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늘 대학 내 뜨거운 감자다. 여유 있는 공간은 연구 효율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고취시킬 것이며, 구성원들의 저마다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학에 주어진 공간은 한정적이다. 

5개의 단과대학과 1개 대학원으로 개교한 우리 대학은 학문 분야의 확장에 맞춰 외형도 함께 키워왔다. 녹지로 가득했던 캠퍼스는 건물로 가득 찼고, 새로 생긴 건물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다. 그러나 이렇게 건물을 수없이 신축하고 증축해도 우리 대학은 공간 부족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캠퍼스 내 신축, 증축은 물론 제2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대학들은 공간을 확보하느라 분주하다. 거기다 교육부는 국립대학의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간비용채산제’를 도입하여 추진 중이다. ‘공간비용채산제’란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각 사용주체별로 적정 기준면적을 산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공간을 사용 중인 경우 공간을 반납하게 하거나 사용료를 부과, 징수하는 제도이다. 이는 공간을 과다하게 보유한 개인이나 기관이 심리적, 재정적 압박을 느끼고, 이를 통해 대학 전체의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기본 면적을 제공하고 추가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한 부담이니 꼭 필요한 사람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으니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진다.

우리 대학도 올해부터 공간비용채산제를 도입해 시행하고자 추진 중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아 보인다. 모두들 공간비용채산제의 취지에는 십분 동의하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가 되면 입장은 달라진다. 시작부터 난제다. 각 단과대학별·학과(부)별 학문적 특성에 따라 공간 수요가 달라 적정 기준면적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사연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과 같이 공간 사용에 대한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은 참으로 다양하다. ‘본부에서 일방적으로 학과를 학부로 통합했기 때문에 우리 학부가 기준면적에서 손해를 보았다’라든지 ‘국책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측의 대응투자로 연구소 공간을 마련하였는데 이에 대한 사용료를 내라면 앞으로 국책사업에 신청이나 하겠느냐’ 혹은 ‘우리 학과는 실험·실습을 위해 실험·실습 및 장비 보관 공간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니 기준면적을 더 인정해 달라’는 등이 그것이다. 어느 것 하나 의미가 덜한 것은 없지만,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근본적인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런 공간 분쟁의 원인은 공간을 ‘활용’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유’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평소에 쓰는 공간이 남들보다 위치나 방향이 좋고 넓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공간은 한계가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자주 쓰지 않고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제3자에게 허용하지 않고 여전히 내 몫으로 남겨두려는 배타성. 이것이 우리의 공간 효율을 저해시키고 대학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목 잡는 것이 아닐까. 대학 공간의 효율적 활용은 공간비용채산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소유가 아닌 활용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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