했다. DFF는 선정된 수상자에게 해외쇼룸 입점지원, 메인 컬렉션 패션쇼, 해외전시참가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또한 행사장 내에서 ‘NEXTGEN Pop-up Market’을 통해 참가브랜드를 일반인들에게 홍보 및 판매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적인 접근, 대중들에겐 약효과

‘밀라노 프로젝트’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프로젝트는 대구를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같은 세계적인 패션산업도시로 성장시키기고자 1999년부터 정부와 대구시, 섬유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한 섬유산업 육성계획이다. 이처럼 대구는 예부터 섬유산업과 패션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끊임없는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이는 당초 야심찬 계획과 달리 허울만 좋은 빈껍데기 사업이라는 평판을 낳았다.

이번 DFF의 아이덴티티 부터 심볼마크, 포스터, 전시 기획 부스 디자인 등 통합 디자인 디렉팅을 맡은 본교 이경용 교수(예술대 시각디자인)는 “대구 패션산업은 대중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내실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과소평가되고 있는 점에 대해 ‘컨텐츠’의 문제라고 답했다. “서울패션위크나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지역을 알리는 명물이 된 것은 대중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을 갖고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는 “대구는 각종 이벤트, 문화행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치러야하는 의무감에서부터 시작하다보니 모두가 즐기는 행사가 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DFF도 마찬가지다. 사실 DFF의 목적은 B to B(Business to Business)다. 국내외 바이어들을 초청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직접적인 브랜드 홍보와 판매로 이어주는 것이 패션페어의 주 목적이다. 즉, B to C(Business to Consumer)가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이 교수에게 맡겨질 때 패션페어 관계자는 B to C를 감안한 디렉팅을 원했다. B to C를 강조해 일반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DFF의 주요 쟁점인데 올해 9회차를 맞이한 DFF는 현재까지도 B to B에 대한 투자가 더 앞서고 있다. 이 교수는 “내년에는 대중들이 즐길 거리가 더 많은 DFF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DFF는 사회, 경제, 문화적인 삼박자를 고루 갖춰 대구시에게 중요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행사다. 이런 페어를 알리고, 유지해나가는 것이야 말로 대구시의 잠재력을 깨우는 것이다. 부디 DFF가 대구 지역의 ‘명물’로서 자리 매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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