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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뽀개기

근대로의 여행, 달콤 씁쓸한 군산을 가다

최기자의 5만원 뽀개기



처음 계획했던 여행과 현실은 사뭇 다르다. 여행계획을 잘 지키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행에서는 항상 예기치 못한 순간들이 있다. 애써 찾아간 가게가 휴일이라거나 무심코 걸어갔는데 다음 목적지가 먼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당황스럽지만 그런 순간들이 주는 매력에 힘든 여행이 달콤해진다. 
군산을 여행지로 삼은 데는 웹 드라마   <낯선 하루>의 영향이 컸다. 드라마 속 군산은 분명 현대의 군산이 배경이지만 마치 근대에 있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군산은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의 작가 채만식의 고향이다. 근대식 정장을 입고 현대에 온 채만식이 여행지가 된 자신의 고향을 돌아다녀도 큰 이질감은 없었다. 
군산에 처음 도착했을 땐 여행의 설렘에 들떠 흔한 터미널 풍경도 색다르게 보였다. 터미널에서 나와 경포교를 지나 걸어가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거리는 날씨 탓인지 회색빛 풍경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작스레 철길이 시작되었다. 철길은 마을 속에 녹아들어 하나가 되어 있었다. 철길을 둘러싼 주택에는 빨랫줄에 널린 빨래, 동네 개집, 주택너머로 보이는 초등학교까지 일상 속에 철도가 지나간 과거가 녹아들어 특이했다. 철길을 외줄 타듯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기차가 지나가던 옛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철길 마을은 원래 바다가 있던 자리를 일본인들이 매립해 방직공장을 지었던 곳이다. 철길은 신문용지 제조업체가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었으며 현재는 철도가 운영되지 않는다. 과거를 현재에 담아놓은 마을은 근대 서양식 정장을 입은 숙녀보다는 양동이를 머리에 인 아낙네가 걸어갈 법한 풍경이었다.
철길 마을을 떠나 근대역사박물관을 갈 수 있을 것 같아 무작정 걸었다. 박물관에 들어가 처음 본 곳은 기부를 받은 근대 물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일제에 토지계약을 한 문서와 같은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다른 공간은 근대를 그대로 옮겨둔 근대 고무신 가게, 인력거 조합, 일제로 쌀을 수탈당하는 배 모형과 같은 전시장이 있었다. 전시장을 거닐면 근대 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고 체험을 하면서 우리 근대 역사가 느껴져 마음 한켠이 좋지 않았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이성당’에 가보았다. 이성당은 멀리서부터 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야채빵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빵을 사러 온 사람들과 진열된 빵을 구경하다보니 줄은 순식간에 줄었다. 야채빵의 첫 맛은 느끼했다. 그런데 느끼함이 점점 중독적이었고 한 입 베었을 때 아삭한 야채맛도 인상적이었다. 빵을 먹고 초원사진관을 찾아가는 데 한 할머니께서 길을 가르쳐 주셨다. 손에 쥔 이성당 종이가방을 보고 여행객인 줄 아셨다며 이곳 주민들은 동국사쪽 길의 다른 빵집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하셨다. 시간, 돈이 부족해 방문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초원사진관은 근대와 어긋나는 요소지만 옛 영화의 정취가 근대적인 군산과 잘 어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속 요즘 흔한 사랑과는 다른 순수한 느낌이 초원사진관 가득 담겨있었다. 사진관 옆 길가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영화 속 여주인공의 차가 여행객들을 영화 플롯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일본식 가옥인 히로쓰 가옥과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를 보러간 건 다른 나라 문화가 혼재하는 시대에 살았던 근대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히로쓰가옥은 역시 이국적 느낌에 아름다웠지만 <낯선하루>속 채만식이 걱정에 찬 표정으로 그 곳을 거닐던 모습이 떠올랐다. 일본식 문화의 잔재를 보아 끝이 씁쓸한 여행이었지만 드라마 제목처럼 ‘낯선하루’를 보내고 온 느낌이었다. 하루의 여행이라 채만식 문학관, 은파호수공원등 더 많은 것들을 체험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 부족함은 다음에 당신의 여행으로 대신 채워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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