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내다 걸다

풍風으로 여러 날 누웠다

사위 차 타고 목간 가는 수천 영감

먼저 요구나 하려고 대개천식당

삼천원 돼지국밥 막 떠넣으려는데

창틈으로 붓는 막바지 땡볕이

목에 턱턱 걸려, 와 이래 안 죽노

제 성질 못 이겨 숟가락 추바리에 턱턱 쳐쌓는다 

가다가 농약방에 가서 풀약 한 봉지 사서

웃통 훌훌 벗고 속에다 살살 치소

양지뜸에 푸새 마르듯이 한숨에 안 가시겠나

눈 찡긋, 거드는 경오 말띠 기추 동갑 식당주인 남돌이 영감

욕비계 한번 엎어지게 구시하네

목덜미 달아오른 수천 영감 

성치도 않은 손으로 돼지비계에 욕을 말아 후루룩 삼킨다

지끼는 거 묵는 거 보이 마 오래 살겠다

이름이 괜히 수천壽千이겠나

남돌이 각시 영감탱이 말들 넌줄넌줄 펴서 막 땡볕에 내다거는데

어, 비가 오네 테레비에 오후부터 온다 카디마는

우리들 농사 지을 찍에는 오전에 오는지 오후에 오는지

오마 오는지 가마 가는지 했는데

이런 날 밭에 남새 있는 사람 좋아죽는다

근데 아직 안 비고 서 있는 나락 있는 집 얼마나 힘들꼬

웃다 찡그렸다 하는 새 말들도 말랐다 젖었다 하고

손진은 시인

1959년 경북 안강 출생.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고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