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정보전산원 앞 광장에 굉장히 눈에 띄는 홍보부스가 있었다. 세워둔 배너에는 한반도에서 중국까지 고구려의 영토로 표시된 지도부터, 공자가 우리 민족이라든가 기독교를 만든 것도 우리 민족이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야기까지 적혀있었다. 교내 곳곳에서 홍보용 전단지를 나눠주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등 적극적인 홍보도 마다치 않았다. ‘자칭’ 민족종교 증산도였다. 

남의 종교에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기에 그들의 자세한 교리나 종교적 사상에 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거론할 생각도 없다. 문제는 이들이 ‘환단고기’를 교리에 편입해 진실인 양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단고기는 극단적인 국수주의적 역사관이 담긴 유사역사서로 과거 우리 민족이 세계를 호령했다거나 인류의 많은 사상과 문명의 기원이 우리 민족이라거나 하는 왜곡된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미 숱한 검증을 거쳐 약간의 개연성조차 찾기 어려운 위사(僞史)로 판명된 지 오래이며 따라서 사서(史書)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깝다. 

이 책을 우리의 진짜 역사라 믿으며 추종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환빠’라고 부르는데, 안타깝게도 생각보다 수가 많다. 이들은 왜곡되었거나 개연성이 없는 사료들을 억지로 엮어 어떻게든 민족적 영광을 강조한 다음,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모두 사대주의자나 식민사관 신봉자로 몰아붙인다.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인한 강한 선민의식에 빠져 타 민족과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민족이나 국가가 훌륭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를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행동은 단순한 자기만족에 불과하며, 타 민족 혹은 문화와의 갈등을 촉발해 궁극적으로는 나치즘과 같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욕구를 분출하기도 한다. 증산도의 문제는 이런 ‘환빠’들의 주장을 앞장서 설파하는 종교라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런 증산도가 교내에서 당당하게, 그것도 비교적 큰 규모로 홍보활동을 했다. 종교로서의 홍보만 했으면 모를까, 아예 환단고기 책을 갖다 두고 그 내용을 중심으로 홍보하는 모습이었다. 배포하는 전단지와 외치는 구호에도 그 왜곡된 역사관이 노골적으로 담겨있었다. 학교에 증산도 동아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규모로 보아 절대 일개 동아리 차원의 가두홍보로는 보기 어려웠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을 보고 분개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환빠를 보는 일본인과 중국인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이미 인터넷에는 그들의 주장이 마치 한국인 전체의 생각인 양 번역되어 올려져있다. 훌륭한 나라 망신이다. 더군다나 우리 학교는 국립대학교다. 외국인 유학생도 많다. 이들이 이런 왜곡된 역사를 담은 홍보활동이 학내에서 당당히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다음 학기에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김근우

(사회대 신문방송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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